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로 1초 만에 인증…‘빈손 결제’ 시대 열리나

조유빈 기자 2026. 3. 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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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철수, 플랫폼이 주도권…페이스페이 이용자 200만 돌파
보안이 최대 과제…얼굴 등록 거부감·심리적 장벽이 시험대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 있는 결제 단말기에서 얼굴결제 방식을 선택했다. 카메라 앞에 얼굴을 비추자 1~2초 내에 결제가 완료됐다. 결제 시간은 삼성페이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휴대전화를 단말기에 갖다 대거나 직원에게 건넬 필요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간편하게 느껴졌다.

결제의 진화가 더 가볍고, 더 간단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금 여러 장을 세어 건네야 하던 과거와 달리 신용카드 한 장으로 결제 수단이 바뀌었고, 이젠 스마트폰에 카드를 이식한 '페이' 서비스가 대중화됐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빈손'으로 결제하는 시대가 왔다. 대표적인 것이 얼굴결제다. 미리 등록된 얼굴 정보와 결제 수단을 연동해 별도의 기기나 실물 카드 없이도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면 결제가 진행되는 구조다. 지갑을 두고 와도,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연합뉴스

단말기 보급부터 큰 그림…등록 과정 간편화

얼굴결제가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새로운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얼굴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쥔 토스의 페이스페이 이용자는 출시 5개월 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전월 대비 180% 이상 증가하는 등 실사용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얼굴결제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토스, 네이버페이 등 금융 플랫폼이다. 각사는 페이스페이, 페이스사인 등의 이름으로 얼굴결제 서비스를 키우는 중이다.

'온라인 결제 강자'인 이들이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얼굴결제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이 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2016년 23조5000억원에서 2024년 350조원 규모로 약 15배 성장했다. 간편결제 시장은 오프라인 시장과 온라인 시장으로 나뉜다. 네이버페이와 토스페이 등은 온라인 시장에서는 카카오페이와 함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42%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절대 강자' 삼성페이에 한참 밀려 있다. 삼성페이가 시도하지 않은 얼굴결제는 금융 플랫폼 기업들이 새롭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과거와 달리 얼굴결제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으며 편의점, 카페, 식당가 등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얼굴결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움직임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시작점은 2019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신한카드의 페이스페이였다. 2020년부터 한양대 서울 캠퍼스를 기점으로 일부 홈플러스 매장과 GS25 점포 등으로 결제 영역을 넓혔으나, 가맹점이 확산되지 않으면서 페이스페이 서비스도 대중화되지 못했다. 신한카드는 최근 단말기 철거와 서비스 운영 계약 종료 등을 이유로 3월31일 페이스페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신한카드가 철수하면서 얼굴결제 시장의 주도권은 플랫폼 기업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미 한국에서는 삼성페이로 대표되는 간편결제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추가적인 결제 수단을 등록해 이용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업장에서도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하거나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얼굴결제 전용 단말기를 도입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불편한 등록 방식과 결제의 범용성이 과제로 남게 된 배경이다.

금융 플랫폼 기업들의 페이스페이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먼저 토스페이나 네이버페이는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확보한 젊은 이용자들을 바탕으로 얼굴결제 이용자를 비교적 쉽게 모을 수 있었다. 등록 방식의 불편함도 해결했다. 신한카드의 페이스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은행 창구나 무인 등록기에서 등록해야 했지만, 네이버페이나 토스의 얼굴결제는 특정 장소를 방문할 필요 없이 휴대전화만으로 등록할 수 있다. 실제로 토스 앱을 통해 좌우상하 얼굴을 인식하고 신분증 인증을 마치니 2~3분 내에 등록이 완료됐다.

등록과 사용 방법이 간편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업장이 한정적이라면 활성화될 수 없다. 지금 얼굴결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플랫폼 기업들이 '단말기'에 주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스는 자회사 토스플레이스를 통해 결제 단말기 토스 프론트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페이, 애플페이, QR 간편결제 등 결제 방식까지 모두 지원되는 단말기로, 얼굴결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단말기를 적극 배포해 왔다. 편의점이나 카페, 식당 등을 중심으로 전용 단말기를 늘려가며 적자까지 감수한 결과, 얼굴결제가 가능한 인프라가 깔리게 된 것이다.

자체 오프라인 통합 단말기 'Npay 커넥트'를 내놓은 네이버페이는 단말기 도입 시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금융 지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네이버페이는 얼굴로 결제하고 바로 온라인 리뷰를 남길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온·오프라인 경험을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용자 유입을 위한 협업과 프로모션, 이벤트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토스는 모든 매장에서 페이스페이를 이용할 경우 3% 캐시백을 제공하고 있다. 밸런타인데이와 설 연휴에도 이벤트나 게임을 통해 기프티콘이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페이스페이 이용을 이끌었다.

지난해 9월2일 서울 강남구 SJ쿤스트할레에서 열린 토스 페이스페이 간담회에서 관계자가 페이스페이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리적 장벽 넘나…"다층적 보안 기술 적용"

전 세계적으로 비접촉식 결제 수요가 늘고,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얼굴결제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얼굴결제는 거래 시간 단축과 결제 처리 용이성 등 수익성 있는 이점이 있다"며 "얼굴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결제 시스템은 PIN과 비밀번호를 사용해 사용자를 인증하는 다른 디지털 결제 방식보다 안전하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생체 인증을 이용하는 결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앞서 금융권 등에서도 홍채인증이나 정맥 인증 등 생체 인증 방식을 내놓았지만 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인한 저조한 이용률로 인해 상용화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최근 연이은 해킹 사태로 개인정보 유출 범죄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데다, 얼굴 정보가 딥페이크 등 신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생체 인식 정보는 유일성·불변성의 특성이 있어 유출 시 피해를 복구하기 어렵고, 민감정보가 추출되거나 위·변조되어 악용될 수 있는 특성이 있으므로, 생체 인식 정보 특성을 고려한 특별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미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이 완성된 시점에, 얼굴결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얼마나 허물 수 있는지가 활성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 플랫폼 기업들도 보안을 최대 과제로 꼽고 있다. 실제 사람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비롯해 얼굴 변화 및 유사 얼굴을 구분하는 기술 등 다층적 보안 기술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토스는 사용자 데이터를 모두 암호화해 관리하고 있으며, 24시간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을 가동해 이상 거래에 대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부정 거래가 발생할 경우 피해 금액 전체를 보상하는 '안심 보상제'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토스 맞붙는 얼굴결제, 카카오는 왜 안 할까

온라인 간편결제 강자인 토스와 네이버페이가 얼굴결제 시장에서의 경쟁을 달구는 가운데, 카카오페이는 유일하게 이 시장과 거리를 두고 있다. 수익 확보의 어려움과 경쟁 부담 등을 고려해 단말기 도입 없이 기존 QR 결제나 바코드 결제 등으로만 오프라인 결제 사업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박정호 카카오페이 서비스 총괄리더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에서 "오프라인 단말기 도입을 통한 단순 결제 수수료만으로는 충분한 기대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고, 밴(부가통신사업자)사나 포스(판매관리시스템 단말기)사 등 기존 인프라 플레이어와 협력이 아닌 경쟁을 해야 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카카오페이는 하드웨어 없이 디지털 채널에 집중해 차별화된 유저 가치를 창출하고 가속화하는 전략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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