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조개부터 박쥐까지 동물들의 장수 비밀

곽은영 기자 2026. 3. 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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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처럼.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윌북)

왜 어떤 생물은 빠르게 늙고, 어떤 생물은 늦게 늙을까?

노화는 인류가 오랫동안 풀지 못한 질문이다. 스티븐 어스태드는 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어째서 어떤 종은 빨리 늙어 빨리 죽고,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다른 종은 늦게 늙어 늦게 죽을까? 자연은 수정란을 건강한 개구리, 물고기, 흰담비 성체로 바꾸어 놓는 거의 기적 같은 일을 매일 밥 먹듯이 해낸다. 그에 비하면 성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은 훨씬 쉬울 것 같은데 어째서 그건 못하는 걸까? 야생 동물들의 실제 삶에 대해 알게 되면 노화라는 이 신비로운 과정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그동안 주로 초파리, 꼬마선충, 생쥐와 같은 실험실 동물에 의존해 노화 연구를 해왔다. 그러나 이런 동물들은 대부분 수명이 짧고 빠르게 늙는다. 어스태드는 오히려 자연 속 장수 동물들이야말로 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책에는 흥미로운 장수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중 하나가 바다를 나는 갈매기 같은 조류다. 많은 새가 고령이 돼서도 장거리 비행을 계속하며 놀라운 체력을 유지한다. 인간에게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어스태드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장수 이상의 문제로 바라본다. 중요한 것은 오래 사는 것뿐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동물은 박쥐다. 몸집이 작은 포유류는 대개 수명이 짧지만 박쥐는 예외적으로 오래 산다. 빠르게 살아가면서도 동면을 통해 삶의 속도를 조절한다. 그 결과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을 살아간다.

"박쥐는 나머지 시간에는 빠른 삶을 살지만 동면하는 동안에는 삶의 속도를 늦춘다. 한편 외온성 동물은 거의 항상 느린 삶을 산다. 빠른 삶을 살면서도 장수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바라는 장수의 형태일 것이다. 잠에 빠져서 몇 년 더 살 수 있다면 그런 장수를 어느 누가 바라겠는가? 우리는 단순히 존재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도 함께 연장하기를 원한다."

책에서 소개되는 장수 동물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생물학의 통념을 종종 깨뜨린다.

예를 들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산소가 부족한 땅속에서 30년 넘게 살아가며 노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산소 유리기에 의한 손상이 많음에도 장수한다.

코끼리는 어떨까. 몸집이 큰 만큼 암이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강력한 종양 억제 유전자를 통해 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막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장 놀라운 생명체 중 하나는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아크티카 조개다. 이 조개는 500년 가까이 살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들의 장수 비밀을 단백질 보호 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이 발견은 단백질 이상이 원인인 알츠하이머 같은 질환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수명 한계는 어떨까. 현재까지 공식적인 출생·사망 기록을 가진 인물 가운데 가장 오래 산 사람은 122세를 기록한 잔 칼망이다. 그가 사망한 1997년 이후 3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고 그사이 백세인 수가 크게 늘었음에도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어스태드는 인간의 수명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을 가능성과 아직 돌파할 여지가 남아 있을 가능성 사이에서 탐구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자연 속 다양한 동물의 생존 전략에서 찾는다.

『동물들처럼』은 노화와 장수라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질문을 자연의 사례로 풀어낸다. 하늘을 날고 땅속을 파고 바다 깊은 곳에서 수백 년을 살아온 동물들의 사례 말이다. 어스태드는 인간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는 생명체들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