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채권금리↑···주담대 7% 코앞인데 '마통투자' 늘어
주담대 줄고 신용대출 급증···마이너스통장 잔액 3년 만에 최대
부동산 대신 증시로 이동하는 ‘투자자금’···증시 저가매수 자금 유입 영향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1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50∼6.504% 수준으로 집계됐다. 1월 16일(연 4.130∼6.297%)과 비교해 약 두 달 사이 상단이 0.207%포인트, 하단이 0.120%포인트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은 시장금리의 대표 지표인 은행채 금리 상승이다.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3.580%에서 3.860%로 0.280%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채권 금리가 꾸준히 상승해온 가운데 최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커진 것이 금리 상승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현재 주담대 혼합형 대출금리 수준은 2023년 10월말(6.705%) 이후 2년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3.930∼5.340%(신용 1등급·1년 만기 기준)로 2개월 전보다 하단이 0.180%포인트 높아졌다. 지표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200%포인트 뛴 탓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신규 코픽스 기준·연 3.850∼5.740%)의 상·하단도 최근 두달새 각 0.090%포인트, 0.106%포인트 상승했다.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는 지난 13일 연 2.770%로 두 달 전에 비해 0.120%포인트 내렸지만 은행이 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 폭을 키우거나 우대금리를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당분간 금리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주택 가격과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동 정세 불안까지 더해지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반영됐다. 보고서에는 "3월 들어 중동지역 분쟁에 따른 대외 환경 급변으로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도 확대됐다"며 "대내외 여건 변화와 경제지표 등을 지켜보며 당분간 신중한 중립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는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연 2.50% 수준에 묶여있지만 시장금리는 사실상 지난해 하반기에 인하 사이클(주기)을 마치고 상승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이자 부담으로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이 시작되지만 최근 은행 대출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등과 얽혀 오히려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12일 기준 합산 신용대출잔액(766조5501억원)은 2월 말보다 6847억원 급증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에 대한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투자 수요가 주택에서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8302억원 뒷걸음쳤지만, 신용대출이 무려 1조4327억원 급증했다. 이러한 증가 규모는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개인이 실제로 사용 중인 마이너스통장 잔액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1조3114억원 증가했다. 월말 기준 잔액 규모로 보면 2022년 12월 말(42조546억원)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증가 폭 역시 아직 12일간의 통계이지만 월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20년 11월(2조1263억원) 이후 약 5년 3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신용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증시 투자 자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고 자금을 증권사 계좌로 옮기는 움직임이 늘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 신용대출 증가는 증권사 이체가 주요 원인이다"며 "최근 코스피·코스닥지수가 급락할 때 저가 매수 자금 등으로 보이는 증권사 이체금액이 하루 1500억원을 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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