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 급등에 복잡해진 연준 금리 셈법…금리인하 전망 후퇴

13일(현지시간)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이틀 연속 종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긴급 방출하기로 했지만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계속해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중동 내 석유 인프라 잇달아 폐쇄되고 있다. 당초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폭격 조기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며칠 후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입장을 여러 차례 바꿨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국제유가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함 트럼프의 정책도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전쟁 시작 전 갤런당 3달러 아래에서 전날 약 3.60달러까지 뛰었다. 주택금융기관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주 6%에서 이번 주 6.11%로 올랐다.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트럼프의 미국 재정적자 감축 공약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부유층 가구의 소비를 지탱해온 미국 증시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가 장기간 오를 경우 휘발유 같은 소비재 가격뿐만 아니라 트럭 운송업을 지탱하는 경유, 항공권 가격과 비료 가격도 상승해 식품 가격까지 오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의 인플레이션 충격이 가시지 않았고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의 유가 급등은 연준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BNY인베스트먼트의 빈센트 라인하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는 "연준의 대응은 유가 충격의 규모, 범위, 기간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에너지 비용 상승은 경제 전반에 복잡하게 확산돼서 일부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들이 지출을 조정하거나 늦추도록 할 것이며 경제 성장과 고용 기대에도 변화를 준다고 설명했다. 라인하트는 "기대가 잘 유지되지 않으면 성장이 아니라 더 큰 물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며 연준은 여전히 금리인하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높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적절한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오는 18~19일로 예정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관심사는 성명서 문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제시할 전망의 세부 내용과 중동 전쟁이 가격, 고용, 성장, 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에 집중될 전망이다.
연준 위원들은 이란 전쟁 외에도 관세 정책, 이민, 규제 및 세금 정책 변화가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 여러 사안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또 정부 통계는 시차를 두고 나오며 소비 행동 변화가 데이터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컨슈머엣지의 마이클 건터 시장정보 연구 부문 수석 부사장은 전쟁 시작 이후 소비자들이 유가 상승에 적응하며 온라인 주문을 늘리고 일부 매장에서는 한 번에 많이 지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2월 말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의미 있는 소비 감소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워시가 이끄는 연준이 받는 제약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시가 취임 이후 6월의 첫 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낮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내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최근 크게 약화됐다. 아울러 워시는 5월 임기를 시작하려면 상원 승인을 받아야 한다.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오는 12월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연준이 금리를 전혀 내리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즉각적이고 큰 폭의 금리인하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는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시장 전망치를 소폭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향후 물가 지표에서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9만2000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 이후 노동시장 둔화 우려도 더욱 커진 상황이다.
윌밍턴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다소 매파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성장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올해 여러 차례의 금리인하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틸리는 고용 성장이 의료 부문에 집중됐고 다른 부문에서는 일자리가 전례 없는 규모로 감소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이런 상황이 매번 경기침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에너지 가격 사이클을 관리하기에는 경제가 충분히 안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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