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이길 수 있다고? ‘정부 실패’ 전철 밟나

미디어펜 2026. 3. 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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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노란봉투법 ‘경영 족쇄’… 소련·베네수엘라 닮아
세계사가 증명한 시장 개입 비극 “공멸의 길 될 수도”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민생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이재명 정부의 ‘국가 주도형’ 시장 개입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최근 시행된 ‘석유 제품 최고가격제’를 필두로 부동산, 노동, 기업 지배구조 등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규제 드라이브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는 인위적인 압박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여도, 결국 공급망 붕괴와 산업 생태계 고사를 초래해 과거 실패한 계획경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시행된 ‘석유 제품 최고가격제’를 필두로 부동산, 노동, 기업 지배구조 등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규제 드라이브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사진=김상문 기자

◆ 석유부터 부동산까지…규제 드라이브 가속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휘발유(1724원)와 경유(1713원)의 공급 상한가를 전격 고시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해당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제 유가 상승분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가격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된 공급자가 물량을 줄이거나 폐업을 선택하게 돼 결국 ‘기름 품귀’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의 공급 지표는 이미 ‘데드크로스(Dead cross)’를 넘었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9년까지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5만701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평균 1만4253가구 수준으로, 지난 4년 평균(3만2494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반토막’ 수준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대출 규제 등 장기 투자 구조를 무시한 가격 억제책이 건설사의 신규 착공 의지를 꺾으면서, 2026년 3월 전국 입주 물량 역시 전년 대비 65% 급감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당장의 가격을 누르는 듯 보이나, 미래의 공급 기반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 노란봉투법·상법 개정 ‘경영 족쇄’…소련·베네수엘라 실패 전철 밟나

시장 개입은 가격 통제를 넘어 기업 지배구조와 노동 현장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지난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 정의를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까지 확대했다. 

이로 인해 수천 개의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과 파업을 벌일 수 있게 돼 산업 현장은 연중무휴 파업의 공포에 노출됐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마저 사실상 봉쇄되면서 기업의 방어권은 무력화된 상태다.

여기에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시했다. 이는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내린 정당한 투자 결정조차 특정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성공한 사례는 세계사적으로도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과 같은 기조가 계속된다면 우리 경제 역시 회복 불가능한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거 소련의 가격 통제나 베네수엘라의 자원 국유화 등 국가가 시장의 가격 결정권을 가로챘던 시도들은 예외 없이 물자 부족과 경제 붕괴로 귀결됐다. 시장의 자생력을 무시한 채 공권력으로 수급을 조절하려는 시도는 결국 국가 전체의 부를 갉아먹는 길인 셈이다.

◆ “가격은 시장이 정할 때 가장 안정”…정답은 친시장에

반면 한국과 정반대 길을 걸어 성공한 사례는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다. 수십 년간 포퓰리즘과 가격 통제로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국가 파산 위기에 몰렸던 아르헨티나는 밀레이 취임 후 ‘임대료 상한제’를 포함한 수백 개의 규제를 단번에 철폐했다. 

그 결과 170% 매물 증가와 임대료가 40%로 실질 하락하며 ‘가격은 시장이 정할 때 가장 안정된다’는 진리를 입증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보다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한 결과,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혁명을 주도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선전에 힘입어 미국은 2026년 현재 2.3%의 견조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경제의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기업이 승승장구할 때 국가 경제도 살아난다는 평범한 진리가 지표로 확인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지율을 의식해 가격에 개입하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은 거대한 파도를 거스르는 행위”라며 “가격 상한제 등 비시장적 정책은 결국 장기적인 투자 위축과 산업 생태계 파괴라는 가혹한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