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애기동백 따라 정남진 장흥 서둘러 봄 오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봄 기운 가득/60년생 이상 편백나무 울창한 숲 이뤄/산책로엔 애기동백 활짝/장흥126도타워 전망대 오르면 남도 바다 파노라마로/천년고찰 보림사에선 국보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만나



수도권은 봄이 오는가 싶더니 꽃샘추위가 두툼한 외투를 다시 꺼내 입게 만든다. 그래도 바뀌는 계절을 어떻게 막을까. 남도는 이미 꽃이 피었다는 소식 전해지니 행여 첫봄 놓칠세라 조급한 마음에 남도의 끝자락 전남 장흥으로 나선다. 관산읍 장흥126도타워 주차장에 도착하자 파란 하늘 위로 웅장하게 솟은 전망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 타워의 전체 높이는 46m에 달한다. 디자인이 아주 독특하다. 상층은 떠오른 태양, 중층은 황포돛대, 하층은 파도를 형상화했다. 이곳에 장흥126도타워를 세운 이유가 있다. 서울 광화문을 기점으로 위도상 정동쪽에 정동진이 있고, 경도상 정남쪽에는 정남진이 있는데 장흥이 바로 정남진이다. 그 경도가 126도여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장흥에서 시작된 동경 126도는 광화문을 지나 북한 중강진, 그리고 안중근 의사 의거 장소인 중국의 하얼빈과 일직선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동경 126도는 단순한 지리적 좌표를 넘어서 남과 북을 이어주는 ‘통일 희망의 좌표’라는 의미를 전망대 이름에 담았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서둘러 온 남도의 봄기운을 제대로 즐기기 좋은 곳이다. 억불산 자락 120㏊에 60년생 이상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며, 건강한 피톤치드를 쏟아내 마음과 몸의 건강을 챙기는 우수웰니스관광지로 선정됐다. 톱밥이 깔린 부드러운 산책로를 맨발로 오르면 억불산 며느리 바위 포토존인 흔들의자가 나온다. 그 너머 깎아지른 산비탈에 마치 엄지손가락 모양의 바위가 하나가 우뚝 솟은 풍경이 아주 기이하다. 오래전 이야기가 전해진다. 탐진강변 마을에 사는 구두쇠 영감이 시주받으러 온 도승을 박절하게 대하자 며느리는 도승에게 대신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도승은 며느리에게 “이곳에 물난리가 있을 것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산으로 가라”고 알려줬다. 도승이 예언한 날 실제 물난리가 났고, 며느리가 이를 피해 산을 오르는데 뒤에서 “나를 두고 혼자만 가느냐”는 시아버지의 애절한 외침이 들렸다. 이에 뒤를 돌아본 며느리는 그대로 돌로 변했단다. 해발고도 517m 억불산은 주능선에 부처 모양을 닮은 수많은 바위가 있어 억불산으로 불리게 됐다.





해발 510m의 가지산 깊은 산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보림사는 인도 가지산 보림사, 중국 가지산 보림사와 함께 ‘동양의 3보림’으로 불린다. 보림사는 장흥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대적광전에 모신 국보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좌의 광배는 없어지고 불신만 남아 있으며 왼팔 뒷면에 신라 헌안왕 2년(858) 무주와 장사(지금의 광주와 장흥)의 부관 김수종이 시주해 불상을 만들었다는 글이 적혀 정확한 조성연대를 알 수 있다. 특히 신라 말부터 고려 초에 걸쳐 유행한 철로 만든 첫 번째 불상으로 유사한 비로자나불상의 계보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신라시대에서 만들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옷 주름이 생생해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오뚝한 콧날, 굳게 다문 입에서는 약간의 위엄도 느껴진다. 흔치 않은 철조불상인 데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검붉은 색으로 변해 보면 볼수록 신비를 더한다.


장흥=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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