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적 민주시민 교육 확장을 위한 조건, 시민사회와 연대
-제주4.3평화인권교육을 중심으로<2>
1967년 출범한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은 제주대학교 최초의 법정연구소라는 위상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학술지 '탐라문화'는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재지 선정,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선정 등 제주에 대한 연구를 세상을 알리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했다. [제주의소리]는 탐라문화연구원과 함께 '탐라문화' 논문들을 정기적으로 소개한다. 제주를 바라보는 보다 넓은 창이 되길 기대한다. 연재분은 발표된 논문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주]
제주4.3은 오랜 시간 국가가 강제한 '반공주의'의 헤게모니에 묶여 있었다. 헤게모니에 대한 시민사회의 투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계기는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이다. 4.3특별법 제정, 진상조사보고서 발간 등의 성과를 거둔 2000년대 이후부터 4.3은 평화와 인권으로 상징되는 '화해·상생' 담론이 4.3의 관념을 구성하는 헤게모니가 되었다.
시민 사회의 활기와 달리 교육계는 새로운 헤게모니를 교육 과정에 반영하는 데 주저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오랫 동안 교사들의 삶에 누적된 '반공주의' 헤게모니 때문이다. 이승만 정권 이후 반세기 동안 4.3 역사 인식은 '공산 폭동론'이어서 국가 교육에서 일절 언급되지 못하였다.

교육 주간 동안 학교는 4.3교육과정을 편성, 시행하고 있다. '4.3 동백꽃 배지 달기', '체험 중심 4.3평화인권교육활동', '4.3추념식 참석 및 마을 연계 4.3유적지 기행', 문화예술과 접목한 4.3교육 및 4.3유관행사 연계 활동' 등도 실시한다.

그러나 제주4.3평화인권교육도 지배 이데올로기에 묶여 한계를 드러냈다. 이데올로기를 관철하려 하는 경제적 상부 구조, 정치권에서부터 4.3교육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권은 낡은 헤게모니를 소환하기 위하여 '교육의 객관·보편성', '교육의 균형'이라는 다른 형태의 담론을 생산했다.
4.3과 '반공주의'를 동일시하기 위한 전략으로 4.3교육과 '통일·안보 교육'을 대비하는 담론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헤게모니 소환 전략은 다양한 관점의 4.3평화인권교육 가능성을 교육청이 스스로 차단하는 한계로 나타났다.
제주도교육청은 4.3의 역사적 사실을 '4.3진상조사 보고서'에 근거해 기초적인 부분만 가르치기로 하면서 다양한 담론과 헤게모니가 생성·교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이는 '다원적 민주시민 교육'으로 진전을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헤게모니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시민 사회의 헤게모니 투쟁은 4.3 헤게모니의 전환과 진보·민주 성향 교육감 당선, 4.3평화인권교육 지형 조성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낡은 교육 헤게모니 투쟁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4.3교육이 기대 만큼 확장하지 못하고 교육 현장과 시민사회의 인식 괴리가 벌어지는 문제가 나타난다.
'다원적 민주시민 교육'은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다양한 사회 및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사회적 총체성을 내면화하고 성찰하는 과정이다.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민주주의의 다원성을 내면화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거쳐온 역사적 과정과 지금 나타나는 다양한 현안·사건에 대해 양극단을 포함한 다양한 관점을 교사들이 경험·성찰하면서 민주 역량을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다양한 관점과 입장을 수용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것이 기반이 되면 교사는 역사·정치 사안에 대해 아이들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의 안내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사들의 민주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가운데 독일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를 준용한 '한국형 민주 시민 교육 원칙'을 수립하자는 제안도 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세 가지 원칙으로 구성되었다. ①주입 금지 ②논쟁성 재현 ③이해관계 인지 및 학생 중심 원칙이다. '주입 금지'는 어떠한 수단을 동원하여 학생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거나 학생의 자율적 판단을 방해해선 안된다는 원칙이다.
'논쟁성 재현'은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서도 역시 논쟁으로 나타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 인지 및 학생 중심 원칙'은 학생들이 특정한 정치적 상황과 자신의 이익을 분석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비추어 주어진 정치 상황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한국에 적합한 대안인지에 대한 논쟁도 있다. 탈이념·탈근대가 가속화하고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라 '초인류'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에도 보이텔스바흐 협약이 유효할지에 대한 질문이 있다.
결국 한국 사회에 맞는 민주시민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충돌하며 낡은 헤게모니와 성공적으로 투쟁했던 경험을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다원적 민주시민 교육'을 위한 새로운 헤게모니를 만들어야 한다.

연대의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현행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공론장을 만들었다. 이를 통하여 역사 교과서를 포함한 초·중·고 교과서를 '자유발행제'로 편찬해야 한다는 합의점을 도출하였다. 이 합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바꾸는 새로운 헤게모니가 되었다.

참고문헌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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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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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학술지 『탐라문화』 제61호(2019)에 '다원적 민주시민 교육의 조건인 새로운 '헤게모니' -제주4⋅ 3평화인권교육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논문을 [제주의 소리]에 싣기 위해 요약 정리한 것이다.
이정원
제주대학교 강사(사회학 박사)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를 졸업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지역언론의 담론 및 생산구조 분석: 제주지역 신문의 '제주해군기지' 관련 사설을 중심으로'로 석사 학위를, '한국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23년에는 저서 '회색교실-교사는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한그루)를 출간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4.3 트라우마 재현이라는 역사 교과서 저항 방식에 대한 성찰적 고찰: 한국사 교과서 4.3기술 근거 삭제 논란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연구: 제주특별자치도 아라동 <아라신문>의 사례를 중심으로', 'AI 앵커 도입에 대한 내부종사자 인식: 제주지역 민영방송 JIBS를 중심으로', '지역 언론인의 솔루션 저널리즘 실천 조건 탐색: 2024년 장마 보도한 JIBS제주방송 기자 내러티브 분석', '4.3 서사의 행위자, 음식: 영화 <지슬>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