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로 하루 더 쉬면? 기후위기 대응·성평등·민주주의도 발전"
"2030년 주 32시간 근무 도입이 목표"
'24시간 교대' 간호사, 주 4일 실험 성공
"9~18시 전일제 노동자는 선택의 문제"
관성적 저항·노동양극화 우려 등 넘어야
"비경제적·사회적 가치 지표 향상 가능"

"이재명 대통령님, 주 4일제는 언제 시작될까요? 죄송한데 저 좀 급해요."
3월 둘째 주 월요일이었던 9일, 엑스(X)에 게시된 질문이다. 3·1절 연휴(대체공휴일 시행 포함)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흘만 일했던 3월 첫째 주가 지난 뒤였다. 이번 주는 꼼짝없이 닷새를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 어서 벗어나고 싶다는 다급함, 그래도 기다리면 언젠가는 '주 4일제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한꺼번에 배어 있는 물음이었다. 7,000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6,400명은 '공유'를 눌렀다.
답은 무엇일까. 애석하게도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일하는 노동자에게 주 4일제는 아직 '기약 없는 미래'다. 다만 희망 회로를 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실'로 만들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일고 있다. 주 4일제 도입을 앞당기기 위해 19개 노동단체·시민단체가 참여해 2024년 2월 출범한 '주4일제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주 40시간→주 32시간 노동을 향해"
주4일제네트워크는 노동계의 해묵은 숙제인 과로와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고, 한발 더 나아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 32시간 노동을 법제화하기 위한 정책 개발 및 입법 촉구 활동을 하고 있다. '주4일제 시대가 온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새로운 전환'(2025)이라는 저서를 낸 진보 노동학자 김종진 대표 겸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이 이끌고 있다. 11일 김 대표를 만나 주 4일제 근무 실험의 현황과 해결 과제, 그리고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김 대표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20년 가까이 노동 정책과 노사 관계를 연구해 왔다. 감정노동, 생활임금, 플랫폼노동, 중대재해 등 한국 노동계의 모든 현안이 그의 연구 주제였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 근무가 활성화하고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4년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의 전환이 이뤄진 지 약 20년 만이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은 꽤 오래된 주제지만 팬데믹 후 전 세계적으로 주 4일제 논의가 활발해졌고, 국내 기업에서도 주 4일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며 "수면 위로 올라온 흐름을 제때 제도화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주 4일제 현실화 운동에 뛰어든 이유다.

"반드시 '월화수목토토일'일 필요는 없다"
변화의 조짐은 있다. 일부 민간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 4일제는 시범 사업, 곧 '실험'의 형태로 확산하고 있다. 우선 실시해 보고, 성과를 따져 보자는 것이다. 그 양태도 다양하다. 주 40시간 법정노동시간을 유지한 채 '출근하는 날'만 나흘로 줄인다거나, '주 32시간'만 일하는 방식이 있다. '완전 주 4일제'를 시행하기도 하고, 아니면 '격주 또는 월 1회'만 실시하기도 한다. 또 임금을 유지하는 곳도, 삭감하는 곳도 있다. 기업 경영자 측이 주도하기도 하며, 노사 합의를 통해 시행하기도 한다. 지자체 중에선 경기도가 올해 도내 중소기업 대상 주 4.5일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주 4일제와 관련, 금요일엔 반드시 업장이 아예 문을 닫는 식으로 경직된 형태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여러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해 보면 주 4일제에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은 대략 60%로 추정됩니다. 이는 주 4일제를 무조건 '금요일에는 문 닫는 모델'로만 여기기 때문이에요." 그는 "주 4일제는 그렇게 획일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두가 금요일 또는 월요일에 쉴 수도 있고, 사람마다 요일을 선택해 쉴 수도 있다"며 "또 처음엔 주 4.5일제로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해 주 4일제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종과 근무 특성 등에 따라 주 4일제의 방식은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 4일제 2년… 간호사 퇴사율 19.5%→7%
주목할 만한 사례도 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를 하고, 이 때문에 24시간 교대 근무 체제로 운영되는 대학병원에서도 주 4일제 실험은 이뤄졌다. 세브란스병원이 노사 교섭을 거쳐 2023년 간호사 직군에 6개월 단위로 1년간 3개 병동에서 주 4일제 근무를 시범 도입한 것이다. 만성적 과로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들을 붙잡기 위해 시작된 일이었다.
실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시범 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환자에게 먼저 말을 걸게 됐다' '이직하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나중에 결혼해서도 계속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주 4일제 시행 전 19.5%였던 간호사 퇴사율은 2년 뒤 7%로 대폭 감소했다. 시범 사업 연구를 맡았던 김 대표는 "세브란스병원의 주 4일제 효과가 알려지면서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도 주 4일제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렇게 짚었다. "주 3교대가 기본인 병원에서도 주 4일제가 가능했다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전일제 근무 체제에서 주 4일제 실시 여부는 선택의 문제일 뿐입니다."

다만 주 4일제의 전면적 확대를 위해선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무엇보다 ①'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관성적 저항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②분야별·기업별·개인별 입장도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오래 일하고 많이 버는' 걸 원하는 만큼, 찬반 의견이 뚜렷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만약 ③공공 부문이나 대기업 등에서만 주 4일제가 실시될 경우 노동의 양극화가 더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④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 수준은 유지하려면, 중소 규모 사업장에는 국가의 재정 보조가 수반돼야 할 수도 있다.
주 5일제 전환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단계적 시행에만 7년이 걸렸다.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선뜻 의제화에 앞장서겠다며 총대를 메는 인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주4일제네트워크는 출범 당시 '2027년 주 36시간, 2030년 주 3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걸 목표로 내걸었으나,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주 4일제,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
그럼에도 주 4일제 도입은 노동자에게 단순히 '하루 더 휴식'을 제공하는 차원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실제 주4일제네트워크는 출범식 선언문에 △기후위기 대응 △성평등 실현 △지역 공동체 활성화 등을 목표로 담았다. 김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경제적 지표보다 비경제적·사회적 가치 지표가 더 향상될 수 있다. 주 4일제를 단순히 노사 관계 단위의 문제로 보는 건 지나치게 좁은 관점"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특정 요일에 출퇴근 인구가 줄면 탄소 배출이 줄어들 수 있고, 돌봄 시간 증가로 가족 내 성평등이 실현되는 등 부차적 효과도 크다는 뜻이었다.
특히 주 4일제가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하루 더 쉴 경우 아마도 '내 관리비가 왜 이렇게 많이 나갔지' 하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주민센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며 "좀 더 나아가자면 지역공동체에 참여하거나 자원봉사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주 4일제는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했다. "선진국에선 노동자들이 사회적 문제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누립니다. 그래서 선진국이 선진국인 거예요. 노동시간이 긴 나라에선 민주주의 발전도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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