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전장은 은행·자본시장…이란전에서 드러나는 新 전쟁양상[이충희의 쓰리포인트]

이충희 기자 2026. 3. 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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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이란, 중동 내 美은행에 보복…데이터센터 첫 공격도
②금융·데이터 무력화 시도…시스템 멈춰설시 GDP 충격
③호르무즈 봉쇄→금융 파생상품 시장까지 타격

이 기사는 2026년 3월 15일 01:00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중동 전쟁이 군사·석유화학 시설 타격을 넘어 금융·데이터 인프라를 조준하는 양상으로도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은행 타격에 맞서 이란도 중동 내 주요 금융 허브 도시와 데이터센터를 직접 위협하며 미국식 금융 시스템 흔들기를 시도하는 것인데요.

이런 사례들은 전쟁이 차츰 자본 시스템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를 타깃 삼는 양상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 내 글로벌 자본을 대거 유치한 도시이자 서방식 금융 시스템을 도입한 두바이와 카타르가 이란의 타깃이 되고, 실제 현지의 초대형 투자은행들이 밀집한 건물에 폭탄 드론이 날아드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레바논 베이루트 교외. AP=연합뉴스

① 이란, 중동 소재 美 은행에 보복…데이터센터 첫 공격도

현지시각 3월 11일 오전, 이란 합동군사사령부는 자국 국영은행인 ‘뱅크 세파’의 데이터센터가 공습받은 것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중동 내 미국·이스라엘 연계 금융기관을 공식 타격 목표물로 지정한 것인데요. 이란 측은 성명을 통해 “해당 금융사로부터 최소 1.6km(1마일) 이상 떨어져 있으라”는 구체적인 통첩도 날렸습니다. 실제 두바이 정부 공보국은 13일(현지시각) “오늘 성공적인 요격 뒤 발생한 파편이 두바이 도심의 빌딩 외벽에 부딪히는 경미한 사고가 났다.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 여파로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SC), 골드만삭스, 딜로이트, PwC 등 글로벌 금융 관련 기업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소재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직원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는데요. HSBC는 카타르 내 모든 지점을 일시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지점이기는 하지만 이들 은행은 일시적 업무 중단 사태를 빚었습니다.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에 위치한 아마존 웹 서비스(AWS)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3곳을 향한 드론 공격을 감행했는데요. 이란 측은 “미 국방부가 AWS 클라우드 기반의 AI 모델을 활용해 이란 타격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 시설들을 합법적 군사 표적으로 규정했다고 합니다. 이번 공격은 글로벌 클라우드 시설이 군사 공격을 받은 역사상 첫 사례라고도 외신은 평가했습니다.

13일 요격 파편이 떨어져 부서진 DIFC의 빌딩. AP 연합뉴스

② 금융·데이터 무력화 시도…시스템 멈춰설시 GDP 충격

이번 전쟁 당사국들은 상대의 개별 은행·데이터센터를 공격해 금융·AI 시스템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사이버 전력을 통해 미국의 결제망과 금융 거래망, 데이터망을 집중 타격할 가능성도 거론하는데요. 개별 은행 간 온라인 뱅킹과 결제 네트워크를 넘어 국제 은행 사이 통신망까지 셧다운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이란 측은 “미·이스라엘과 연계된 지역의 경제·금융 이익을 겨냥하겠다”고 직접적인 위협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최근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결제 네트워크가 단 며칠만 중단돼도 기업들의 연쇄 도산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미국 GDP가 분기 기준 최대 0.3%까지 하락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합니다. 또 단순 금융 마비를 넘어 계좌 잔고가 조작되는 등의 해킹이 발생할 시 이에 따른 혼란은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라고 미국 현지에서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이번에 “은행 전산망 해킹이 가장 심각하고 구조적인 위협”이라고 경고했습니다.

③호르무즈 봉쇄→금융 파생상품 시장까지 타격

군사력 만으로는 미국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이란은 이처럼 상대의 약한 지점을 집중 공략하는데 이번 전쟁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전세계에 원유 공급을 상당량 차단하는 전략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이와 연계된 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가해지고 다양한 금융 파생 상품에도 연쇄적으로 타격이 미쳐 자본시장 전반에 큰 충격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전쟁이 아주 장기화되고 미국식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면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은행에 예치된 자금과 개인정보의 안전성이 의심 받기 시작하면 일반 투자자들의 뱅크런 심리도 조장될 수 있죠. 이란은 바로 이 부분을 노리며 미국의 금융기관과 나아가 데이터센터를 위협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중동 지역 내에서 거대 자본을 유치해온 두바이·카타르가 금융 허브로서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시선이 쏠립니다. 중동 내 전쟁이 확산하는 것을 목격한 아시아 부호들이 발 빠르게 이곳을 떠나고 있다고 로이터는 이달 6일 보도했습니다. 자산가들의 시선은 인접한 곳인 싱가포르와 홍콩 등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평균 50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자산을 예치했던 부호들의 자금 이전 문의가 전쟁 발발 직후 실제 급증했습니다. 이는 자본시장이 전쟁의 위협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싱가포르 야경. 참좋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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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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