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이 단어 뜨는 순간 패닉”…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마진콜 무슨 뜻?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6. 3. 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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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여파로 코스피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지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한주형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작된 이란 전쟁. 현실로 다가온 공포에 가장 마음 졸인 이들은 당연히 전쟁 당사국의 시민들이었겠지만, 우리 국민도 마음이 편치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전쟁 피해에 대한 걱정은 물론이고, 당장 우리가 느낀 경제적 충격 또한 엄청났기 때문이에요.

주말과 휴일 이후인 3월 2일부터 이틀간 국내 주식시장은 ‘역사적인 폭락’을 경험했고, 뒤이은 ‘역사적 급반등’도 겪었어요. 누구도 쉽게 시장의 변화를 예상할 수 없는 혼돈의 시기가 찾아온 거예요. 요즘은 이란 전쟁과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 이야기를 빼놓고는 경제 뉴스를 다루기도 어려울 정도예요.

그래서 오늘 <뉴스 쉽게보기>는 금융 시장의 혼란과 함께 자주 언급되기 시작한 금융 용어들을 정리해 볼까 해요. 평소엔 뉴스에서도 자주 쓰이지 않아서 금융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는 외계어처럼 들릴 수 있는데요. 금융 시장이 위기를 맞을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들이에요.

동작 그만! ‘서킷 브레이커’
지난 4일 국내 최대 주식시장인 코스피의 주가지수는 하루 동안 12% 넘게 폭락했어요. 역대 가장 큰 하락 폭이었어요. 2001년 미국에서 벌어진 ‘9·11 테러’ 직후 기록됐던 기존 최대 하락 폭을 넘어선 거예요. 금융 시장이 받은 충격은 코로나19 대유행이나 대규모 테러가 일어났을 때보다 더 컸던 셈이에요.
코스피의 이달 두 번째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지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이날 주가지수 하락을 전하는 뉴스에는 일제히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라는 내용이 실렸어요. 코스피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역대 7번째였어요. 보통은 9.11 테러,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등 역사적 위기가 일어났을 때 발동됐다고 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9일에도 코스피에 서킷브레이커가 다시 발동됐어요. 역사적으로 몇 번 일어나지 않은 현상이 이달에만 두 번이나 일어난 거죠.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는 너무 급격한 변동이 일어나서 주식시장이 갑자기 무너져 버리는 걸 막기 위해 도입한 장치예요.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를 겪던 1998년에 도입했어요. 아주 위험한 특정 상황이 일어나면, 자동으로 주식 거래를 모두 멈춰버리는 제도인데요. 우리나라에선 20분간 모든 거래를 중단하고, 이후 10분간 주식 주문을 미리 받은 뒤 거래를 재개해요. 상황이 너무 위험하니까 ‘일단 얼음!’이라고 외치는 셈이에요. 서킷 브레이커는 우리말로는 과부하나 누전 등을 차단하는 ‘회로 차단기(두꺼비집)’를 뜻해요.

우리나라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조건은 코스피 등 주가지수가 전날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는 거예요. 서킷 브레이커 발동으로 주식 거래가 중단된 후에도 하락이 이어져서 하락 폭이 15%를 넘기면 다시 서킷 브레이커(2단계)가 발동돼요. 만약 하락 폭이 20%까지 넘기는 경우 3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고, 그날 주식시장은 아예 문을 닫게 돼요. 아직 우리나라에서 2단계와 3단계가 발동된 적은 없어요.

이렇게 하는 건 투자자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예요. 갑자기 시장이 무너져 내리면, 누구라도 주식을 팔아치우고 싶을 수 있잖아요. 서킷 브레이커는 투자자들에게 20분간 ‘정말 이렇게까지 폭락할 일일까?’ ‘지금 파는 건 성급한 결정 아닐까?’라고 생각해 볼 기회를 줘요. 물론 진짜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다면, 근본적으로 폭락을 막을 수는 없겠죠.

선물을 경계하는 ‘사이드 카’
서킷 브레이커와 비슷한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로는 ‘사이드카’도 있어요. 서킷 브레이커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자주 발동되는 안정화 장치예요. 당연히 이번에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겪을 때도 여러 차례 발동됐어요.
사이드카(Side car)는 ‘선물’ 시장의 움직임이 급격할 때 일어나요. <디그>에서 여러 번 소개했던 선물이란 ‘미래 시점의 가격’에 투자하게 만든 시장인데요. 주식은 물론 석유나 천연가스, 금, 구리, 알루미늄, 밀, 쌀 등 정말 많은 것들의 미래 가격을 예상해서 ‘베팅’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에요.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가 보통 사고 파는 주식이 ‘현물’이고, 이 주식을 직접 사지 않고도 이 주식의 미래에 베팅할 수 있게 만든 게 ‘선물’이라고 보시면 돼요.

