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그리듯 어디든 전자회로 그리는 액체금속 파우더

임정우 기자 2026. 3. 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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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나 섬유, 살아 있는 나뭇잎 위에 연필로 선을 긋듯 전자회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KAIST는 박인규 기계공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김혜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교수 팀과 공동으로 원하는 표면 위에 직접 전자회로를 그릴 수 있는 액체금속 파우더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다 쓴 회로를 물에 녹인 뒤 수산화나트륨으로 처리하면 액체금속을 회수할 수 있고 다시 파우더로 만들어 재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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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ETRI
액체금속 파우더로 유연한 필름 위에 그린 전자회로. 구부려도 회로가 끊어지지 않고 LED가 정상 작동한다. KAIST 제공

종이나 섬유, 살아 있는 나뭇잎 위에 연필로 선을 긋듯 전자회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복잡한 장비 없이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전기가 통하고 다 쓴 회로에서 금속을 회수해 다시 쓸 수도 있다.

KAIST는 박인규 기계공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김혜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교수 팀과 공동으로 원하는 표면 위에 직접 전자회로를 그릴 수 있는 액체금속 파우더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지난해 12월 9일 온라인 게재돼 후면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액체금속은 액체처럼 흐르면서도 금속처럼 전기가 잘 통해 유연 전자소자의 유망 소재로 꼽힌다. 표면장력이 매우 커서 원하는 곳에 정밀하게 바르기 어렵고 쉽게 번지거나 뭉치는 문제가 있다. 별도의 표면 처리나 고온 공정이 필요해 실제 활용에 한계가 컸다.

연구팀은 액체금속을 미세한 가루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파우더 속 액체금속 입자는 각각 얇은 산화막으로 감싸여 있어 평소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붓으로 문지르거나 손가락으로 누르면 산화막이 깨지면서 내부 금속이 서로 연결돼 전기가 흐른다. 원하는 부분만 눌러서 회로를 만드는 방식이라 기존 액체금속의 번짐 문제 없이 정밀한 패턴을 구현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장소와 재질을 거의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열처리 없이 종이, 유리, 플라스틱, 섬유는 물론 살아 있는 나뭇잎 위에도 바로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상온에서 1년 넘게 보관해도 성능이 유지되고 수만 번 구부리거나 비틀어도 회로가 끊어지지 않았다.

재활용도 가능하다. 다 쓴 회로를 물에 녹인 뒤 수산화나트륨으로 처리하면 액체금속을 회수할 수 있고 다시 파우더로 만들어 재사용할 수 있다. 전자폐기물을 줄이는 친환경 기술로도 의미가 있다.

피부 부착형 무선 건강 모니터링 패치를 팔에 붙인 모습. KAIST 제공

연구팀은 피부에 붙이는 무선 건강 모니터링 기기와 형태가 자유롭게 바뀌는 소프트 로봇 회로를 실제로 만들어 작동을 확인했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소프트 로봇, 유연 전자소자 등 차세대 전자기기 분야에서 폭넓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인규 교수는 "전자회로 제작을 그림 그리듯 직관적으로 만들 수 있고 재활용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입는 컴퓨터나 형태가 변하는 IoT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doi.org/10.1002/adfm.202527396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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