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지킬 군함 보내라"...韓 정부 결단 요구받나(재종합)

김상윤 2026. 3. 15.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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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스라엘 대이란 전쟁 속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구
한국·중국·일본 등 원유 수입국에 해협 관리 역할 압박
상선 호위 작전 다국적군 추진...미군 위험 분산 의도
중동산 원유 의존 높은 한국, 안보·동맹 딜레마 커져
2020년처럼 청해부대 작전 범위 확대 가능성 거론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최대 전략 요충지로 떠오른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동맹국을 중심으로 다른 나라들의 참여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안보와 한미동맹, 중동 분쟁 개입에 따른 군사적 리스크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쉽지 않은 판단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많은 국가들이 군함 보낼 것..미국은 많이 도울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많은 국가들이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을 거론하며 “이들 국가가 군함을 보내 호르무즈 해협이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더 이상 위협받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hopefully)”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을 직접 거론하며 군함 파견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은 군함 파견을 요구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동산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을 겨냥해 해협 관리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추가 글에서도 “미국은 군사적·경제적, 그리고 모든 면에서 이란을 때렸고 완전히 파괴해 왔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의 국가들은 그 항로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아주 많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만 해도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직접 호위하는 작전이 “아주 곧” 시작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의 군함 파견과 항로 관리 역할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도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위험 부담이 큰 상선 호위 임무를 동맹국과 주요 원유 수입국에 분담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은 좁은 수로에서 이란의 드론과 기뢰, 미사일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위험 부담이 큰 작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군 단독 작전보다는 다국적군 형태로 위험을 분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모든 일이 빠르고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관련 국가들과 조율할 것”이라며 “이것은 항상 팀의 노력이어야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5개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금전적 부담을 넘어 실제 군사력 투입을 요구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 여부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의 참여를 압박해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현재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 제45진 문무대왕함이 기동하고 있다. (사진=해군)
안보·동맹 사이 고민 커지는 한국…청해부대 역할 주목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던 2020년에도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의 작전 범위를 일시적으로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해 한국 선박을 호위하는 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청해부대의 법적 파견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다. 그러나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단서 규정을 통해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 일대까지 넓혀 놓은 상태다.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이 주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독자 파병 형식을 택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관리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군함을 파견하더라도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이란과의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모양새는 피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중국의 경우 이란의 주요 우방국이자 미국과 전략 경쟁 관계에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긴장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크게 줄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을 줄이고 있으며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운영을 일부 중단한 상태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전날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거의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긴장이 이어질 경우 유가가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청해부대는 지난 2020년 1월 작전구역을 기존 ①~② 지역에서 ⑤번 지역까지 확대했는데, 당시 국방부는 이라크 주바이르항까지는 아니고 그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출처=국방부)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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