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골칫거리 멧돼지 잡고 나면…가죽·고기 활용은 안 될까?
지자체에서 일괄 수거 후 소각·매몰
일본, 식용부터 가죽 활용 등 산업화
멧돼지 가죽 시계밴드·신발 수출도

멧돼지 한마리가 논 뙈기를 하룻밤 새 쑥대밭으로 만든다. 산에서는 묘소 봉분을 파헤치고, 과수원에 심은 나무를 꺾어놓기도 한다. 피해를 막으려 포획한 멧돼지 사체는 어떻게 될까. 사냥 이후 사체 처리를 두고 한국과 일본의 방식이 갈린다. 잡은 야생동물을 활용해 요리를 내놓고 가죽을 수출하는 일본과 매립 처분하는 한국의 상황과 배경을 살펴봤다.
이는 2019년 9월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이후 지정된 것이다. 그해 10월 정부는 포획 멧돼지 자가소비 금지 지침을 시행했고, 2020년 11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로 인해 멧돼지 사체의 취식과 훼손이 전면 금지됐다.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야생동물은 포획 즉시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 전문처리반이 사체를 수습한다. 수렵한 멧돼지는 시료 채취 후 ASF를 검사한다. 이후 지정된 매몰지에 구덩이를 깊게 파고 폐수 유출 방지 비닐을 깐 뒤 생석회를 도포하고 사체를 투입한 후 다시 묻는다. 소각하는 경우에는 남은 뼈와 재를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일본농업신문’ 2월23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농림수산성이 집계한 2024년도 야생 조수 이용량은 2678t이다. 2019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대부분은 식용이지만, 버려지던 가죽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도쿄도 스미다구의 무두질 전문업체 ‘야마구치 산업’이 대표적이다. 창업 당시에는 돼지 가죽을 주로 가공했지만, 2008년부터 사슴과 멧돼지 가죽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연간 3000장의 야생 가죽을 가공하며,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사냥꾼들의 의뢰를 받는다.
해외 판매도 눈에 띈다. 온라인으로 야생 조수 가죽 소재를 국내외 업체에 공급하는 효고현의 가죽 전문업체 VARIED는 “유럽과 미국에서 멧돼지 가죽으로 만든 손목시계 밴드와 신발 주문이 많다”고 밝혔다. 멸종 위기에 처한 미국 페커리(멧돼지과 동물) 가죽의 대안으로 일본 멧돼지 가죽이 주목받으면서다.
일본 정부도 적극 지원한다. ‘국산 지비에 인증제도’를 운영하며 위생 기준을 충족한 처리 시설에 인증을 부여한다. 이달 일본 농수성이 공식 운영하는 지비에토(gibieto)를 확인한 결과, 가공식품과 화장품, 가죽제품 등 관련 상점은 11곳, 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102곳으로 집계됐다. 또 ‘전국 지비에 페어’ 누리집을 운영하며 참여 음식점과 숙박시설, 행사 안내 등 관광 자원화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대체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관계자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도축 과정에서 치명적인 질병을 옮길 수 있고, 국내에서 멧돼지 고기나 가죽이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이 확산될 경우 농가 피해가 막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렵 현장의 시각도 회의적이다. 야생생물수렵협회 관계자 A씨는 “우리나라는 야생동물을 음식점에서 조리·판매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고, 가죽 활용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일본처럼 활용하는 방안은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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