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전세가 없다, 비상사태”…수도권 ‘반토막’ 태반

이세중 2026. 3. 15. 07: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 생성 이미지

"8월에 결혼이어서 부동산 연락 돌리고 있는데 매물이 없네요. 있는 것도 금방 나가더라고요"
"전세가 없다, 큰일 났다 비상사태다!"
"신혼집 알아보는데 전세매물을 찾아볼 수가 없네요. 전세 구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 따기"
- 결혼 준비 인터넷 카페 中-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결혼 준비 인터넷 카페에 최근 '신혼집' 관련 글이 부쩍 올라왔습니다. 공통된 주제는 '전세 매물이 없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모아놓은 목돈이 부족한 신혼부부에게 매매는 쉽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매달 나가는 월세도 부담스럽다 보니 금리가 비교적 저렴한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로 신혼집을 구하려는 예비부부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세 매물 감소로 신혼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행복해야 할 결혼 준비에서 생각지 못한 '난관'을 만난 셈입니다.

■ 성북구 90%↓ 대단지도 전세 '0건'…강남-비강남 전세 '극과 극'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있는 1,677세대 규모의 길음뉴타운동부센트레빌은 13일 등록 기준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월세도 1건에 불과합니다. 매매 물건만 33건 등록돼 있을 뿐입니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길음뉴타운4단지아파트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1,881세대 규모인데도 등록된 전세는 단 1건, 이 아파트는 월세마저 전혀 없습니다.

다른 동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성북구 돈암동에 있는 천 세대가 넘는 돈암이수브라운스톤, 2천 세대가 넘는 돈암산성아파트 모두 등록된 전세는 '0건'입니다.

그야말로 성북구에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른 건데 수치로 봐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자료를 보면, 13일 등록된 성북구 전체 전세 매물은 132건, 1년 전(1,408건)과 비교하면 90% 넘게 줄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감소율이 큽니다.

이어 중랑(-79.7%), 관악(-78.5%), 노원(-78.2%), 강북(-76.6%), 도봉(-73.2%) 순이었습니다.

이들 지역의 특징이 보입니다. 모두 서울 핵심지역이 아닌 강북 중저가 지역으로 서민들의 임대차 수요가 많은 지역입니다.

반면, 송파구는 전년보다 38.2% 늘어 서울에서 유일하게 전세 매물이 증가했습니다. 이어 강남(-9.8%), 서초(-11.8%), 용산(-34.6%) 순으로 감소율이 작았습니다. 강남 핵심지역은 정비사업으로 최근 대규모 입주가 진행돼 다른 지역보다 매물이 받쳐준 영향입니다.

■ 경기 전세 50%↓· 월세 40%↓…"'이제는 전세에 이어 '월세난'까지"

경기 지역도 상황이 심각합니다. 경기 전체 전세 매물을 보면 13일 기준 1만 3,763개로 1년 전(2만 7,551건)과 비교하면 정확히 딱 절반 수준입니다.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은 안양시 만안구입니다. 이날 등록된 전세 매물은 147건으로 1년 전(714건)보다 79.5% 감소했습니다.

이어 동두천(-75.0%), 수원시 영통(-74.4%), 용인 처인(-70.4%), 군포(-67.2%) 등 경기에서만 20개 지역이 절반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전세 매물이 1년 전보다 늘어난 곳은 구리(63.8%), 과천(41.1%), 광주(29.1%) 등입니다.

실제로 이날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의 1,134세대 규모 석수아이파크에 등록된 전세 매물은 한 건도 없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1,092세대 규모 써니밸리 아파트 역시 매매만 108건 등록돼 있을 뿐 전세는 한 건도 없고, 월세는 1건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월세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날 경기 전체 월세 물건은 1만 490건으로 1년 전(1만 7,679건)보다 40.7% 줄었습니다.

전세와 월세를 합쳐도 경기 전체 매물이 2만 5천 개가 채 되지 않습니다. 반면 매매 물건은 18만 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임대차 시장 자체가 급격히 쪼그라드는 모습입니다. 집주인들이 대거 임대에서 매도로 전환하는 건데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다수의 서민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 서울·경기 전셋값도 '불안'…매매가격은 '둔화'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 역시 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1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3월 2주 서울 전셋값은 0.12%, 경기는 0.13% 올랐습니다. 모두 지난주와 비교해 0.04%P 늘었습니다.

특히, 서울에서 가장 매물이 줄어든 성북의 경우 0.24% 올랐습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2021년 7월부터 데이터를 볼 수 있는데 이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적은 없습니다. 2024년 7월 같은 상승률(0.24%)을 기록한 게 최고치입니다.

용인 기흥도 이번 주 전셋값이 0.36% 증가했는데 이는 2023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반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8% 올라 6주째 둔화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강남 3구와 용산구가 3주째 하락세를 이어간 가운데 강동구도 하락 전환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서울 전역의 매물은 늘고 매도자들이 가격도 조정하며 조금씩 가격이 안정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여유 있으면 매매하겠지만"…당장 '살(Live) 집'은 어디에

매매와 전셋값의 흐름이 상이해 보이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당장 살 집을 구해야 하는 청년 신혼부부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니다.

우선, 매매 물건이 쌓이는 이 기회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 역시 좋은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둔화가 됐을 뿐, 57주 연속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격이 크게 오른 점, 대출 규제가 강화된 점을 고려하면 선뜻 매매에 나서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비 신혼부부들이 올린 글을 봐도 "너무 비싸서 일단 전세로 들어간 뒤 매매를 준비하려고 한다.",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매매하겠지만, 전세로 살면서 차차 알아가려고 한다"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이들이 마주해야 할 건 '주거비 상승'일 겁니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전월세 물건 모두 감소하는 추세라면 가격이 계속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물론 정부가 의도한 대로 다주택자나 임대 사업자가 집을 팔면 그만큼 무주택자들의 전월세 수요도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세난'을 마주한 이들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민들이 높은 주거비용을 지불하며 살아가는 사회로 급변하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현금흐름 부담 없이 전세로 살다가 이제는 물량도 줄어들고, 월세는 오르다 보니 소득의 적지 않은 부분을 주거비로 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가 점유 가구 비율은 61.4%입니다. 특히, 수도권은 55.6% 수준으로 절반 정도는 집을 구해야 하는 임차인입니다.

[그래픽: 권세라]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유튜브, 네이버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