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도박’…일부 선박들 추적기 끄고 호르무즈 야밤 통과

김명일 기자 2026. 3.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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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료 치솟자 막대한 수익 노리고 운항 강행
중동사태 초기였던 지난 1일 호르무즈 해협 인접 항구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제벨알리 항이 폭격을 당해 연기가 나는 모습. /선원노련 제공

이란이 글로벌 물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일부 국가 선박들이 막대한 수익을 노리고 해협 통과를 강행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해운 전문 데이터 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와 마린트래픽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그리스 회사 소속 선박 최소 10척과 중국 회사 소속 선박 최소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 항해에 관여하고 있는 한 그리스 선주는 익명 인터뷰를 통해 “위험 부담은 엄청나다”면서도 “하지만 바다는 언제나 위험한 사업이었다”고 했다. 이 무역에 관여했던 또 다른 그리스 해운 관계자는 좁은 수로에서의 긴장감 넘치고 험난한 항해를 “마치 적의 욕조에 들어가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들은 이란군에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야간에 운항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위험한 항해를 강행하는 이유는 이란 전쟁 발발 후 물류 운송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보험료와 선원들의 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항해 한 번당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 중개 데이터에 따르면 유조선 소유주들은 용선 계약으로 하루에 50만달러(약 7억5000만원)를 벌 수 있을 정도로 일일 평균 수익이 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용기를 내서 통과하라”며 호르무즈 해협 선박 운항을 장려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미 해군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호위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미 해군은 선박 호위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주요 선원 노조인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의 스티븐 코튼 사무총장은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 선원들을 보내는 것은 그들을 실제 전쟁터로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는 선원들의 생명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란군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있는 선박을 향해 미사일, 드론 공격을 감행해 최소 16척의 선박이 피해를 봤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은 노르웨이 억만장자 존 프레드릭센이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 분쟁 당시 미사일 공격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 지역에서 원유를 선적·수송해 막대한 돈을 벌었던 사례가 있다면서도 최근 상황은 “그 이후에 나온 가장 대담한 항해 중 하나”라고 했다.

이란과 오만이 관할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와 물자가 이동하는 중요한 무역로다. 이곳이 막히면 국제 유가가 폭등한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후 “석유 한 방울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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