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지 못하는 군불…뚝 떨어진 개헌 실현 가능성
송언석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해도 충분"
동력 미약…지선 이후 개헌 논의 물꼬 불투명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전망이다. 거대 양당이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시기를 두고 이견을 노출해서다. 정치권의 합의가 선결되지 못하고 있어 우 의장의 임기 내 개헌 완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우 의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에서 "여야가 국가의 미래와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위해 보다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고 주요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담는 최소 수준 개헌을 촉구하면서 오는 17일까지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 13일 어렵게 재개한 정개특위 2차 전체회의는 18분 만에 끝났다. 회의 안건 대부분이 지구당 부활 관련 법안으로 채워지면서 개혁진보4당은 "거대양당의 기득권 야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간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던 여당은 우 의장의 제안에 화답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문제, 지역균형발전을 강화하는 문제, 다시는 내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 비상계엄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개헌의 내용은 저희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서 "이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될 때"라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금은 민생 과제도 굉장히 시급한데 과연 개헌을 논의할 시점인가라는 점에서 소극적"이라며 "굳이 개헌을 추진한다면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논의해도 충분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아울러 "헌법을 고치는 일은 군사 작전하듯이 날짜를 정해놓고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우 의장의 개헌 로드맵을 지적했다.
당장 여야 간 개헌 논의 자체가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원내대표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라며 "엄중한 민생을 챙기고 선거도 치러야 하는 만큼 개헌에 대해서는 선거 이후 차분하게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헌특위 구성 논의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애초 개헌 동력은 미약했다. 오는 5월 말까지 임기를 앞둔 우 의장은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단계적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안할 때마다 여야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내란 청산과 사법개혁 완수에 집중해 왔고, 국민의힘은 계파 갈등을 노출하는 등 당내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번에도 야당이 공개 석상에서 부정적 의견을 내면서 국민투표법 개정으로 올랐던 실현 가능성은 뚝 끊기게 됐다.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에 호응하지 않는 원인은 여당 주도로 개헌 논의가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개헌을 통한 정치권 새판짜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한편, 개헌론은 일단 한번 불이 붙으면 정치적 의제를 빨아들이는 흡입력도 강해 정부·여당을 겨냥한 야당의 견제구가 묻힐 가능성도 충분하다.
향후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가 거세진다면 야당이 마냥 개헌 논의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사무처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만2569명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7명(68.3%)은 개헌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1987년 체제의 헌법을 종식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한 것이다.
한 야당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과거서부터 개헌 논의는 주로 권력구조 개편에 치우쳐 번번이 무산됐다"라며 "개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큰 만큼 제도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정당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를 피한다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적 부담이 따르겠지만, 그럼에도 개헌 논의 자체가 우선순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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