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후 AI 플랫폼 '스마트 글라스'... 빅테크 노림수는 '잠금 효과'
삼성, '글라스→AI→스마트폰' 연결 전략
메타, AI 비서 안경이 SNS 계정까지 관리
알리바바, 안경 다음은 반지·이어폰 예고
AI 통합된 일상형 웨어러블로 시장 확대

'실패한 미래'라고 혹평받았던 스마트 글라스가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급성장 덕에 스마트폰 이후의 AI 플랫폼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15일 테크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스마트 글라스를 자사 기술 생태계에 소비자들을 묶어두는 '록인(잠금)' 수단으로 점찍고 흥행작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갤럭시 S26 흥행몰이에 한창인 삼성전자도 갤럭시 생태계 록인을 구상 중이다. 김용제 삼성전자 소비자경험(MX) 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차세대 AI 기기 중 모두가 주목하는 하나가 안경"이라며 "사용자가 어디를 보는지 AI로부터 전달받은 스마트폰이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글라스가 스마트폰과 연계하는 구조로 나올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배터리와 고성능 칩을 모두 안경에 넣는 대신, 이미 보급된 갤럭시 스마트폰을 '두뇌'로 활용해 안경의 무게와 발열을 줄이고, 스마트폰과 연동만으로 사용자가 새 디바이스를 경험하게 한다는 계산이다. 갤럭시 폰과 워치, 버즈에 이어 글라스까지 이어지면 사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강력한 경쟁사는 단연 시장을 선점한 메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세계 스마트 글라스 출하량의 82%를 차지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레이밴과 손잡고 카메라와 음성 비서 기능을 결합한 '레이밴 메타'를 수년간 판매하며 소비자에게 스마트 글라스라는 카테고리를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메타는 자사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시각 AI 모델을 안경에 결합해 사용자가 보고 듣는 것을 이해하는 AI 비서 콘셉트를 내세운다. 이는 메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과도 연결된다. 영상 촬영과 라이브 스트리밍, 문자 확인·회신, 음악·팟캐스트 재생이 안경 하나로 처리되도록 해 사용자들을 자연스럽게 메타 계정과 서비스에 묶어 둔다는 전략이다.
중국 빅테크도 가세했다. 알리바바는 자체 LLM '큐웬'을 앞세운 생활형 AI 안경 '큐웬 글라스'를 2~5일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6'에서 공개했다. 겉보기엔 일반 플라스틱 테 안경과 비슷하지만, 렌즈 옆에 카메라를 넣고 듀얼 배터리와 퀄컴의 증강현실(AR) 전용 칩을 탑재했다. 사용자가 안경을 쓴 채 거리를 바라보며 "근처에서 평점 높은 식당 찾아줘" "택시 불러줘"처럼 음성 명령을 내리면, 큐웬 앱과 연동해 주문부터 결제까지 처리한다. 알리바바는 반지와 이어버드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스마트폰 화면 속 앱에 묶여 있던 사용자의 경험을 눈과 귀, 손으로 확장하는 록인 시나리오를 그리는 것이다.

스마트 글라스는 한때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구글은 구글 글라스를 2013년 개발자에게 한정 판매하고 이듬해 미국과 영국에서 베타 버전(시험용 제품)을 출시했지만, 일반 소비자용 판매는 못 한 채 사업을 접었다. 그땐 기능이 카메라와 간단한 알림에 머물렀는데도 동의 없는 촬영과 감시에 대한 우려가 컸다. 에릭 슈미트 당시 구글 이사회 의장도 "구글 글라스가 적합하지 않은 장소가 있다"며 새로운 사회적 규칙이 필요하다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AI가 일상에 본격 스며들며 우려에서 기대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MWC 2026 기조연설에서 "스마트 글라스는 눈앞의 모든 상황을 중계하는 이동식 카메라가 된다"며 "길 가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글라스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최저가를 찾고, 가상 피팅을 도와주며, 결제까지 마친다"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 글라스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9% 성장했다. 피터 리처드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나와 같은 것을 보는' 카메라, AI 통합 기능 중심의 일상형 웨어러블이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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