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역농협 조합원들 “농협 적자경영, 조합원 주머니 털어 메우나”

안지산 기자 2026. 3. 15. 15:3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청·남거창·통영농협 등 기자회견·비대위 마련
농협 경영 손실 메우는 데 사업준비금 활용 ‘지적’
“적자 탓 배당금도 못받아” 부실 경영 책임 촉구
농협 “사업준비금 용도·절차에 맞게 썼다” 해명
산청군농민회가 11일 산청군농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준비금을 삭감한 산청군농협을 비판하고 있다. /거창군

경남 농민들이 지역농협 적자 경영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역농협이 부실 경영으로 낸 손실을 조합원에게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 경남본부에 따르면 경남 지역농협 137곳 중 지난해 적자가 발생한 농협은 20곳이며 적자 규모는 1239억 원이다.

남거창농협 조합원 2300여 명 중 100여 명은 이달 4일 '남거창농협 조합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대위는 13일 남거창농협이 2025년 부실 경영에 따른 재무 악화 손실을 조합원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남거창농협은 지난 1월 결산총회에서 적자 경영 손실을 메우느라 조합원 배당을 하지 않았다. 남거창농협은 설상가상 조합원들이 적립한 사업준비금 42억 원마저 전액 소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위는 2025년 말 기준 남거창농협 대출 연체금이 69억 7000만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준비금은 농협이 미래 비용, 손실 보전, 시설 투자 등을 위해 조합원 배당금 중 일부를 임의로 적립하는 재원이다. 조합원은 적립한 사업준비금으로 배당을 받거나, 조합 탈퇴 시 쌓은 적립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 경영 손실을 메우는 데 사업준비금을 소진한 것이다.
이경건 씨가 11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욕지섬 모노레일 안전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봉화 기자

우성만 비대위 사무국장은 "남거창농협이 부실 경영으로 재무 상황을 악화시켰고, 사업준비금 42억 원을 전액 소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한 해 배당금을 받지 못하는 것도 분한데, 여태 쌓아온 사업준비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는 조합원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거창농협에 부실 경영 원인을 따졌고 재발 방지책을 물었다"며 "그런데 남거창농협은 정확한 부실 경영 사유를 안내하지 않고 믿어달라고만 하고 있어 답답한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남거창농협에 적자 경영 개선 방안, 재발 방지 대책, 조합장 불신임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남거창농협은 적합한 절차를 따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아가 결산총회 이후 각 영농회를 다니면서 사업준비금 전액 소진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남거창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 이익이 적고 연체금도 많아져 조합원에 배당할 수 없었고, 사업준비금도 소진할 수밖에 없었다"며 "조합원들이 경영 관련 필요한 내용을 요구한다면 성실히 답하겠다"고 밝혔다.

남거창농협뿐만 아니라 통영농협, 산청군농협 조합원도 각 농협에 적자경영으로 말미암은 사업준비금 손실을 지적했다.

통영농엽조합원행동은 지난 9일 통영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통영농협이 경영 손실을 메우고자 사업준비금 33억 원 등을 소진했다고 지적했다. 산청군농민회도 지난 11일 산청농협이 사업준비금 9억 원을 경영 손실 충당에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조합원들은 사업준비금을 조합원 이용실적에 따라 배당하고, 탈퇴 시 돌려받는 자금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역농협은 사업준비금 명목을 손실 보전에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사업준비금은 농협 경영 위기 시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재원"이라며 "농협 규정상 사업준비금을 적자 메우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농협법상 결손금 보전방법을 보면, 농협 결손금은 사업준비금을 투입해 보전할 수 있다. 결손금 보전에 투입되는 재원 순서는 미처분이월금, 사업활성화적립금, 유통손실보전적립금, 경제사업활성화적립금, 사업적립금 순이다. 보전 후에도 결손금을 충당하지 못하면 이월 결손금으로 처리한다.

농민들은 지역농협이 책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성민 진주시농민회장은 "적자가 발생한 지역농협은 경영 정상화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도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며 "진주 한 지역농협은 조합장, 직원 급여를 깎으면서 조합원과 고통 분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역농협 적자 상황을 빌어 다가올 조합장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움직임이 뒤섞여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내놓는다. 농협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내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의도적인 공격을 하려는 의중도 다소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남농협은 충분한 안내와 더불어 절차적 흠결이 없도록 지역농협을 각별히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농협 관계자는 "조합원과 농협 간 사업준비금 활용처를 보는 시각이 다르기에 충분한 안내가 필요하다"며 "더불어 농협법과 절차에 맞춰 결손금을 보전할 수 있게 지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