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진짜 사랑하는 아랍남자가 있다고?”…관세란 단어의 비밀[사와닉값]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6. 3. 1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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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점 지구 제일의 트러블 메이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런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가 있다. 콜라와 관세. 그는 매일같이 콜라를 들이켜며 관세를 때린다. 트럼프의 목은 시원하겠으나, 우리의 무역 길은 갑갑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사랑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는 카드로 ‘관세’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관세 부과는 의회의 권한이라면서, 트럼프에게 한방 먹였으나 그는 의연하다. 또다시 관세의 잽을 날릴 태세다. 트럼프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그건 바로 관세(tarriff)다.”

그가 조금만 더 역사를 알았더라면, ‘타리프’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타리프’라는 단어가 아랍어에서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대표적인 반이슬람 인사. 아랍의 향기가 이 단어에 묻은 걸 알았다면 그는 아마 다른 단어를 내세우지 않았을지. 전 세계의 경제 체제를 뒤흔들고 있는 타리프.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나 아랍 싫어해요, 근데 타리프 좋아해요.” 2월 28 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팜비치 마르라고에서 전쟁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출처=백악관]
이슬람 장군, 유럽을 흔들다
‘타리프’에 대한 기원으로는 유력한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내용은 약간 다르지만 한 가지 명제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타리프’라는 단어가 모두 이슬람에서 기원했다는 사실.

우선 가장 재미있는 설부터. 8세기 북아프리카의 점령자는 무슬림이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장군, 타리프 이븐 말릭이었다. 그는 북아프리카에 만족하지 못했다. 지중해를 건너 스페인 남부를 차지한 배경이었다. 자기 물건엔 제 명찰이 필요한 법이어서, 그는 점령지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현재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 그렇게 타리파가 됐다. 이슬람 세력은 그때의 정복을 기반으로 스페인 북부까지 치고 올라갔다. 스페인은 800년 동안 무슬림의 땅이었다.

“타리프한테 져선 안 된다고...” 이슬람에 맞서 싸운 스페인 로드리고 왕. 작품은 후대인 1871년 화가 베르나르도 블랑코의 작품.
‘타리파’는 지중해의 요충지였다. 대서양이나, 북해로 나아가고자 하는 무역인들은 모두 타리프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산이 풍부한 북아프리카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타리파는 개나 소나 자기 도시를 쉽게 지나가게 두지 않았다. 도시를 통과하는 선박에 돈을 요구했다. ‘타리파에 내는 돈’. 타리프였다. 용어의 의미가 점점 외국 물건에 부과하는 돈으로 확장했다는 설. 이슬람 맹장의 이름이 오늘날 경제 용어에도 새겨졌다는 의미. 트럼프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는 타리프를 두고 아름다운 단어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유력한 설. Tariff라는 용어가 ‘공지’라는 뜻의 아랍어 ta-rif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세 이슬람 맹주 오스만튀르크에서 타리프가 ‘요금’이란 말로 확장됐다가 이탈리아까지 퍼졌다는 것이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는 오스만제국은 중세 시대 그 위용이 대단했다. 1453년 동로마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했을 정도였으니까. 콘스탄티노플은 그 해부터 오늘날까지, 이스탄불로 불린다.

“이제 이곳은 이스탄불이다.” 오스만튀르크 마호마트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모.습 19세기 이탈리아 화가 파우스토 조나로의 작품.
변곡점에 항상 나타난 타리프
중세 이탈리아인들은 셈에 밝았다. 그들은 당대 최고 ‘선진국’이었던 오스만과 무역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는데, 그 과정에서 tariff라는 개념이 점점 스며든 것으로 전해진다. 중세 라틴어(당시 이탈리아 공용어) 문헌에는 Tarifa 라는 말이 처음 나타난다. 여기서 의미는 ‘가격의 목록, 세율표’였다.
“요즘~ 동학개미들이 저금을 안 해요~”14세기 이탈리아 은행가들.
오늘날 관세와 비슷한 의미로 수렴하고 있었다. 16세기가 되면 우리가 쓰는 영어에서도 최초로 Tariff라는 말까지 등장한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유럽과 아프리카만을 오가던 무역선은 이제 대해(大海), 대서양까지 나아갔다. 무역은 세계 경제의 핵심 동력이 됐다. 타리프도 큰 배에 함께 승선해 세계로 뻗어나갔다.
낮으면 낮을수록 좋아
‘타리프’는 역사의 변곡점에서 그 얼굴을 들이밀었다. 18세기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은 영국의 관세 정책에 항의해 ‘보스턴 티 파티’ 사건을 일으켰다. “영국 정치에 관여할 권리도 주지 않으면서 세금만 뜯어간다”는 항의. 미국의 독립 전쟁으로 이어진 일대의 사건이었다.

여러 도시국가로 찢어져 있던 독일은 서로 지역에 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하는 ‘졸버라인’이라는 관세 동맹을 맺고 나서 통일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리프’라는 단어가 크고 높을수록 경제는 분란을 일으켰고, 작고 낮을수록 풍요를 가져왔던 셈. 트럼프의 타리프 사랑이 유독 우려스러운 이유이기도. 그의 애정이 오직 콜라만을 향하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관세, 그거 다 때려 부숩시다” 19세기 관세를 둘러싼 논쟁을 묘사한 풍자화.
<세줄요약>

ㅇ트럼프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는 Tariff, 관세다.

ㅇTariff는 아랍 장군 타리프 이븐 말릭의 이름에서 따왔다.

ㅇ아랍 혐오자 트럼프가 역사를 알았더라면, 타리프를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이름에 묻은 역사의 값어치를 탐구합니다. 친숙한 이름들에 서려 있는 역사 얘기를 격주로 전하겠습니다. 태국에선 사와디깝, 매경에선 ‘사(史)와닉값’을 외쳐주세요. 구독을 눌러주시면 놓치지 않고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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