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호위 임무는 동맹국이 맡아라" 곤혹스런 한국

이유 에디터 2026. 3. 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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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중·일·불·영 찍어 군함 파견 요구

호르무즈 '안전 확보' 명분…전쟁 '국제화 시도'

미국은 직접 교전 없는 ‘공중 작전' 위주

미, 한국에 곧 군함 파견 공식 요구할 듯

'남들의 전쟁'에 직접 개입 절대 피해야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16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으로 한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 5개국을 찍어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라고 사실상 요구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많은 나라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에 영향받는 나라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의 개방과 안전 유지를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11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에서 유조선들이 항해하고 있다.2026. 03. 11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한·중·일 5개국에 군함 파견 요구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안전 유지 위해"

트럼프는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다. 그러나 아무리 심하게 패배했어도 그들이 이 수로를 따라 또는 그 안 어딘 가에 드론 한 두기를 보내거나, 기뢰를 떨구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라건대(Hopefully), 이 인위적 제약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과 다른 나라들이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가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함정을 보낼 것이다"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은 해안을 융단폭격할 것이며, 이란 선박과 함정들을 계속해서 바다에서 타격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롭게 만들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곤 약 5시간 후 2번째 글을 올려 "미국은 군사적, 경제적, 그리고 다른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란을 때렸고, 완전히 파괴해 왔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의 나라들은 그 항로를 챙겨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가 도울 것이다. 아주 많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또한 모든 일이 신속하고 원만하게 잘 진행되도록 그 국가들과 조율할 것"이라며 "이런 건 언제나 팀 (차원)의 작업이었어야 했는데, 이제 그렇게 될 것이다. 그것은 세계를 함께 조화와 안보, 그리고 영구적 평화로 향하게 할 것이다"라고 썼다.

가장 위험도가 높은 호위 임무는 동맹국
미국은 직접 교전 없는 '공중 작전' 위주

이 두 글에 나타난 트럼프 발언엔 몇 가지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첫째는, "바라건대"(Hopefully)란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안전 유지를 위해" 한·중·일·프·영 5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한 것이다. 그 근거로 이들 나라가 이 해협을 통해 석유 공급을 받는 당사자들이란 점을 들었다.

호르무즈에서 유조선 호위 임무는 가장 위험도가 높은 작전이다. 드론과 기뢰, 소형 미사일, 고속정 공격 등을 통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공격에 노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은 그동안 호르무즈 인근 해안과 해상의 이란 함정에 폭격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중 작전'을 펴겠다는 얘기다.

둘째는, 본인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합작해 저지른 이란 전쟁이 보름이 넘도록 이란의 호르무즈 옥쇄 작전에 고전하며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집중되자, '세계가 해협을 지킨다'란 프레임을 동원해 전쟁을 국제화하고 미국 책임 축소 의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조르자 멜로니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불태우고 있다.  2026. 03. 14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고전 중인 이란전 '국제화 시도'
전쟁 장기화의 비용과 위험, 동맹국 전가

셋째는, 트럼프가 콕 집은 5개국 중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의 '군사 동맹국'이고, 프랑스와 영국은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다. 말로는 중동 원유의 최대 '수입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해상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전쟁 장기화의 비용과 위험을 동맹국들에 전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물귀신' 전략인 셈이다.

넷째는 중국을 거명한 대목이다. 이달 31일부터 사흘간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둔 상황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일종의 양자택일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이 이를 거부하면 방중 자체를 취소하거나, 예정대로 하더라도 별 성과가 없을 것이란 뉘앙스를 풍긴다. 그 경우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던 미·중 관계가 다시 흔들릴 수도 있다, 당장은 중국이 원치 않는 그림이다. 만에 하나 중국이 수용한다면 트럼프는 중국을 활용해 이란을 완전히 고립시키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12. 연합뉴스

미, 한국에 곧 군함 파견 공식 요구할 듯
'남들의 전쟁'에 직접 개입 절대 피해야

트럼프는 두 번째 글에서 "모든 일이 신속하고 원만하게 잘 진행되도록 그 국가들과 조율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지목된 5개국에 '곧' 외교 채널을 통해 공식으로 '군함 파견'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트럼프의 요구대로 군함을 파견해 한국 유조선 호위 과정에서 이란군의 공격을 받게 되면 한국군은 불가피하게 직접 교전에 휘말리게 된다. 한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가 70%에 이르고, 대부분 호르무즈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상 일정하게 '기여'할 필요성은 있다. 한미동맹과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현안 등을 고려할 때 쉽게 내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스라엘의 '불법 선제공격'으로 촉발되고 국제사회 비난이 거센 '남들의 전쟁'에 직접 말려드는 건 절대로 피해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의 압박에 맞서 이재명 정부의 지혜로운 대응이 요청된다.
14일 걸프 연안국인 푸자이라 토후국의 에너지 시설 방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미국이 이란의 하르그섬을 타격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생한 이번 사건은 걸프 지역의 석유 시설을 겨냥한 최신 공격으로 보이며,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요 에너지 시설 방향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2026. 03. 14 [AFP=연합뉴스]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