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부르는 경동맥 협착증…좁아진 정도 따라 치료 달라진다
50% 이상에 증상 있으면 스텐트 시술과 수술 고려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뇌경색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경동맥 협착증은 협착 정도와 증상 여부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협착이 50% 미만이고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로 경과를 관찰하지만, 협착이 심해지면 스텐트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한다. 치료법마다 장단점이 분명하므로 혈관 상태와 전신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 없더라도 초음파 검사 받는 게 좋아
뇌혈관이 막혀 뇌 조직이 괴사하는 뇌경색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수는 경동맥 협착증에서 시작된다. 목 부위에 있는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가는 혈액의 약 80%를 공급하는 중요한 혈관이다. 이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을 경동맥 협착증이라고 한다.
경동맥이 좁아지면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거나, 좁아진 부위에 쌓인 콜레스테롤과 지방 덩어리(죽상판)가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동맥 협착증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머리로 가는 혈관은 서로 보완하는 우회로가 발달해 협착이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에는 80% 이상 좁아져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흡연 등 혈관 위험인자를 두 가지 이상 가지고 있거나 협심증·심근경색 같은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한 번쯤 받아보는 것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뇌로 가는 혈류가 크게 감소하면 한쪽 눈이 갑자기 어두워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때로는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몇 분에서 수십 분 정도 지속되다가 호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뇌경색의 전조 증상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경동맥 협착이 의심되면 먼저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필요에 따라 CT 또는 MRI 혈관 촬영으로 병변을 정밀하게 평가한다. 성민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경동맥 초음파 검사는 혈관 내 혈류 속도를 측정해 협착 정도를 파악하고 혈관 벽에 쌓인 죽상판 형태를 확인한다. CT 혈관 촬영은 혈관 형태를 입체적으로 확인하고, 혈관벽 석회화 정도를 비교적 정확히 파악해 스텐트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수적인 검사다. MRI 혈관 촬영은 혈관과 주변 조직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과거에 있었던 미세 뇌경색 흔적 등을 확인해 뇌와 혈관의 전반적인 상태를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경동맥 협착증이 진단되면 약물치료, 스텐트 시술, 수술(경동맥 내막절제술)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을 고려한다. 다만 환자가 선호하는 방법만으로 치료법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협착 정도와 증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일반적으로 협착이 50% 미만으로 심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항혈소판제(아스피린 등)를 사용해 혈전 형성을 억제하고, 고지혈증 치료제(스타틴)로 혈관 내 염증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한다. 이와 함께 혈압·혈당 관리, 금연, 체중 조절,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한 치료의 한 부분으로 권고된다.
다만 약물치료는 이미 좁아진 혈관을 직접 넓히지는 못하므로 지속적인 약물 복용과 관리가 필요하다. 박찬영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50% 미만의 무증상 경동맥 협착은 내과적 약물치료가 원칙이다. 1990년대 이전에는 무증상 경동맥 협착 환자의 연간 뇌졸중 발생률이 2~3%에 달했지만, 최근 스타틴 등 지질강하제와 항혈소판제를 포함한 약물치료가 발전하면서 현재는 약 1%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스텐트 시술, 합병증 위험도 고려해야
이처럼 약물치료만으로도 뇌졸중 위험을 상당히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협착이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치료 대신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면 이득보다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시술 과정에서 혈전 생성, 재협착, 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라도 경동맥 협착이 50% 미만이면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스텐트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하는 의학적 판단 기준은 협착 정도와 증상 여부다. 일반적으로 경동맥 협착이 50% 이상이면서 증상이 있거나, 협착이 70% 이상이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가 치료 대상이다. 박찬영 교수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경동맥 협착이 50% 이상일 때, 증상 없이 발견된 경우에는 협착이 70~80% 이상일 때 수술이나 스텐트 시술을 시행한다.