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승일〉분산전력망 구축,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국가 전략이다

전남일보 2026. 3. 1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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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원장

지금 세계는 에너지 패권경쟁의 시대에 들어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중동 정세,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재편은 이러한 사정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에너지는 더 이상 단순한 산업인프라가 아니다. 국가 안보의 핵심이자 국가 산업경쟁력 그 자체이다. 특히 AI와 반도체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지금, 에너지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AI데이터센터는 웬만한 도시와 맞먹는 전력을 사용하고 반도체 공장 하나는 중형 발전소가 만들어 내는 수준의 전력을 소비한다. 지금 글로벌경제를 끌고 갈 유망산업의 이동에는 하나의 명확한 원칙이 생겼다. AI와 반도체는 전기를 따라 움직인다.

전력이 충분한 곳으로, 전력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재생에너지의 공급이 가능한 곳으로 거대자본은 이동한다. 미국 텍사스, 북유럽, 중동 국가들이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을 끌어들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사정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전력망은 중앙집중형으로 대부분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전력이 송전선로를 따라서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이 송전선로 하나를 건설하는 데에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한데다가 감내하기 어려운 사회적 갈등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100GW 시대를 제시하고 있지만 지금의 전력망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못한다면 이 계획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분산에너지로의 전환은 분산전력망을 구축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분산에너지 시대로 전환은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에너지를 생산하여 그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만드는 지역 중심의 분산전력망으로 전환하는 혁신전략을 함께 펼쳐가야만 한다. 이런 분산전력망이 적기에 구축되어야만 AI데이터센터와 RE100 산업이 지방으로 활발하게 이전하게 될 것이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지산지소형 산업 생태계도 함께 만들어질 것이다. 분산전력망은 송전망에 비하여 훨씬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 안에 구축할 수 있다. 적절한 여건을 갖춘 지역이라면 수 년안에도 분산전력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주민들이 에너지 생산에 직접 참여하고 사업의 수익을 공유하는 에너지 기반 상생경제 모델 또한 구현될 것으로 기대한다.

분산에너지로 전환은 국가 산업 경쟁력 향상 전략이며 지역균형발전 전략이다. 세계는 이미 에너지전환 경쟁에 돌입하였는데 우리는 아직도 송전망을 건설하는 문제를 두고 해묵은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현재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AI 산업도 데이터센터도 첨단 제조업도 전력경쟁력이 있는 다른 나라로 떠나갈 것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감한 에너지정책의 전환이다.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 의존 정책에서 분산전력망 중심 정책으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
문승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