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극적 표현 [김용우의 미술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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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꽃소식을 앞세운 봄이 찾아왔다.
점차적으로 동적 표현을 가미한 인간적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베르니니의 작품도 인간적 감정 표현과 역동적인 묘사, 그리고 작품의 섬세한 디테일에서 한차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안고 있는 왼손을 살아있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사실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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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의 미술思 51편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
작품 ‘페르세포네의 납치’
대리석 아닌 인체 보는 듯
손과 살집 디테일하게 표현
긴장된 근육서 동적 표현 완성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 페르세포네의 납치, 1621~1622년, 대리석, 높이 255㎝, 갤러리아 보르게세, 로마. [작품 | 위키피디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5/thescoop1/20260315124541330ukln.jpg)
그리스 신화에도 '봄의 여신'이 있다. 페르세포네(Persephone)다. 로마에서는 프로세르피나(Proserpina), 영어로는 프로서피나(Pro serpina)'라 일컫는다. 페르세포네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Demeter)의 딸이다. 곡식을 키우고 농사를 관장하는 여신으로 영어로는 '세레스(Ceres)', 혹은 '시리어스'로 불린다. 아이들 영양 이유식과 간편 영양식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이런 페르세포네 이야기를 조각 작품으로 남긴 바로크 시대 조각가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Giovanni Lorenzo Bernini·1598~1680년)의 작품 '페르세포네의 납치'를 살펴보자.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난 베르니니는 조각가 피에트로 베르니니의 아들로 어릴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다. 교황 바오로 5세의 총애와 교황 사촌 '피오네 보르게세' 추기경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장하고, 재능을 발휘했다.
대표작으론 '성녀 테레사의 환희' '아폴론과 다프네' '베드로 성당 발다키노'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로마의 여러 분수를 설계·제작하고, 베드로 성당의 조각도 남겼다. 그래서인지 베르니니의 조각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찾는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베르니니는 빼어난 외모와 귀족적 교육, 몸에 밴 품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설一說에 의하면 지나가기만 해도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고, 원하는 걸 바라만 봐도 구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교양과 능력을 겸비한 잘생긴 엄친아였던 듯하다.
이제 작품 '페르세포네의 납치'로 한걸음 들어가보자. 작품은 매우 역동적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조각을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졌는데, 이는 '도나텔로' '베르키오' '미켈란젤로' 세 거장의 동명同名 작품 '다비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점차적으로 동적 표현을 가미한 인간적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베르니니, 페르세포네의 납치(부분). [작품 | 위키피디아]](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5/thescoop1/20260315124542698cymd.jpg)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안고 있는 왼손을 살아있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사실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리석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인체를 보는 듯하다. 극적인 표현은 손과 살집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것뿐만이 아니다. 잡혀가지 않으려 저항하는 페르세포네의 격렬한 몸짓에서 극적 표현은 절정에 달한다.
하데스 팔다리의 긴장된 근육과 자세에선 완벽한 동적 표현이 완성된다. 발아래 지옥의 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Cer berus)가 '저승의 왕' 하데스임을 알리며 공포와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결국 페르세포네는 지하 세계로 가서 하데스의 부인이 된다. 이 때문에 딸을 잃은 데메테르가 슬퍼하며 지상의 모든 곡식을 말려버리자 신들이 중재에 나서 페르세포네는 봄부터 가을까지 지상에서 살 수 있게 됐다.
그리하여 봄이 되면 페르세포네는 지상에 나와 세상의 모든 생명을 깨우고 꽃을 피워 풍요로운 성장과 결실을 관장하다 추워지면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 새로운 봄을 기다린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이다. 오늘은 추운 겨울을 지내고 나온 파릇한 달래와 냉이를 캐러 가야겠다. 여기저기 꽃을 피우는 페르세포네를 그리면서 말이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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