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만 있는 전세계서 가장 큰 자판기 ‘이것’까지 뽑는다는데 [오찬종의 매일뉴욕]

오늘의 주인공인 카바나(Carvana)는 이 독특한 자판기를 상징물로 내세워 미국의 거대한 중고차 시장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과거 중고차 시장은 딜러와의 피곤한 흥정, 차량 상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대표적인 ‘레몬 마켓(정보의 비대칭으로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이었습니다.
카바나는 이 지점을 정조준했습니다. 100% 비대면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가 집 소파에 앉아 단 몇 분 만에 차량을 선택하고, 대출 승인을 받으며, 배송 일정까지 잡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시각적인 재미에 그치지 않습니다. 고객이 온라인 주문 후 현장을 방문해 전용 코인을 넣으면 타워형 보관소에서 차량이 내려옵니다.
‘온라인 원터치’라는 카바나의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특히 팬데믹 시기 비대면 수요와 맞물리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카바나가 실물을 보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수천만 원을 지갑에서 뺄 수 있게 만든 비결은 강력한 신뢰 정책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7일 환불 보장’ 제도입니다. 차량을 배송받은 후 일주일간 직접 타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건 없이 환불해 줍니다. 이는 시승이 불가능한 온라인 구매의 단점을 완벽하게 상쇄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특허 받은 고화질 360도 촬영 기술로 차량의 미세한 흠집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쌓았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더욱 정교합니다. 카바나는 ‘카리(CARLI)’라는 자체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량 검수와 수리 과정을 디지털화했습니다. AI가 차량의 마모 상태를 분석해 필요한 부품을 미리 주문하고 공정을 표준화한 결과, 부품 구매 비용을 45% 절감하고 수리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카바나에게도 절체절명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2022년,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중고차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하지만 카바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응수했습니다. 인력의 12%를 감축하고 마케팅비를 삭감했으며, 채권단과의 협상을 통해 12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탕감했습니다.
특히 위기 당시 무리한 투자로 지적받았던 미국 2위 도매 경매 업체 ‘ADESA(아데사)’ 인수가 반전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전국 56개의 ADESA 부지를 차량 검수 및 물류 거점인 ‘메가사이트’로 탈바꿈시키자, 고객 근처에서 차량을 준비할 수 있게 되어 대당 물류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카바나는 2025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이 소식과 함께 지수를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투자 자금들이 카바나 주식으로 몰려들었고, 덕분에 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겼습니다.
한때 파산까지 걱정하며 차가운 시선을 보냈던 월가 전문가들도 이제는 상당수 카바나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며 목표 주가를 높여 잡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 행동주의 펀드인 ‘스타보드 밸류’가 카맥스 지분을 대량 확보하며 경영 개입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카맥스에 강력한 비용 절감과 함께 카바나식 ‘동적 가격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며 혁신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카맥스를 향한 시장의 압박은 단순한 경고를 넘어 실제 행동으로 옮겨졌습니다. 스타보드 밸류는 카맥스 이사회에 두 명의 이사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명하며 경영 개입을 본격화 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1위 카맥스가 수성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의 중고차 마켓은 이제 큰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연간 4000만대 규모라는 압도적 시장의 패권은 누가 가져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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