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두쫀쿠 지자마자 ‘버터떡’ 왔다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로 전국이 떠들썩하더니 뒤이어 봄동 비빔밥이 화제가 됐다. 봄동 검색량이 정점을 찍은지 열흘도 안 돼 이번엔 ‘버터떡’이 등장했다.
구글 트렌드 기준, 3월 1일 지수 0이던 버터떡은 3월 10일 최고치 100을 찍었다. 블랙키위에 따르면 네이버 월간(2026.02.13.~03.14.) 검색량은 661,000건, 3월 예상 검색량은 5,840,000건에 달한다. 유행의 교체가 계절보다 빠르다.

빵이야 떡이야… 뉴페이스 디저트 ‘버터떡’
버터떡은 중국에서 버터를 뜻하는 황요우(黃油)와 떡을 뜻하는 니엔까오(年糕)가 합쳐진 ‘황요우니엔까오’로 불리는 상하이식 디저트다.
찹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섞은 반죽에 우유와 버터를 더해 구워낸 것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원조는 중국 커피 프랜차이즈 루씨허(泸溪河)로, 현지에서는 4개 기준 약 4,000원에 판매된다. 중국 SNS 샤오홍슈를 타고 한국 MZ세대에게 빠르게 확산됐다.
이 식감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프랑스 전통 디저트 까눌레도 겉은 캐러멜화된 바삭한 껍질, 속은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유명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겉바속쫀’은 사람들의 입맛을 홀린다.

저번 달은 두쫀쿠 이번 달은 버터떡?
2022년 약과·포켓몬빵을 시작으로 탕후루, 두바이초콜릿, 두쫀쿠, 봄동을 거쳐 2026년 3월 버터떡까지. 디저트 트렌드의 계보를 늘어놓으면 이제 교체 주기가 ‘월 단위’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달콤왕가탕후루’ 가맹점 수가 2022년 43곳에서 2023년 531곳으로 약 12배 급증했다가, 이듬해 150곳으로 쪼그라든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유행주기가 1~2년이 아니라 몇 달 안에 끝나는 것이 눈에 띈다.
대형 프랜차이즈도 어김없이 유행에 뛰어들었다. SPC그룹의 패션파이브는 지난 13일 에쉬레 버터를 사용한 ‘버터쫀득떡’(5개입 9,600원)을 출시했다. 이디야커피도 지난 2월 ‘연유뿌린 버터쫀득모찌’(1개 2,500원)를 출시했다. 두쫀쿠 인기를 맛 본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왜 우리는 단 것에 줄을 서는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큰 소비는 줄여도 립스틱처럼 저렴하고 만족감이 큰 소비가 늘었다.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에서 립스틱과 초콜릿 판매가 전년 대비 20~40% 증가했다. 이처럼 비교적 저렴하고 만족감 큰 소비를 하는 현상을 ‘립스틱 효과’라 부르기 시작했다.
2026년 한국에서는 두쫀쿠에 이어 버터떡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불황 여파로 밥은 집에서 먹더라도 맛있는 디저트로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디저트 시장을 불황 속 호황으로 이끄는 ‘스몰 럭셔리’로 자리 잡은 것 이다. 3,500~5,000원짜리 한 입의 사치가 지친 하루를 달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된 것이다.
여기에 뇌과학적인 이유도 있다. 단 음식을 먹을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당분이 높은 음식일수록 뇌는 도파민을 더 빠르게 분비한다. 고물가 시대에 보상은 더 빠르고 더 저렴해야 했다. 디저트의 달달함은 그 조건을 충족한다.
한국에서 디저트 소비가 강한 데는 뿌리 깊은 카페 문화도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원두 수입량은 18만4,600톤으로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커피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식사를 마친 뒤 카페로 이동해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하나의 식사문화가 됐기 때문이다. 카페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음료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고, 경쟁은 자연스럽게 디저트 퀄리티와 콘셉트로 이동했다.
한국신용데이터(KCD)는 2025년도 4분기 소상공인 동향리포트에서 “단기 매출증대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이 하락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의 비용 관리 효율화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트렌드 메뉴 도입 등 기민한 대응이 실직 수익성 개선의 핵심변수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물가에 지친 사람들에게 달콤함은 가장 저렴한 위로다. 소상공인들은 그 줄을 바라보며 오늘의 매출과 내일의 유행을 계산한다. 나를 위한 보상과 살기 위한 계산이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다.
정래연 기자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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