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병원 조사 거부 계기…‘인권위, 병원 진료기록 열람’ 개정안 국회 통과

고경태 기자 2026. 3. 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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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침해 조사 과정에서 의료기관에 해당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증 장애 환자의 폭행·사망이 반복된 울산의 정신의료기관인 반구대병원에서 지난해 1월 현행 의료법을 근거로 인권위의 진료기록 열람 등 조사를 거부한 일이 개정안 발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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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18일 밤 9시19분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한 환자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김씨 살해를 주도한 주범이고, 왼쪽은 종범이다. 피해자 김씨가 옷을 벗은 채 탈출을 시도하다가 이들에 의해 방안으로 밀려들어 간 시각은 25분 뒤인 9시44분이었다. CCTV 갈무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침해 조사 과정에서 의료기관에 해당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증 장애 환자의 폭행·사망이 반복된 울산의 정신의료기관인 반구대병원에서 지난해 1월 현행 의료법을 근거로 인권위의 진료기록 열람 등 조사를 거부한 일이 개정안 발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15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인권위가 조사와 관련해 당사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에 기록의 열람 또는 사본 교부를 요청하는 경우” 의료기관이 환자에 관한 기록을 제공하도록 했다.

현행 의료법은 해당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기록 열람 요청에 응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진정 당사자가 진정을 넣고 퇴원하는 경우나 환자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 병원이 기록 열람을 거부하면 인권위는 더는 요구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서미화 의원은 제안 이유에 대해 “인권위는 최근 10년간 정신의료기관의 인권침해 행위와 차별행위에 관한 조사 건수만 1만7천여 건 이상에 이른다”며 “ 인권위 조사업무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현행 의료법에 명확한 근거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의 계기에 대해서는 “지난해 1월 반구대병원이 인권위 직권조사를 거부한 일”이라고 했다.

반구대병원은 2024년 11월 인권위 방문조사에서 입원실 잠금장치와 변이 묻은 침대 등 반인권적이고 비위생적인 환경이 확인돼 두 달만인 지난해 1월17일 인권위 직권조사단의 방문을 받았으나, 현행 의료법을 정면으로 문제 삼으며 진료기록 열람 등 조사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20여개 병상을 갖추고 있는 이 병원의 입원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적 장애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구대병원은 직권조사 거부로 인권위의 과태료 부과를 앞두고 있다. 또한 2022년과 2024년 잇따라 발생한 폐쇄병동 내 환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공익단체로 구성된 ‘울산 반구대 정신병원 공동대책위원회’에 의해 병원장 등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인권위는 2022년 환자 사망사건에 대해 유가족 진정을 받아 조사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처만 문제 삼아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24년 또 다른 지적장애인이 폐쇄병동 안에서 다른 환자에게 맞아 사망한 사실과 2022년 사건 당시 병원 쪽의 ‘방임 정황’을 보여주는 시시티브이(CCTV) 영상이 한겨레 보도로 공개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와 인권위는 지난달 3~5일 반구대병원에 조사단 15명을 투입해 합동조사를 벌였다.

이번 의료법 개정과 관련 인권위 사무처 관계자는 한겨레에 “중증장애·치매 등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사람이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병원이 당사자의 진료기록 제공 동의가 없다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조사에 난항이 발생하는 일이 간혹 발생했었다”라며 “이제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에 대한 조사도 원활해질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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