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무부, 임금체불 피해 필리핀 계절노동자 재입국 허용···‘농장주 허가 받아오라’ 입장 바꿔

김태욱·강한들 기자 2026. 3.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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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A씨(31)가 2023년 강원 양구군 한 사과 과수원에서 일하던 모습. A씨 제공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한국에 다시 입국하려다 거절당한 필리핀 출신 계절노동자들이 뒤늦게 입국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고용주인 농장주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는 등 이유로 이들의 재입국을 거절했지만,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와 논의한 끝에 허가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최근 사회대개혁위와 면담한 뒤 강원 양구군에서 임금 일부를 체불당한 뒤 이를 해결하려고 한국에 돌아오려던 필리핀 계절노동자들의 재입국을 허용키로 했다.

지난해 여름까지 양구군에서 일했던 필리핀 노동자 91명은 취업알선 업체 측이 이들의 임금을 가로채면서 약 2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에 “업체가 가로챈 임금을 돌려달라”는 진정을 냈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 [단독]입국하려면 임금 체불 농가 추천 받아 오라니···필리핀 계절노동자 외면한 법무부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60600041#ENT

이후 필리핀으로 돌아간 이들은 법무부에 ‘특별 체류자격’을 요청했다. 떼인 임금을 받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다시 국내로 돌아와 직접 해결에 나서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 1월 ‘농장주 추천을 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고만 안내했다. ‘돈을 떼인 사람’이 ‘돈을 떼먹은 사람’에게서 다시 추천을 받아 입국하라고 안내한 셈이다.

이에 이들은 “인신매매 피해에 따른 수사대응·피해 지원을 위해 입국할 수 있게 특별 체류자격을 부여해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인신매매방지법상 인신매매는 사람을 사고파는 것 뿐 아니라 취약한 상태를 이용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위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법무부는 ‘기관을 통해 인신매매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이를 다시 거절했다. 현행법상 해외에 체류중인 외국인은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불가능한 방법을 안내한 것이다. 이들은 입국하지 못해 경찰의 피해자 조사나 민사소송을 위한 자료 준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단독]법적 대응하려면 입국해야 하는데···임금 떼인 필리핀 노동자, 또 입국 거절당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031409001

이 같은 상황을 알게 된 사회대개혁위가 지난 2월 초 법무부 측에 면담을 요청했고 법무부가 응하면서 지난 6월 양측과 양구군 등이 참여한 간담회가 열렸다. 법무부는 이 자리에서 이들에게 단기비자(C-3)를 제공하기로 하고 입국을 허용키로 했다. 또 입국 후 이들의 비자를 난민신청자·인도적체류자 등에게 제공되는 G-1비자로 전환해 국내 체류와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사회대개혁위는 이들 외에도 비슷한 피해를 당한 외국인 계절노동자가 총 1000여명에 달하고, 전체 피해액도 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와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

피해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뒤늦게나마 입국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법무부 결정에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절노동자 제도 시행 전부터 이 같은 피해가 우려됐다”며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했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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