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밖에 몰랐던 아이들…우리 사회는 왜 해든이를 보지 못했나

최성국 기자 박지현 기자 2026. 3.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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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해든이 '반복되는 비극'…가해자 77%가 부모
전문가들 "영아는 외부 접점 거의 없어…사망 전 발견 체계 필요"
친모 A 씨가 전남 여수 자택에서 해든이를 발로 학대하는 모습.(사진=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본 캡처.)

(광주=뉴스1) 최성국 박지현 기자 = "아동학대살해 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외부가 인지하고 개입할 틈조차 없다는 점입니다."

부모의 학대로 생후 4개월 된 해든이(가명)가 숨진 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인천에서는 생후 20개월 된 아이가 친모의 방임으로 세상을 떠났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치사 처벌을 강화하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 이른바 '정인이법'이 시행됐지만 아이들 비극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든이처럼 아동학대살해, 아동학대치사로 숨진 아이들은 96명에 달한다.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로는 '범죄의 특수성'이 꼽힌다. 영아는 부모 외에는 세상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게 핵심이다.

최아라 광주대학교 아동학과 교수는 1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영아는 발달적으로 취약하고 성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다"며 "아동 범죄 예방에 조기 발견이 관건인 이유"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보호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아이들이 사망한다"고 분석했다.

도미향 남서울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도 "영유아 학대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후 발견이 어렵다"며 "신고 이후 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지자체가 신속하게 공동 대응하는 체계가 더 강화되고, 영아의 경우 위험 판단 시 즉각적인 보호조치와 지속적인 가정 모니터링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광주 한 경찰 관계자는 "영아학대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경찰이나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개입하기 전에 아이의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가 먼저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범행은 외부에서 인지할 수 없는 집 안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 의해 벌어지는데 사회 구적으로 개인 가정에 대한 선제적인 외부인의 관찰, 개입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동학대 가해자의 상당수는 친부모다.

정인이법 시행 이후 전국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6만 3575건인데, 아동학대 행위자(6만9919명) 중 77.1%(5만4351명)이 친부모였다.

아이가 태어난 뒤 어린이집 등 교육·돌봄시설에 입소하기 전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영아와 외부인의 접점도 많지 않다.

산후도우미, 영유아 건강검진 등을 제외하면 타인이 아동학대 여부를 인지할 수 있는 통로는 사실상 제한적이다.

최아라 교수는 "'이웃이, 국가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모토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부모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을 때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예방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결혼이나 임신, 출산 이후 부모들이 단 몇 시간이라도 부모교육을 이수하거나 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무료로 시행되는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의료진이 학대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학대 받는 아이가 사망에 이르기 전 부모 외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지급하는 부모수당을 근거 생후 초중기 양육 가정에 전문가가 방문해 신생아 발달 지식과 부모 역할을 교육하는 예방적 개입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동학대살해에 대한 법정형 강화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단순 처벌 강화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동학대살해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져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겁다. 지난 2024년 광주 한 상가 화장실에서 출산한 신생아를 살해하고 유기한 부모는 1심 징역 10년형이 항소심에서 8년으로 감형되고, 같은해 여수에서 생후 7개월된 쌍둥이를 살해한 친모는 징역 8년이 항소심을 거쳐 징역 5년으로 감형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해든이 사건을 계기로 가중처벌 규정 강화, 법정형 상향, 감형제한 규정 마련을 골자로 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지난 9일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도미향 교수는 "처벌 강화는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학대 예방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위험가정 조기 파악, 부모 지원 체계 동시 마련, 신고·대응 시스템 보완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도 교수는 "출산 직후부터 보건소, 의료기관, 어린이집 등이 위험 신호를 공유하고 양육 스트레스가 높은 가정을 방문 상담 등으로 지원하는 '예방 중심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며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 고립, 정신건강 문제 등을 조기에 지원하는 예방 정책과 부모 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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