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는 일반적인 경동맥 협착은 두 치료법 사이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수술에 대한 부담감과 시술의 편의성으로 인해 스텐트 시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스텐트 시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경동맥 스텐트 시술은 좁아진 혈관에 금속망 형태의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넓히고 혈류를 정상화하는 치료법이다. 또 스텐트는 죽상판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막는 위험을 줄이고 혈관을 지지해 혈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뇌경색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스텐트 시술은 절개가 필요한 수술과 달리 혈관을 통해 시행할 수 있어 수술 위험이 큰 고위험 환자에게도 치료 방법으로 고려된다. 성민수 교수는 "스텐트 시술 후에는 정기적인 혈관 검사와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혈전 형성을 예방하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과 만성질환 관리 등 전반적인 건강 관리를 통해 재발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텐트 시술은 비교적 안전한 치료법이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혈전 형성, 과혈류 증후군, 스텐트 내 재협착 등이 있다. 시술 후 혈관 내부에 혈전이 생기면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항혈소판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좁아진 혈관이 갑자기 넓어지면서 뇌혈류가 급격히 증가하는 과혈류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시술 후에는 혈압 관리와 정기적인 경과 관찰이 중요하다. 아울러 스텐트를 삽입한 부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혈관 내막이 과도하게 증식하거나 동맥경화가 다시 진행돼 스텐트 내부가 다시 좁아지는 재협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경과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스텐트 시술에는 일정한 합병증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치료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박찬영 교수는 "협착이 심하지 않을 때 혈관을 물리적으로 건드리면 질환 자체로 인해 뇌경색이 발생할 위험보다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병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질환을 그대로 두었을 때의 위험이 치료에 따른 합병증 위험을 명백히 상회하는 고도 협착의 경우에만 스텐트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혈관 석회화·고도 협착에는 수술이 유리
반면 수술은 협착이 매우 심하거나 경동맥이 심하게 석회화된 경우에 적합한 치료법이다. 협착 부위 혈관을 절개해 내부에 쌓인 죽상판을 직접 제거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혈관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며, 재협착 위험도 스텐트 시술보다 작은 편이다. 다만 절개에 따른 합병증 위험이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이 스텐트 시술과 수술은 각각 장단점이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박찬영 교수는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 치료법 모두 장기적인 예후는 우수하다. 다만 스텐트 시술은 혈관을 따라 뇌혈관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미세 색전이 떨어져 미세 뇌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협착이 매우 심해 혈관 내 남은 공간이 거의 없는 경우 이러한 위험이 더 커진다.
또 장기적으로는 스텐트 내부에 재협착이 발생하는 등 유지 측면에서 다소 불리한 점이 있다. 반면 수술은 동맥경화 부위를 긁어내 혈관을 넓히는 방법이라, 이물질을 남기지 않고 장기적인 개통 유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서구권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더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협착 위치나 상태에 따라 수술적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협착 부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모양이 불규칙한 경우, 또는 병변이 목 위쪽의 높은 위치에 있는 경우에는 수술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병변 위치와 형태에 따라 시술과 수술의 적합성이 달라질 수 있다. 박찬영 교수는 "협착 부위가 턱뼈보다 높은 두개골 기저부에 있거나 쇄골 아래 깊숙한 위치에 있는 경우에는 외과적으로 직접 접근하기가 까다로워 스텐트 시술이 더 유리하다. 반대로 병변의 석회화가 매우 심해 혈관이 돌처럼 단단해진 경우에는 스텐트나 풍선이 충분히 확장되지 않아 시술 실패 위험이 커지므로 병변을 직접 제거하는 수술이 더 효과적이다. 이 밖에도 혈관 모양이나 주행 방향 등도 시술과 수술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치료 방법은 환자의 해부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주치의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치료 못지않게 경동맥 협착증 예방과 진행 억제를 위한 혈관 관리도 중요하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은 동맥경화를 촉진하므로 적절한 약물치료와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고 금연과 체중 관리를 실천하며, 일주일에 15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동맥 협착증은 뇌경색 위험 요인이므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가족력 등이 있는 고위험군은 정기적으로 경동맥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민수 교수는 "경동맥 협착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같은 생활습관 또한 협착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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