한국 포함 5개국 호르무즈 ‘킬 박스’ 몰아넣나…뒤로 빠지는 트럼프
미국은 ‘지원사격만’ 역할 축소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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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상선 호위 임무에 한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나선 이면에는 이란의 비대칭 전력의 위협이 도사린 해상 작전의 위험을 분산하려는 계산과 함께 비용과 이익을 철저히 따지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적 안보관’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동맹 4개국과 중국의 군함 파견을 요청하며, 그 근거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국가들”이라는 점을 요청 근거로 들었다. 해협 봉쇄 해제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국가들이 마땅히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해안선을 폭격하고 이란 보트와 선박을 계속 격침시킬 것”이라며 미군의 역할을 ‘원거리 타격’으로 한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반면 주요 원유 수입국을 향해서는 “해협을 안전하게 열어두기 위해 군함을 보내주길 희망한다”며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 각국이 그 통로를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미군이 외곽을 때릴 테니, 원유 수입국 군함은 위험한 해협 안으로 들어가 호위 작전을 펼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해협 호송 작전을 극도로 위험한 군사 작전으로 평가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국은 현재 군함을 폭이 가장 좁은 곳 기준 21마일(약 34㎞)에 불과한 이 해협 내부로 보내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며 “미 해군 장교들은 이란의 드론과 대함 미사일 때문에 이 지역이 ‘킬 박스’(kill box·집중 공격 구역)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호르무즈해협은 말굽처럼 굽은 항로 구조 탓에 선박이 최대 270도 방향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드론, 대함 미사일, 고속정 공격이 거의 전 방향에서 가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글에서 “이란 군사력을 100% 파괴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들이 드론을 보내거나 기뢰를 설치하고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비대칭 공격 위협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인정했다. 이미 십수명의 미군이 전사한 상황에서 ‘킬 박스’ 진입이라는 군사·정치적 위험을 분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한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이 군함을 보내 호송 작전을 전개한다 해도, 원활한 물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조선 1척을 보호하는 데 최대 군함 2척과 드론 감시 등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다”며 “이런 방식이 동원될 경우 해협 통항량은 평소의 약 10% 수준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현재 해협 양단에 발이 묶여 있는 600척 이상의 선박을 처리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더 강경한 선택지로는 호르무즈해협에 접한 이란 남부 해안 지역을 직접 공격하는 지상 작전이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 해병대를 투입해 해협 인근 해안을 장악하고 미사일과 드론 발사 기지를 제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뉴욕타임스는 약 2500명의 해병이 승선한 최대 3척의 군함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동으로 이동해 현지의 약 5만명 규모인 미군 병력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동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대이란 군사 작전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증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이란 혁명수비대의 게릴라식 반격으로 미군 인명 피해가 급증할 수 있어 섣불리 꺼내기 힘든 카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함 파견 국가를 열거하면서 중국을 가장 먼저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이란과 경제·외교적 우호 관계인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이자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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