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압박 커진 日…법적 장벽에 중재외교 재현?

서혜진 2026. 3. 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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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호위 기대”…19일 미·일 정상회담서 요청 가능성
2019년에도 같은 요청…아베 정부는 연합 참여 대신 정보수집 선택
법적 선택지 4가지 모두 한계 있어
새 법 제정 필요하지만 국회 절차에 시간…긴박한 중동 정세와 충돌
아베식 중재외교 카드 재현되나..일각선 역할 여지 줄었다는 지적
2023년 취역한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한·중·일 등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자위대 파견을 위한 법적 근거와 외교적 부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5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특정한 만큼 오는 19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군함 파견을 공식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가 자위대를 파견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2019년 미·이란 갈등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취했던 독자 외교 노선이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2019년과 유사..당시 호위함 파견해 정보 수집 임무

닛케이에 따르면 이번 상황은 2019년 미·이란 긴장이 고조됐던 시기와 유사하다. 당시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공격 사건이 발생했고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위해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을 주도하며 일본에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아베 내각은 해당 연합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이란과의 외교적 균형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대신 일본은 자위대법을 근거로 호위함을 중동 인근 해역에 파견해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일본 선박 보호에 대비하는 방식을 택했다. 닛케이는 "이번에도 일본 정부의 검토 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서 선박 4척 피격. 출처=연합뉴스
日 법적 선택지 4가지 모두 적용시 제약 있어

일본이 자위대를 이번 호위 작전에 투입할 경우 법적 선택지는 △안보 관련법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 또는 미군 후방 지원 △자위대법에 따른 해상경비행동 △해적 대처법 적용 △상황에 맞는 특별조치법 제정 등이다.

그러나 이들 방안 모두 상당한 제약이 있다고 닛케이는 말했다.

먼저 안보 관련법을 적용하려면' 지원 대상 국가가 국제법에 부합하는 반격을 수행하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일본 정부는 미국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상 정당한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란 공격을 명확히 지지하지 않는 이상 미군 지원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집단적 자위권을 적용해 미군을 지원할 경우 일본이 과거 우호국이었던 이란을 사실상 적대국으로 규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안보 관련법에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위협을 제거할 때 자위대가 참여할 수 있는 '국제평화 공동대처 사태' 규정도 있지만 이는 유엔 결의가 전제되기 때문에 이번 상황에서 적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위대법에 따른 해상경비행동을 선택하는데도 제약이 있다. 이 방식으로는 원칙적으로 일본 국적 선박만 호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법의 '기국주의(Flag State Principle)'에 따라 일본 법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일본 선적 선박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해적 대처법을 활용할 경우에는 국적과 관계없이 다른 나라 선박도 보호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자위대는 현재도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미국·영국·호주·한국 등과 함께 다국적 부대를 구성해 해적 대응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이 법은 공격하는 주체가 사적 목적의 해적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국가 간 군사 충돌 상황에서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선박을 보호하는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결국 법적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이번 상황에 맞는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지만 입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에는 2019년과 달리 실제 군사 충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가 진행되고 있어 상황의 긴급성이 더 높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아베식 '중재 외교' 재현? 역할 줄었단 평가도

일각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2019년 취했던 독자 외교 노선이 다시 검토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시 아베 총리는 이란을 직접 방문해 최고지도자와 회담하는 등 미국과 이란 양측과 대화를 유지하는 외교 전략을 펼쳤다.

다만 중동 정세가 2019년보다 더욱 복잡해졌고 일본이 외교적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북한은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에도 관세 압박을 가하는 등 강경한 외교 노선을 보이고 있다.

닛케이는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군사 참여 여부와 외교 균형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0월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군기지에 정박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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