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한일 공조’ 확대…에너지·경제 협력 강화
한일 통화스와프 등 금융협력 지속 논의

중동 정세 악화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한국과 일본이 에너지와 공급망, 경제 분야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산업·통상 부처 간 정례 협의 채널을 새로 만들고, 에너기 수급 위기 해소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차 인도태평양 에너지안보 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과 회담을 갖고 양국 산업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산업부와 경제산업성 간 정례 소통 채널인 '한일 산업통상 정책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새 협의 채널은 통상 협력과 경제안보, 공급망 관리, 철강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의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양국은 액화천연가스(LNG) 협력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세계 1~2위 LNG 구매자인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에너지 기업 JERA는 LNG 수급 위기 상황에 대비한 'LNG 수급 협력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에는 LNG 물량을 교환하는 LNG 스와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양측은 공급망 위기 상황 대응을 위해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SCPA)'을 체결했다. 앞으로 공급망 교란 징후가 발생하면 양국은 이를 통보하고, 실제 문제가 생기면 요청 시 5일 내 긴급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핵심 광물 공동 탐사와 투자 확대, 기술 협력, 글로벌 시장 정보 공유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추진한다.
김 장관은 “글로벌 통상 질서 재편과 에너지·자원 불안정성 강화, 공급망 위기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이라며 “유사 입장국인 한일 간 공조가 긴밀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교 정상화 60년의 토대 위에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인 산업·통상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미국과 일본이 공동 주최한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장관과 비즈니스 포럼(IPEM)' 행사장에서 진행됐다. 미국이 우방국들과 협력해 에너지와 핵심 광물 등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날부터 이틀간 에너지안보 장관회의와 비즈니스 포럼이 열린다.
미국 측에서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과 글로벌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행사에서 최소 300억 달러(약 45조원) 규모의 협정 계약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한국과 일본의 재정 당국도 긴밀한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도쿄 재무성에서 열린 제10차 한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과 세계·역내 경제 상황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두 장관은 중동 정세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특히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환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원화와 엔화 가치가 최근 급격하게 하락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회담 이후 주일 특파원들과 만나 최근의 원화 가치 하락과 관련 “중동 상황 안정화가 중요하지만 필요하면 구두 개입을 할 수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양국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무질서한 움직임에는 적절히 조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와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한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확대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실효성 강화도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주요 20개국(G20)과 주요 7개국(G7) 등 국제 협의체에서도 글로벌 현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를 포함한 양자 금융협력 등 추가적인 개선 방안도 계속 논의한다.
이번 회동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한일 재무장관 회의다. 양국은 1년 내 한국에서 다음 회의를 열기로 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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