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이 있던 자리, 신앙이 머문 마을 영주 부석면 ‘탑들’ 이야기
사라진 탑의 흔적, 주민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은 역사
부석사 담장 밖으로 이어진 대가람의 향기
영주 부석사 관광지 조성 부지 발굴 현장을 가다(3)

부석사의 창건 설화에는 의상대사가 봉황산에 절을 세우려 할 때, 이를 방해하는 무리가 나타나자 선묘는 커다란 바위를 세 번이나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기적을 일으켜 그들을 물리쳤다. 이에 감복한 무리가 물러나며 무사히 사찰이 세워졌고 하늘에 뜬 바위라는 뜻을 담아 부석사(浮石寺)라 이름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이 바위는 지금도 무량수전 뒤편에 남아 있다.
선묘는 부석사 창건 설화의 주인공으로 의상대사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불심으로 승화시켜 죽어서 용이 되어 부석사를 지켰다는 전설 속 인물이다.
이 전설은 부석이란 마을 지명이 됐고 예로부터 부석은 뜬바위골이라 불렸다.

특히 부석사로 향하는 길 중간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탑들이(탑평)’ 마을이 있다. 탑들이(탑드리) 마을은 부석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마을이다. 과거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창건할 당시부터 수많은 승려와 신도들이 오가던 길목이었다. 탑이 있는 들판이라는 뜻에서 탑들이, 한자로는 탑평(塔坪)이라 불리게 됐다.
예전에는 이곳에 실제 석탑이 있었다고 전해지나, 현재는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마을 입구에는 약 500년 된 거대한 느티나무가 서 있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탑들이, 탑평이란 명칭은 탑이 있는 벌판, 평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탑평, 탑들이란 지명은 불교 문화의 영향을 받은 지명이다.
영주 부석사를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 탑들이, 탑평 마을의 지명도 부석사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옛날에는 탑들이에서 소원을 빌며 탑돌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현재는 옛 마을의 전경과 탑들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마을 건너편 탑평교를 건너면 임곡천 변에는 여전히 기묘한 전설을 간직한 기단부 하나가 남아 있다.
이 석탑 기단부는 땅과 맞닿아 있는 지대석과 기단의 옆면을 구성하는 수직 형태의 구조물인 면석 일부가 남아 있다.
이 탑의 위치는 탑들이 마을 건너편인 숲실마을에서 탑들이 마을을 바라보는 길로 마치 꿈틀대는 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 지형이었다는 것.
풍수지리적으로 그 기운이 워낙 강했던 탓이었을까 이 길 인근에는 유독 뱀이 들끓었고, 뱀들 때문에 주민들은 밭일이나 길을 걸을 때도 한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전해진다. 길은 뱀처럼 굽이치고, 뱀들은 사방에서 나타나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어느 날, 마을을 지나던 한 스님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지형을 살펴보니 임곡천 변을 가리키며 이곳이 바로 뱀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이라 그 기운이 너무 사나워 뱀이 넘쳐나고 있으니, 커다란 돌탑을 뱀의 머리 부분에 세워 기운을 눌러줘야 한다고 말해 스님의 말에 따라 주민들은 힘을 모아 임곡천 옆에 정성껏 뱀의 머리 형상 부분인 임곡천변에 석탑을 쌓아 올렸다.
이 탑은 뱀의 기운을 억누르는 일종의 비보탑(裨補塔)을 세운 것이다. 거짓말처럼 탑이 완성되자마자 들끓던 뱀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진다.
마을 주변의 탑들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뱀의 머리를 눌렀던 탑이라 전해지던 석탑의 기단만큼은 커다란 느티나무 곁에서 오늘날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탑들이 마을에서 살았던 이종열(89) 어르신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이 이야기는 사라진 탑들이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마을을 지키고자 했던 선조들의 간절한 염원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김석규(99)옹도 탑들이 마을 뱀 이야기와 석탑에 대한 전설을 젊은 시절 들은 바 있다고 전했다.
탑들이 마을이 고향인 정교완 씨도 어린 시절 탑을 본 기억을 회상하고 취재를 한 본 기자도 1960년 후반에 탑들이 마을에 서 있던 탑을 본 기억이 있다.
이 전설에서도 석탑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탑들이 마을은 부석사의 영향력 아래 만들어진 지역이 아니냐는 연계성을 낳게 한다.
화엄종찰 부석사는 창건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1300여년의 역사 속에 영주지역의 문화적, 정신적 부분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뿌리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된 부석사는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 미래에 물려줄 유산이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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