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특파원의 워싱턴 플레이북<159> 군함 부족, 투입돼도 유조선 통과 평시의 10% 이란 내륙-바다 거리 5km 내외 불과...‘킬 박스’ 장악 할 해안선 150km...지상군 투입도 쉽잖아 유조선 한 척에 군함 2척 필요...결국 SOS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13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 차량에 탑승해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위해 군함을 파견해달라고 요구한 가운데 ‘세계 최강 군사력’이라는 미국이 왜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지 못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①美, 호송 가능 군함 불과 12척...이마저도 이란 공격에 사용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훈련을 하는 가운데 한 유조선이 여러 선박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단 트럼프 행정부는 미 해군에 의한 유조선 호위를 구상했었다. 하지만 페르시아만에 수백척의 유조선이 둥둥 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미 해군의 군함은 턱없이 적다.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해군이 유조선을 호위할 수 있는 군함은 항공모함을 포함해 12척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이란을 공격하는 데 쓰이고 있다. 해상무역분석회사 로이드는 “미국 호위함이 투입돼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유조선은 평상시의 10%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②대응 시간 불과 ‘2분’...살상구역(kill box) 될 수도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 지역이 바다와 육지가 너무 가깝다는 지리적인 문제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일부 항로는 이란 해안선과의 거리가 불과 4.8~6.4km다. 가디언은 “드론과 미사일 비행시간이 매우 짧아 함선들이 대응할 시간이 2분도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WSJ은 “미국은 이 해협에 군함을 보내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며 해군 관계자들을 인용 “이란의 드론과 대함 미사일이 이 지역을 ‘살상 구역(kill box)’으로 만들 수 있다”보도했다.
③지상군 파병? 이란, 산 속에 숨어 게릴라전 가능성
이란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 국가의 에너지 관련 시설.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그렇다면 이란 해안가 지역에 미국이 지상군을 파병해 이 일대를 장악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방전문매체 리얼클리어디팬스에 따르면 해협의 서쪽 케슈섬에서 남쪽 쿠 모바락 지역까지 점령해야 하는 이란 해안선 길이는 150km에 달한다. 특히 이 지역은 산악지대여서 작전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혁명수비대가 미사일, 드론만 유조선을 향해 발사하고 산 속에 숨는 게릴라 작전을 펼 수도 있다.
④위치 파악도 안 되는 기뢰도 문제...이란, 음향 작동 기뢰도 보유
바다의 지뢰로 불리는 기뢰도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뢰 부설함을 대거 제거했다고 밝혔지만 기뢰는 소형 선박으로도 부설할 수 있어 이란의 행위를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 또 한번 부설되면 바다 아래에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도 힘들다. 현재 주요 외신들은 이란이 해협에 10여 개의 기뢰를 부설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뢰는 기뢰탐지 레이더를 갖춘 군함으로 탐지해야 한다”며 “유조선 중 이 같은 탐지 레이더를 갖춘 것은 없다. 기뢰는 부설 후 위치 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이란에게도 해가 되는데, 코너에 몰린 이란이 결국 기뢰 카드도 꺼내든 듯하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이란이 선박과의 물리적 접촉이 아닌 자기 및 음향 센서로 작동하는 마함-3라는 기뢰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결국 한중일 英 佛에 도움 요청...“작전 수행 몇 달 걸릴 수도”
미국의 힘만으로는 유조선 호위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 지역의 선박 운항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들을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9일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를 방문해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관련해 방어적인 호위 임무를 수립하는 과정이며 이는 유럽과 비유럽 국가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WSJ은 “유조선 한 척당 함선 2척, 5~10척 규모의 유조선 함대 호위에 12척의 함선이 필요할 것”이라며 “발사 장소와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드론을 격추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드슨연구소 브라이언 클라크 선임연구원은 “수 천명의 군인과 해군이 동원되고 상당한 자금이 투자돼야 한다”며 “몇 달동안 작전을 수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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