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떠난지 오랜 책, 버리자니 아깝고…“기부천사 되어라”

조은별 기자 2026. 3. 15. 16: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가게’ 등 기증단체 먼저 선정
책장 속 장식품된 서적 지금 당장 정리
낙서 지우고 메모지 떼고 포장 마무리
날짜·시간 맞춰 내놓으면 알아서 수거
가득 찬 책장 앞에서 정리 방법을 고민하는 기자.

누구나 마음의 양식 대신 먼지만 쌓인 책이 있을 거다. ‘베스트셀러’ ‘노벨문학상 수상작’ ‘필독서’란 말에 홀려 냉큼 사들였지만 그대로 책장 속 장식품 신세가 된 책이 수두룩하다. 기자의 회사 내 서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첫장도 안 펴본 책부터 주인 모를 책까지 가득하다. 겨우내 쌓인 먼지를 털어낼 겸, 봄맞이 책 기부를 해보기로 했다. 책장이 깔끔해지는 건 물론 뿌듯함까지 얹어주니 안할 이유 있으랴!

◆“어디에 마음 전할까?”…딱 맞는 기부처 찾기=먼저 도서를 기증할 단체를 추려본다. ‘도서 기부’를 검색하자 발달장애인 자립을 지원하는 협동조합 ‘숲스토리’, 환경보호와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복지재단 ‘굿윌스토어’, 국내외 취약계층을 돕는 비영리공익재단 ‘아름다운가게’가 눈에 띈다.

각 단체 누리집을 훑어보니 기부 방법은 크게 세 갈래다. 매장 방문, 택배 수거, 직원 방문 수거. 소량이면 직접 갖다주는 게 간편한데 숲스토리는 서울·경기에, 굿윌스토어·아름다운가게는 전국에 매장을 뒀다. 책 수량이 우체국 5호 상자(가로 48㎝×세로 38㎝×높이 34㎝) 1∼2개에 들어갈 정도라면 택배 수거가 알맞다. 현관문 앞에 두면 택배 기사가 가져가는 식이다. 그 이상은 업체 담당자가 찾아오는 ‘직원 방문 수거’ 방식이 적합하다. 책을 얼추 세어보니 1000권이 훌쩍 넘는다. 더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직원 방문 수거로 결정했다.

기부 조건도 단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숲스토리는 수거 가능 지역에서 50ℓ 봉투 2개 이상, 굿윌스토어는 50ℓ 봉투 2개 또는 상자 3개 이상, 아름다운가게는 상자 3개 이상부터 신청할 수 있다. 받는 책 기준도 제각각이다. 숲스토리·굿윌스토어는 10년 이내 발행한 도서만 받고, 낙서가 있거나 훼손·오염된 건 받지 않는다. 숲스토리에선 수십권에 이르는 어린이 전집이나 연속 출판물도 기부 불가 품목이다. 수많은 책을 일일이 살필 여유가 없어 곤란하던 차 아름다운가게는 발행 연도 제한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 순간 터져나온 한마디 “유레카!”

◆“책 정리는 어떻게 하지?”…신청부터 포장까지=신청 절차는 간단하다. 누리집·카카오톡·전화 가운데 편한 방식을 고르면 된다. 누리집에선 회원가입 뒤 주소·연락처·수량·날짜를 입력하면 끝이다. 카카오톡에선 아름다운가게 계정 상담원에게, 전화로는 대표번호로 궁금한 점을 문의한다. 신청 후엔 새 주인을 만날 책을 단장해줄 차례. 낙서는 깨끗이 지우고 접착 메모지는 깔끔하게 떼어낸다. 곰팡이가 피었거나 도장이 찍힌 책은 과감히 폐기하자. 찢어지고 빛바랜 것도 마찬가지.

선별을 마치곤 포장 작업에 돌입한다. 30권씩 나눠 상자에 담거나 노끈으로 묶는다. 상자에 넣을 땐 책등이 보이게 꽂으면 개수를 세기도 쉽고 한눈에 보기도 좋다. 처음에 노끈을 무턱대고 썼다가 낭패를 봤다. 높이 쌓은 책더미를 번쩍 들어 묶으려니 허리가 비명을 질러댔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듯 급히 포장 요령을 찾아봤다. 답은 끈을 먼저 바닥에 두는 것. 끈을 교차시켜 둥근 고리를 만든 다음 그 위에 책을 차곡차곡 올린다. 이때 가로세로와 면적이 비슷한 것끼리 모아야 단단히 고정된다. 다 쌓았다면 아래 깔린 고리와 오른쪽·아래쪽 끈을 맨 위로 끌어올려 묶는다.

깨끗이 포장한 책을 기부처 직원에게 건넨다.

◆“현관문 앞에 두세요”…수거 당일 준비사항=수거 전날엔 방문 예정 시각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온다. 약속한 때에 맞춰 현관문 앞에 내놓으면 된다. 대부분 알아서 수거해가지만 600권 이상일 땐 짐 싣기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한다. 마침 시간이 맞아 상자를 함께 날랐다. 담당자가 준비한 손수레에 차곡차곡 쌓다보니 어느새 이마에 송골송골 구슬땀이 맺힌다. 힘들어도 트럭에 가득 실린 모습을 바라보자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수거 후엔 기부 영수증 발급도 놓치지 말자.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카카오톡으로 안내한 링크에 접속하거나 ‘아름다운나눔’ 누리집 ‘내 기부내역’ 항목에 들어가 신청하면 된다. 기부 금액은 아름다운가게에서 정한 평균 판매 단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정확한 금액은 신청일 기준 8일 후부터 확인해준다. 법인은 사업소득의 10% 한도에서 기부금 전액을 비용 처리할 수 있고, 개인은 근로소득금액의 30% 한도에서 기부금의 15%를 공제받는다.

말끔해진 책장을 보니 속이 한결 가볍다. 빈자리가 생기니 새 책 한권 둘까 하는 생각도 슬며시 든다. 다시 부엉이살림처럼 책이 하나둘 모이더라도 이젠 두렵지 않다. 아름다운 이별을 할 방법을 찾았으니까.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