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프사 바꿨다”…14만 마라토너들 가슴 뛰게 한 이 남자
이상욱 아워심볼 대표 인터뷰
AI 얼굴인식 기술로 다운로드 쑥
스포츠 브랜드 광고로 수익 창출

“본인만 나온 사진도 아니에요. 같이 뛴 사람들과 함께 한 사진인데 그 순간이 너무 좋았던 거죠. 자신이 살아있는 것 같고, 어딘가에 소속된 느낌이 좋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고요(웃음).”
러닝 인구 1000만명 시대, 그 수많은 러너들이 달리기를 할 때 자신만의 ‘결정적 순간(사진)’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 있다. 스포츠 테크 플랫폼 ‘아워심볼(OurSymbol)’이다.
한번도 애플리케이션 관련 광고를 해 본적이 없지만, 러너들 사이 ‘아워심볼 모르면 간첩’이란 말이 돌 정도로 입소문을 제대로 탔다. ‘사진 맛집’, ‘프사 제조기’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심지어 공짜다. 러너 본인 사진 한장을 다운로드 받는 데에만 몇 천원씩을 줘야하는 유료 플랫폼과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아워심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OAO(Online And Offline)의 이상욱(사진·34) 대표를 만나 얘기를 더 들어봤다.

“AI 시대일수록, 기술은 결국 도구일 뿐이고 삶의 중심은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인간의 경험’에 더 집중하게 됐는데,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는 경험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죠.”
스포츠 중에서도 창업 아이템으로 달리기를 택한 데에는 의외로 단순한 문제를 푸는 데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가 이끄는 성수러닝크루 모임에서는 종종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이 때 수백 장의 사진을 촬영하는데, 실제로 SNS에 올라오거나 공유되는 사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여기서 잠깐. 러너들 사이에는 특유의 문화가 있다. 달리는 데 매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달리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아주는 작가들이 있다. 물론 둘 다 자발적이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뛰고, 스스로 사진을 찍음으로써 보람을 느끼는 이들이다.
다시 돌아가, 이 대표가 보기에 러너들이 찍힌 사진이 각자의 SNS에나 커뮤니티 등에 쉽게 공유되지 않는 이유는 명확했다.
사진작가는 수백 장의 사진을 정리하고 보정해야 했고, 마라톤 참가자들은 또 그 수백 장의 사진 속에서 자신이 나온 사진을 일일이 찾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매우 번거로운 일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달리고 나서 체력 소모를 다한 후라면 사진은 사진일 뿐 찾을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직접 사진을 사람 얼굴별로 분류하는 실험을 해봤다. 시스템도 없이 구글 드라이브 사진을 하나하나 분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자 다운로드 횟수와 SNS 업로드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이 대표는 “그 때 ‘이걸 기술로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다”며 “그래서 2주 만에 얼굴 검색 기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2024년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에서 처음 적용했다”고 말했다.
아워심볼은 AI 얼굴 인식과 검색 기술을 접목해 스포츠 이벤트 참가자가 자신의 사진을 바로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그 정확도는 90% 이상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아워심볼을 단순한 사진 서비스로 보지 않는다. 그는 “마라톤을 뛰며 찍힌, 아주 잘 나온 사진은 ‘내가 해냈다’는 증거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나도 해보고 싶다’는 동기가 된다”며 “아워심볼은 사람들의 스포츠 순간이 더 많이 기록되고 공유되도록 만드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러너들 사이 14만명이란 이용자 수를 창업 1년만에 확보하게 된 아워심볼의 수익 구조가 궁금했다.
이 대표는 “아워심볼이 그리는 수익 구조는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고, 수많은 참가자가 모이고 또 사진작가들이 그 순간을 기록하고, 이후 참가자가 사진을 공유하면서 트래픽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와 스폰서가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디다스, 룰루레몬, 호카 등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현재 아워심볼에 광고를 싣고 있다. 달리는 순간을 기록한 사진에서 자신의 얼굴을 찾기 위해 ‘초집중’하는 잠재적 소비자들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놓칠 리 없다.
아워심볼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자산은 ‘데이터’다. 대부분의 AI 서비스가 인터넷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면 스포츠는 현실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이 대표는 “구글이 인터넷을 크롤링했다면 아워심볼은 스포츠 현실 세계를 크롤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떤 순간에 사람들이 사진을 가장 많이 공유하는지, 어떤 마라톤 코스에서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는지, 심지어 마라톤 참가자들이 뛸 때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는지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스포츠 이벤트 기획과 브랜드 마케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쟁업체가 있는지 물어봤다.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같은 사진을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가 아니라 다양한 SNS가 아워심볼의 경쟁상대라는 것.
이 대표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미있는 순간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며 “하지만 지금 SNS는 점점 자극적인 콘텐츠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AI가 만든 인위적인 콘텐츠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미지들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실제 사람들이 몸으로 만들어 낸 순간을 담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며 “마라톤 완주나 첫 10km 완주 같은 인생의 장면들이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그러한 스포츠 순간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에서 열리는 러닝 이벤트는 연간 약 400~500개 수준이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요즘은 마라톤 성수기다. 이 대표가 처음 러너들을 겨냥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그는 “지금은 스포츠 이벤트를 만드는 장벽이 높지만 앞으로는 커뮤니티나 브랜드가 쉽게 스포츠 이벤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하루에도 수백 개의 스포츠 이벤트를 보다 쉽게 만들고 기획하는 플랫폼으로 확장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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