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편리함' 뒤... 소비자 불신·판매자 울분 커졌다
개인정보 유출·무단결제까지 소비자 불안 확산
판매자들 “가품 판정·과도한 수수료에 생존 위협”
시민단체 “온플법·집단소송법 제정 시급” 한목소리
[지데일리] “쿠팡 피해를 어떻게 신고할 수 있나요?” 지난 한 달간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가장 많이 남긴 말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가 공동 운영한 ‘쿠팡 소비자·판매자 피해신고센터’에는 한 달 만에 131건의 제보가 몰려들었다. 불과 30일 남짓한 운영 기간이었지만, 이 숫자가 보여준 것은 단지 불만이 아닌 시민들의 누적된 분노였다.
신고센터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쿠팡의 각종 피해 사례를 수집했다. 접수된 제보 131건 중 114건이 소비자 피해였고, 나머지 17건이 판매자 신고였다. 피해 범위는 예상보다 넓고 복잡했다.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호소했다. 해킹 시도, 스팸·피싱 전화의 급증이 대표적이었다. 심지어 개인통관고유번호 도용과 무단결제 사례도 보고됐다.
한편에서는 쿠팡이 주거 지역 내 소규모 물류시설(MFC)을 사실상 물류창고로 운영하며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
소비자 108명에게는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절차가, 판매자 1명에게는 공정거래위 분쟁조정 절차가 안내됐다. 무단결제 피해 중 1건은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판매자들의 신고는 비중은 작지만 내용은 더욱 구조적이었다. 무료반품 요건이 아닌데 환불을 강요당하거나, 쿠팡의 임의적 가품 의심 판정으로 계정이 제재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과도한 수수료·광고비 청구, 대금 지급 지연, ‘아이템위너(같은 제품의 최저가·최상위 노출 상품)’ 누락으로 발생한 손실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쿠팡이 납품업체의 거래 정보를 입수한 후 유사 제품을 PB(자체 브랜드)로 출시하는 행태는 ‘판로 탈취’ 논란으로 번졌다.
신고센터는 이 같은 피해 유형이 참여연대가 2024년에 이미 공개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불만 사례집’에서 지적된 사안들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밝혔다. 개선 요구가 쿠팡에 전달됐음에도, 실질적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신고자들의 요구도 구체적이었다. 소비자들은 쿠팡에 책임 있는 사과와 실질적 보상, 개인정보 유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탈퇴 절차에서 사용자의 불편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이른바 ‘다크패턴’ 해소도 요구 중 하나였다.
판매자들은 공정한 거래환경 확립을 위해 △정직한 사업자 보호와 가품 판매자 제재 강화 △대금 정산 주기의 단축 △과도하거나 비동의한 광고비 청구 금지 △무조건 선환불 정책의 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쿠팡의 시스템 오류나 정책 변경으로 발생한 매출 손실의 보상, 개인 정보 과다 요구 중단 등도 주요 사안으로 제기됐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번 신고센터 운영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 개별 피해 사례의 나열이 아니라, 플랫폼 독과점 구조 속에서 누적된 불공정의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쿠팡이라는 ‘필수 거래 플랫폼’에 종속된 상태에서 사실상 대등한 계약 주체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는 개인정보 관리 부실, 판매자 피해는 불투명한 운영 규칙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뿌리가 같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쿠팡이 단일 쇼핑몰이 아니라 생태계를 지배하는 플랫폼기업이 된 이상 시장의 책임도 그에 걸맞게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대응의 필요성도 절실해지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번 결과 발표에서 “쿠팡을 비롯한 초대형 플랫폼 기업의 불법 행위를 규제하고, 피해자가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플랫폼법과 집단소송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플랫폼법은 입점업체·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거래 공정성 확보 장치로, 집단소송법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대규모 피해 사안에서 피해자들이 집단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두 법안 모두 국회에서 논의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업계 반발과 정치권의 미온적 태도 속에 제정은 지연되고 있다. 그 사이 피해는 반복되고, 소비자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은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이후 “보안 강화를 위한 전사적 조치”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조치나 사후 보고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특히 유출된 정보가 외부에서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조차 피해자들은 알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피해센터에 제보된 상당수 사례가 “쿠팡 유출 이후 스팸전화가 폭증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것도 이런 관리 부실의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알고리즘 공정성’과 ‘데이터 책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쿠팡의 알고리즘이 어떤 기준으로 판매자 노출 순위를 매기고, 어떤 조건에서 상품을 제외하는지는 여전히 비공개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규정이라도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플랫폼 자율규제의 한계가 드러나며, 시장 감시 기능을 제도권이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번 신고센터의 등장은 ‘불만 접수 창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달간의 짧은 활동이지만, 131건의 제보가 드러낸 것은 단일 기업의 문제를 넘어선 디지털 유통 구조의 불균형이다.
쿠팡이 한국 온라인 유통 시장의 60% 가까이를 점유한 현실 속에서, 피해자는 선택할 여지도, 대응할 힘도 제한돼 있다. 소비자는 편리함을 대가로 통제되지 않은 플랫폼 권력을 허락했고, 판매자는 생존을 위해 불공정한 규칙을 감내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법적 규율 없이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의 성장 신화는 한국 전자상거래 산업의 자부심이었지만, 그 뒤편의 피해와 갈등이 방치된다면 신화는 곧 불신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경고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신고센터에 쏟아진 131건의 제보는 단순 통계가 아니라 거대 플랫폼 시대의 경고음"이라면 "이제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제도적 대답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