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주택 전환 추진...정부 ‘초단기 공급’ 카드 꺼낸다

이다원 2026. 3. 15. 13:2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절벽 해소...상가·오피스 주거 전환 추진
공실 상업시설 활용해 청년·1인가구 임대주택 공급
건축 규제·리모델링 비용...현실적 전환 장벽 여전
“용도 변경 이후 세제·금융 등 지원도 고려해야”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정부가 공실 상가와 업무시설을 주택으로 전환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주택 ‘공급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상업용 건물을 활용해 단기간에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건축 규제와 제도적 제약이 적지 않은 만큼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제도 정비를 서두르는 동시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시내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실 상가를 주거용으로 전환해 청년과 1인 가구 대상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에 대한 제도적 검토가 한창이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도 수도권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에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수도권 상가 전환을 검토해 왔다”며 “관련 논의를 지난해부터 쭉 이어온 만큼 최대한 빨리 법 등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가를 주택으로 빠르게 개조해 공급한다든가, 특히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원룸 주택 공급 방식을 채택해 초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릴 생각”이라며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초단기적 주택 공급 대책이나 민간정비사업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는 여러 행정적 지원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도심 상업시설 공실을 활용해 비교적 빠르게 주거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국토부는 공실 상가뿐 아니라 오피스와 숙박시설 등을 매입하거나 임차한 뒤 주거용으로 용도를 변경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상가·업무시설의 주거 전환 문턱을 낮추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올해 상반기 내로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재 주차장과 정화조 등 주거시설 건축 기준 일부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민간 임대사업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상가 리모델링 비용 지원과 금융·융자 확대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기존 건물의 용도 전환을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심 신규 주택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오는 2030년까지 서울 주택 공급 물량은 착공 기준으로 연평균 2만 6000가구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도권 기준으로는 9만 2000가구가 부족한 상태다. 게다가 서울 도심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아파트를 공급하려면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최소 10년가량이 걸리는 점을 고려했을 때, 차라리 기존 건물의 구조를 변경하면 공급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으므로 단기 공급 확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공실 증가가 고질병으로 꼽히는 지식산업센터도 논의 대상 가운데 하나다. 지식산업센터는 여러 기업이 입주하는 집합건물로 최근 과잉 공급·경기 침체 영향에 공실 증가와 거래 감소를 겪고 있다. 공실이 늘면서 임대 수익이 줄어들 경우 대출 상환 능력이 약화될 수 있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험 요인으로도 거론되는 등 시장 위협까지 커지는 만큼, 업계에서는 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 등 준주택으로 전환해 공실 문제와 도심 주택 공급 부족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오래 진행해 온 논의인 만큼 발 빠르게 관련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업시설 용도 전환은 오랜 시간 끌어온 이슈로 건물 소유주 입장에서는 일종의 희망고문”이라며 “일단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실효성, 사업성 등을 따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전환 과정에서 현실적인 장벽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업시설이나 업무시설은 주거 용도를 전제로 설계된 건물이 아닌 경우가 많아 리모델링 등 추가적인 시공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구조 변경 과정에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무실 공간을 주거용으로 바꾸려면 주방과 욕실 같은 물 사용 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하고 배관과 방수 설계를 보강하는 공사가 필요하다. 벽체 구조 역시 주거시설 기준에 맞게 다시 시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리모델링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나 상가를 주택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큰 규모의 공사가 필요하다면 소유자들이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용도 변경을 허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거 전환 과정에서 상당한 추가 공사비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용적률 인센티브나 세제·금융 지원 등 정책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원 (dani@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