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30만 달러 인출한 형제, 왜 승소했나
[상속 비밀노트]

2019년 5월 사망한 이 모 씨(망인)는 자녀인 A씨와 B씨(원고들), C씨(피고)를 뒀다. 피고인 C씨는 망인과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에 망인의 인감도장과 예금통장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피고는 망인의 사망신고를 하기 전인 2019년 6월 7일 망인 명의 D은행 외화예금계좌에 있던 미화 30만 달러를 인출해 본인 명의 D은행 외화예금계좌에 입금했다. 피고는 2019년 11월께 상속세 신고를 하면서 이런 사실을 원고들에게 알렸다.
그 후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미화를 무단으로 인출해 본인들의 상속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2023년 4월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내지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과연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들의 상속분을 반환해야 할까.

안 날로부터 3년, 소송 제기해야 시효 중단
원고들이 제기한 소송은 피고가 미화를 임의로 모두 인출·보유해 원고들의 상속권을 침해했음을 이유로 이 사건 미화 중 원고들의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돈(각각 10만 달러)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므로, 이 소송의 법적 성질은 상속회복청구의 소에 해당한다. 상속회복청구의 소는 자신의 정당한 상속권을 침해당한 진정한 상속인이 자신의 상속권을 침해한 소위 참칭상속인을 상대로 상속권의 회복을 구하는 소송이다(민법 제999조). C씨도 물론 상속인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받을 정당한 상속분을 넘어서 취득한 부분에 한해서는 참칭상속인이라 할 수 있다.
상속회복청구의 소는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기 전에 제기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는데, 이 기간은 제소기간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내용증명을 보낸다고 시효가 중단되는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대법원 1993년 판결). 이 점에서 내용증명을 통해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유류분반환청구와는 다르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2019년 11월께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원고들에게 자신이 망인의 외화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알렸으므로, 원고들로서는 이때 자신들의 상속권 침해를 알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3년 4월 제기한 원고들의 소송은 상속권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제기돼 부적법하다. 대법원 역시 이와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그러나 상속 관계의 조속한 확정을 위해 권리의 행사 기간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비교법적으로 볼 때 우리 민법과 같이 3년, 10년이라는 단기의 권리행사 기간을 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은 30년인데…상속 시효 너무 짧다
우리 민법의 모델이 된 일본 민법은 상속권이 침해된 사실을 안 때로부터 5년 또는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20년의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민법에서는 30년의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스위스 민법의 경우에도 피고가 악의인 경우에는 시효기간을 30년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이탈리아 민법상의 상속회복청구권은 아예 시효에 걸리지 않는다.
이처럼 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한다면 우리 민법상의 상속회복청구권은 진정상속인의 입장에서는 가장 불리한 입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 의견으로는, 재산권이 침해됐을 때 행사할 수 있는 물권적청구권과 별도로 상속회복청구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진정상속인의 권리를 사실상 박탈하는 상속회복청구권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