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1호 조희대…법조계 “재판 지연 등 혼란 불가피”[안현덕의 LawStory]
전문가, 피의자·피해자, 유무죄 갈리는 특성상
법왜곡죄 고소·고발쇄도…부작용 우려도 커져
수사·재판 따른 공백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몫’
“독립성 훼손‥사건 당사자에 시달릴 문열어줘”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실상 첫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법왜곡죄(형법 제123조의2)시행이 현실화됐으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걱정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법왜곡죄와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이 급증하면서 판·검사의 사법적 판단이 위축되고, 이는 재판 지연은 물론 사건 암장 등까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힘 있는 자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면서 자칫 여론 재판만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12일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을 법왜곡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할 때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대법원은 작년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34일 만인 5월 1일 2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기 전 주심 대법관이 박 대법관이었다.
해당 사건은 이 변호사의 주소지에 따라 앞서 용인서부경찰서에 배당됐다. 이후 13일 사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인계했다. 조 대법원장 사건이 사실상 1호 사건으로 수사 ‘초읽기’에 돌입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법왜곡죄 고소·고발 사건이 앞으로 줄을 이을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법왜곡죄는 판사와 검사 또는 수사 관련자가 재판과 공소 제기·유지, 수사 과정에서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의 행위를 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의자·피해자로 또 유무죄로 나뉘는 수사·공소 제기·유지·재판의 특성상 어느 한 쪽은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만큼 법왜곡죄 사건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왜곡죄 고소·고발 사건 증가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왜곡죄에 따른 고소·고발이 급증하면서 수사 기관은 물론 판·검사까지 범죄 유무 판단에 압박감을 느낄 수 있고 또 이로 인해 재판이 장기화되거나 사건이 암장되는 사태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 당사자가 아닌 누구나 (법왜곡죄로) 고발할 수 있는 현 구조는 수사·공소 제기·재판까지 판단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수사관은 물론 판·검사의 각 과정의 판단이 있을 때마다 고발이 줄을 잇는 등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각종 부작용으로) 여론 재판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결국 사법의 독립성은 실종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수사·기소·재판 지연 등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왜곡죄의 고소·고발 대상은 판·검사와 수사관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수사를 받거나 재판정에 서는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수사 기관의 판단은 물론 재판부의 최종 선고가 늦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적으로 극단의 생각을 가진 이들이나 이른바 ‘프로 고발러’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수사나 재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수사관이나 판·검사가 수사나 재판 때문에 본 업무를 제대로 시행치 못하게 되면 수사·재판 지연 등으로 인한 피해는 일반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그만큼 기존의 사법 시스템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 독립은 소송 등은 물론 정치적 압박에 대한 우려 없이 양심·법에 따라 옳다고 생각하는 데로 (판사들이) 판단하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법왜곡죄는 반대로 판사들이 사건 당사자들에게 시달리게 할 통로를 열어줬다”고 덧붙였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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