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전성찬 신임 봉산문화회관 관장 "좋은 작품·저렴하게·가까이서"
연극·뮤지컬 중심 극장 표방…정체성 강화
서문시장 설화 바탕 창작 뮤지컬 자체 제작
424석 가온홀 등 중극장 규모, 연극서 강점
1천원~1만원 사이 티켓가로 관객 유입 이끌것
도심 입지 활용·관광지 결합한 홍보 콘텐츠도
지난 13일 만난 전성찬 신임 봉산문화회관 관장은 취임 후 3개월간 회관 운영 방향의 '새 판'을 짜기 위해 분주하게 보냈다.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고, 대구문화재단과 대구시의회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문화 현장을 행정·경영·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공연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봉산문화회관은 20여 년 만에 처음 '연극·뮤지컬 중심 극장'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합리적인 가격의 공연 정책을 내세웠다. 이에 부응하듯 그 첫 무대인 신춘콘서트 '리스타트'는 티켓 오픈 세시간 만에 매진됐다. 쟁쟁한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1천원에 선보였기 때문이다.

- 취임 소감이 어떤가
▶그간 문화행정의 이론과 실무를 두루 섭렵해왔지만 공공 문예회관이라는 현장의 무게감은 또 다르게 다가온다. 연말·연초 예산과 의회, 구청 등 여러 관계를 정리하며 숨 가쁜 시간을 보냈다. 예산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모사업을 따내기 위해 직접 기획하고 PT에 들어가 상반기 3억1천만원의 외부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기관에 대한 여러 우려가 많은 것도 알고 있다. 개선할 점은 과감히 혁신하고 공공 문예회관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 올해 첫 기획 공연이자 '리스타트'라는 주제로 신춘콘서트를 연 이유도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직원들도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구민과 예술가들에게 도움되는 실용적인 공공 문예회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올해 연초 '연극·뮤지컬 중심 극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방향성을 설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그동안 구·군 문화회관이라면 종합 장르를 표방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것도 좋지만 최근 중앙부처의 방향이 자체 창작 콘텐츠를 통해 IP(지식재산권)를 키우려 하고 있다. 이제는 각 공연장이 자신만의 특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봉산문화회관은 오래전부터 연극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극장 중 하나다. 가온홀(424석)과 라온홀(80석)은 대형 공연장과 달리 배우와 관객의 호흡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중극장 규모라 오히려 창작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을 올리기엔 장점이 될 수 있다. 이런 강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자 개관 이래 처음으로 이러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다른 장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을 중심으로 공연장의 방향성을 설정하겠다는 뜻이다.

- 임기 내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인가
▶우선 공연은 올해 서문시장의 '금달래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 뮤지컬을 자체 제작해 9월에 선보인다. 낮에는 평범한 시장이지만, 밤에는 도시를 지키는 히어로로 변한다는 판타지 설정을 더한 작품이다. 대구에서 서문시장은 민생 경제의 상징이지 않나. 서문시장이 지닌 공동체 정신과 사회적 포용의 메시지를 담아 요즘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는 움직이는 어물전, 그릇가게 등을 구현하고 라이브 연주도 곁들여질 예정이다. 현재 제작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오는 21일 신춘콘서트 '리스타트'에서 하이라이트를 먼저 선보인다.
전시 분야에서는 '스토리가 있는 전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 미술사의 인물과 서사를 관람 경험 속에 녹여내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9~10월에는 중구 수동에 대구미술사를 설립한 서동진 화백과 그의 제자인 이인성, 김용조 화백 등의 이야기를 배우들의 퍼포먼스로 재현해 관람객에게 능동적인 작품 관람을 제공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기업과 작가를 연결하는 '아트 도네이션 전'을 추진한다. 기업이 작품을 기증받는 대신 청년 작가 지원금을 기부해 균등배분하는 방식으로, 예술 지원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한다.
- 봉산문화회관은 대구 중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도심 입지를 활용한 계획도 있는가
▶동성로와 도보 10분 거리라는 최고의 접근성을 지녔지만 위치라는 것이 맹목적으로 믿을 수 있는 장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좋은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가까운 곳에' 세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누구나 부담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봉산드림티켓' 제도를 도입한다. 초대권 중심의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1천원~1만원 사이의 합리적인 티켓 가격으로 양질의 공연을 제공할 예정이다. 1천원이라도 시민들이 직접 예매해야 공연장으로 발길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 문예회관인 만큼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고 클래식, 무용, 전통공연 등 여러 장르의 공연을 계속해서 올려야한다.
또 청년 뉴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중구의 주요 관광지와 공연장을 배경으로 한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홍보를 추진한다. 봉산드림티켓과 시너지를 낸다면 청년층의 발길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 새롭게 추진되는 정책·사업도 있는가
▶가정의 달을 맞아 '근대로 그림책 페스티벌'을 새롭게 선보인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대표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알사탕', '장수탕 선녀님'을 비롯해 방정환 선생 작품 원화 전시를 함께 마련한다.
창작 지원 방식도 기존 완성작 지원 방식에서 '쇼케이스 제작 지원'으로 개편한다. 쇼케이스 지원사업이 드물기도 하고, 초기 단계의 작품을 발굴해 새로운 공연 콘텐츠의 출발점이 되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