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보험사 '투자 대전환' 예고…정부 생산금융 본격 참여

유찬우 기자 2026. 3. 1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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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포용금융이 만드는 경제 선순환⑦끝]
보험업권, 정부 부름에 응답…5년간 40조원 공급
'자본규제 완화' 약속한 금융당국 "적극 동참 바란다"
[편집자주] 금융의 기능이 단순한 자금 중개를 넘어 사회의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동행미디어 시대는 금융이 마주한 다음 숙제를 짚는다.

금융권에서 은행 다음으로 많은 운용자산을 지닌 보험업계가 생산금융에 본격 동참한다. 사진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뉴스1
전통적인 이익 창출 여력이 점차 제한되고 있는 보험업계가 수익 제고를 위해 새로운 장기투자처를 물색하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생산적 금융에 향후 5년간 40조원을 공급한다. 금융당국 역시 자본규제 완화를 약속하며 약 1200조원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보험업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보험업권 국민성장펀드 간담회'를 개최해 보험사에 국민성장펀드 운용계획 및 참여방법을 안내했다. 해당 행사에서 보험업계는 앞으로 5년 동안 생산금융에 40조원을 지원하고, 이 중 8조원은 첨단전략사업 등을 지원하는 국민성장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론 간접투자 펀드에 보험사가 자금을 공급하는 출자자(LP)로 참여하거나 인프라 등 장기투자에 참여하는 방식 등이 거론됐다. 업권 특성상 장기계약·자산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국민성장펀드의 장기투자 및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특히 투자기간이 길고 장기적 수익구조를 지닌 데이터센터·신재생에너지 등 인프라 투·융자와 첨단기술산업에 대한 간접투자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에서 열린 '제3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 회의에선 대형보험사를 중심으로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다.

먼저 삼성생명은 첨단산업 및 관련 밸류체인과 사회기반시설 위주로 생산금융 확대를 추진한다. 이를 위한 전담조직을 선정하고 성과보상체계(KPI) 설정 등 내부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향후 생산금융 관련 자체 펀드 설정을 추진하고 정기적인 임원협의체를 통해 투자계획 및 실적 점검도 실시한다.

메리츠화재는 지주 및 계열사와 연계한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반도체 및 AI(인공지능) 등 첨단전략산업과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전담 조직 신설 및 심사 전문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메리츠화재의 1조6000억원을 포함해 그룹 전체 6조원 규모의 자금을 국민성장펀드 등에 투자한다.


'성장 정체기' 보험사…생산금융 확대로 활로 개척


이처럼 보험사가 생산금융에 동참하기로 한 배경에는 정부·금융당국의 요구도 있지만 보험업계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보험사 전체 당기순이익은 11조29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했다. 손해율 상승과 손실부담비용 증가로 본업인 보험손익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9534억원, 손해보험사는 2조7478억원의 보험손익이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 역시 하락했다. 지난해 1~9월 총자산이익률(ROA)은 1.16%로 전년 대비 0.27%포인트(p) 떨어졌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26%로 1.02%p 하락했다. 생보사 ROE는 소폭 개선됐으나 손보의 ROE가 3.28%p 하락해 전체 지표를 끌어내렸다.

올해 전망 역시 밝진 않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보험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체 보험료 성장률은 2.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7.4%)보다 5%p 이상 하락한 수치로 사실상 성장이 정체됐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이유로 보험업계는 투자로 눈길을 돌렸다. 장기자금을 굴리는 특성을 살려 투자손익 증가를 통해 수익 개선을 노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1~9월 생·손보사의 투자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08억원, 8808억원 늘었다.

이번 생산금융 동참 결정 역시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해 수익률을 높이겠단 의지로 읽힌다. 금융당국은 이에 발맞춰 보험사에 적용되는 건전성 관련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금융당국, 보험사 동참에 자본규제 완화 약속


우선 금융당국은 생산금융으로 인한 손실에 따른 인사 불이익 제거 검토를 금융사에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인력 개편이나 KPI 개선을 추진하되 현장 직원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하는 금융사에 대한 면책특례 도입도 제안했다.

보험사의 생산금융 확대에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 인프라, 벤처 투자에 대한 위험계수 역시 하향 조정한다. 위험계수는 보험사가 특정 자산에 투자할 시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얼마만큼의 자본을 쌓아야 하는지를 정하는 비율이다. 위험계수가 높아지면 요구자본이 커져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악화로 이어진다.

아울러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시장금리에 맞춰 평가하는 유럽연합(EU)의 '솔벤시Ⅱ' 등 글로벌 규범을 참고해 자본규제 정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솔벤시Ⅱ는 보험사의 규모에 따라 차등 규제하는 보험건전성 제도다. 아직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보험사 부담을 줄여줄 자본규제 완화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규범을 고려해 보험사 건전성 개선을 위한 개선방안을 추후 마련할 예정"이라며 "현재 부동산 등에 편중된 자금을 생산금융으로 유도하기 위해선 금융업권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생산금융 확대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선 정부와 금융사 간 소통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며 "건전성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된다면 업권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찬우 기자 coldmilk99@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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