선물시장은 투기적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금융 시장이 잘 굴러가게 하는 역할도 해요. 대표적인 게 미래 가격에 관한 정보 제공이에요. 예를 들어 1개월 후의 주식 가격을 예상한 선물 거래 정보를 보면 ‘아, 선물 투자자들은 이 정도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있구나’라는 정보를 알 수 있고, 주식 투자자들은 적정 가격을 판단할 때 이를 활용할 수 있죠.

이쯤 되면 선물이 뭔지는 헷갈려도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겠구나’라는 점은 감을 잡으셨을 거예요.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움직임이 현물시장으로 과도하게 번지지 않게 하는 장치예요. 코스피 시장에서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이 전날보다 5%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하고, 이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발동돼요. 발동 후 거래 중단 시간은 5분이에요. 급등 시에는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매수’가 금지되고, 급락 시에는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매도’가 금지돼요.

사이드카가 특이한 점은 서킷 브레이커처럼 모든 거래를 멈추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 매매’만 중단한다는 점이에요. 프로그램 매매는 기관투자자나 외국 투자회사들이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파는 자동 거래 방식이에요. 사이드카가 프로그램 매매만을 일시적으로 막는 건,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의 차이를 이용해서 수익을 내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조금 어렵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그냥 ‘투자회사들이 하는 프로그램 매매는 선물-현물 가격의 차이와 관련이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시면 충분해요. 선물 가격 급등락으로 현물 가격과의 차이가 벌어지면, 이걸 이용하려는 프로그램 매매도 급하게 늘어나서 현물 가격을 빠르게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거죠. 이걸 잠시나마 막는 게 사이드카의 역할이고요. 물론 프로그램 매매만을 막기에, 서킷 브레이커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해요.

부족한 돈 채우세요! ‘마진콜’
한국 주식시장에 닥친 위기처럼 시장이 급변하는 시기마다 등장하는 말에는 ‘마진 콜(Margin call)’도 있어요. 평소에는 쉽게 언급되지 않는 용어이기도 해요.

마진콜은 선물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예요. 선물 거래는 ‘미래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에’ 거래하기로 정하는 계약인데요. 예를 들어 ‘한 달 후에 A주식을 주당 1만 원에 사겠다’는 계약을 하고 실제 가격이 5000원이 됐을 땐 손해를, 2만 원이 됐을 땐 이익을 보는 방식인 거죠.

선물 거래를 할 때 대금 결제와 계약 시점에는 차이가 있어요. 한 달 후에 주식을 받기로 했으니, 일단 계약금만 내는 거예요. 그래서 선물 거래에서는 계약 이행을 보증하기 위해 거래소(증권사)를 통해 증거금(margin)을 위탁하게 하고, 하루하루 바뀌는 주식 가격을 기록해요. 바뀐 가격에 따라 당장 돈을 받지는 않지만, 만약 손실을 계속 기록하다가 처음에 냈던 증거금이 ‘유지증거금’ 이하로 떨어지면 거래소는 ‘마진콜’을 해요. “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나서 증거금이 계약 이행을 보증하기에 부족하니, 더 채워 넣어라”라고 요구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이 요구를 거래소가 전화로 했기 때문에 ‘콜(call)’이라는 이름이 붙었대요. 이때 투자자가 증거금을 다시 채워 넣지 못하면 거래소는 강제 청산(=반대매매)을 통해 선물 거래를 종결시켜요. 기존 증거금을 모두 잃고 계약도 끝나는 거죠. ‘버티기’를 하면서 손실 만회나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거예요. 투자자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인 셈이에요.

마진콜이라는 용어는 기존에 제공한 담보의 가치 하락으로 추가 담보가 필요해지는 다양한 금융 거래 상황에서 활용돼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일반 주식을 샀다가, 심각한 주가 하락을 겪을 땐 어떻게 될까요?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증권사는 일종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입금 요구)을 한 뒤 고객 동의 없이 주식을 팔아버려요.

조금 더 복잡한 경우도 떠올려 볼 수 있어요. 투자회사들이 기업을 인수할 때 인수 대금의 일부를 보유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인수한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빌려 쓰는 경우를 생각해 볼게요. 기업을 인수하는 건 워낙 큰돈이 드는 일이어서 실제로 이런 사례가 흔하거든요. 예를 들어 1000억 원짜리 회사 지분 100%를 인수할 때 돈은 700억 원밖에 없다면, 나머지 300억 원은 넘겨 받기로 약속한 1000억 원 가치의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미리 빌리는 거죠.

그런데 1000억 원이라고 생각했던 주식 가격이 300억 원으로 급격히 내려가 버릴 수도 있잖아요. 이렇게 담보의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게 되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담보가 부족하니 돈을 갚든지 담보를 더 제공하라”고 마진콜을 요구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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