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베이징-평양 열차 재개…우방 절실한 中의 北 끌어안기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6. 3. 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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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재편하는 세계질서…中과 가까운 베네수엘라·이란 연이어 공격
北의 대중 수출액, 6년 전보다 2배 늘어…트럼프 방중 전 대북 관계 강화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평양을 오가는 국제열차가 6년 만인 3월12일 재개됐다. 베이징-평양 국제열차는 매주 월·수·목·토요일 주 4회 운행한다. 베이징에서 오후 5시26분(현지시간) 출발해 랴오닝성 단둥을 거쳐 이튿날 오후 6시에 평양에 도착한다. 단둥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맞닿은 국경도시다. 열차는 전체 편성 가운데 뒤쪽 2량만 승객이 타고 나머지는 화물을 싣는다. 열차 운행을 주관하는 중국국가철도그룹은 "우선 외교관 등 공무 목적의 인원 수송을 위해 운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국제열차는 역사가 오래됐다. 한국전쟁 시기에 중국군 병력과 물자를 수송한 베이징과 선양 구간 열차를 전신으로 한다. 이를 연장해 1954년 정식 개통했다. 긴 세월 동안 매주 4편씩 운행했다가 사업, 관광 등 양국을 오가는 승객이 늘면서 2013년부터 매일 운행했다. 2013년 하루 평균 승객은 252명이었다. 이에 북·중 우호의 상징이자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외화 및 고가 물품을 반입하고 반출하는 통로로 활용됐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대유행해 양국 국경이 봉쇄되면서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2022년 9월 신의주와 단둥 사이에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됐고, 이듬해에는 버스와 항공기를 통한 인적 왕래가 재개됐다. 이번에 평양-베이징 국제열차까지 복원되면서 양국의 인적·물적 교류는 완전히 정상화됐다. 중국국가철도그룹은 "좌석이 남을 경우 일반 승객에게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인의 북한 단체관광은 아직 재개되지 않았다. 사업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중국인 단체관광도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는 2024년에, 서방국가는 올해 단체관광이 재개됐다.

ⓒChatGPT 생성이미지

북·중 우호의 상징이자 국제 제재 회피 수단

베이징-평양 국제열차 복원에는 중국 당국의 의중이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3월10일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조(북·중)는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 상시적인 여객열차 운영 유지는 양국의 인적 왕래 편리화 촉진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양국의 주관 부문이 소통을 강화해 인적 왕래에 더 편리한 조건으로 만드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열병식을 계기로 중국을 6년여 만에 방문했다. 열병식 직후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은은 모든 단계에서의 밀접한 왕래와 호혜적 경제무역 협력 심화를 언급하며 관계 발전 의지를 표명했다. 시진핑도 공동이익과 근본이익의 수호, 전략적 협력 강화 등을 밝히며 우호 강화를 확인했다. 이후 중국은 무역과 관광업을 경제 발전을 위한 신산업으로 설정한 북한을 지원하는 조치를 실행했다. 지린성 정부는 백두산 인근 관광 인프라 건설에 나섰다. 주북 중국대사는 중국 기업들에 10년간 매년 20개 시군에 현대적인 공장을 건설하려는 북한의 발전 전략을 지원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중국이 북한과 긴밀해지는 상황은 무역 지표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지난 1월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북·중 무역액은 27억3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6%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28억 달러)에 근접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의 대중 수출액이다. 2025년은 전년보다 27% 늘어난 4억4018만 달러였다. 2019년 2억1600만 달러의 2배가 넘는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은 가발 및 인조 모발, 손목시계와 시계 부품, 인조 속눈썹과 미용용품 등 중국의 위탁가공 노동집약적 상품이다.

양국 사이에 부는 훈풍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시점이 절묘하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 3월12일은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가 폐막한 다음 날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이란 전쟁이 격화하고 있고 트럼프의 중국 방문을 코앞에 둔 시기다. 물론 이란 전쟁은 중국도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였다. 하지만 그 밖의 상황은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배경은 중국이 쌓아왔던 국제 질서가 올해 들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데 있다.

먼저 1월3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미군 특수부대에 생포돼 미국으로 압송됐다. 전날 마두로는 중국이 파견한 특사인 추샤오치를 만나 3시간 동안 회담했다. 추샤오치는 오랜 기간 중남미에서 경력을 쌓은 외교관으로, 현재 중국 정부의 중남미·카리브해 담당 특별대표다. 중국 특사와 만난 직후였기에, 마두로는 미국이 침공해 자신을 잡아갈 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중국은 2000년 이래 베네수엘라에 1060억 달러의 금융 지원과 각종 투자를 진행했고, 이미 630억 달러를 지급한 상태였다.

금융 지원은 대부분 석유를 담보로 한 대출이었다. 베네수엘라가 수출하는 석유의 80%가 중국으로 향했다. 마두로를 데려온 뒤 트럼프는 향후 베네수엘라 석유를 독점할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또 미국은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쌓았다. 3월5일에는 양국이 7년 만에 재수교하기로 합의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등 야권 지도자가 아닌 기존 정권의 핵심 인사를 기용해 체제를 유지하는 트럼프식 '베네수엘라 모델'의 등장이다.

동맹 없는 中, 김정은과 더 가깝게 밀착

중국에 이란은 베네수엘라 못지않은 우방이다.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 2021년 가입한 정회원국이다. 중동 국가 중 SCO에 가입한 나라는 이란이 유일하다. 따라서 중국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폭격으로 사망하자 이란에 즉각 조전을 보냈고 미국을 맹렬히 비난했다. 

2018년 미국의 핵 합의 파기 이후 이란은 중국에 대한 석유 수출 의존도를 급격히 높여왔다. 2017년 이란의 석유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25%에 불과했으나 2023년부터는 83~9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30억~360억 달러 규모 5억 배럴의 이란 석유가 중국으로 향했다. 대만 언론은 최근 상황에 대해 "국제유가보다 싼값에 이란과 베네수엘라 석유를 사오던 중국이 쪽박을 찼다"고 지적했다. 물론 중국의 전체 석유 수입에서 이란산은 약 13%, 베네수엘라산은 약 3~4%로 비중이 아주 크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 주도의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중국은 우방 지키기에 더욱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달리 동맹이 없는 중국에 북한과 같은 든든한 우군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트럼프의 방문을 앞두고 있다. 일부 외신은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정교하게 치르려는 중국과, 일정 및 준비를 촉박하게 진행하는 미국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등을 포함한 경제사절단의 동행 여부도 불확실하다. 트럼프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시진핑이 갈수록 곤란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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