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부동산 시장, ‘수익’보다 ‘손실’에 반응하는 인간의 심리 [도와줘요 자산관리]

최근 부동산 시장은 세금 규제 강화 전망과 거시경제 변동성이라는 이중고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평균 가격대에 인접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심리는 얼어붙고 있는데 실거주 수요는 견고한 이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의 이면에 숨겨진 심리의 흐름을 분석해 본다.
핵심은 공포와 손실 회피에 있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을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하지만,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은 인간이 이익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손실을 입었을 때의 고통을 훨씬 크게 느낀다고 설명한다. 수치상으로는 동일한 금액이라도 손실이 주는 심리적 타격은 이익의 2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현재 시장을 보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외에 구체적으로 시행된 규제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산가들이 선제적으로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는 미래에 지불해야 할 세금을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닌 ‘치명적인 손실’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자산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확정된 손실을 피하려는 심리적 기제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험 회피적 선택이 강남권 고가 주택의 가격 조정을 이끌고 있는 실정이다.
실거주 보호라는 정책적 방향과 안전자산으로서의 부동산 가치 때문이다. 정부 정책이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을 겨냥한 투기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대적으로 평균 가격대에 인접한 실거주 목적의 수요는 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실거주용 한 채는 안전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거시경제적 요인이 더해진다. 최근 강달러 기조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의 변동성이 극심해졌다. 원화 가치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실물 자산인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특히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에게 ‘내 집’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주거 안정성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다.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장 안정적인 실물 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에 대한 심리적 지지선은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똘똘한 한 채의 슬림화와 자산 포트폴리오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 수차례 반복된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시장 내 다주택자 비중은 이미 꾸준히 감소해 왔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주택 소유자 중 다주택자 비중은 2019년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이는 규제의 직격탄을 맞는 계층이 과거에 비해 슬림화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주택 규제 강화에 새롭게 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보유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1주택자들이다. 특히 가처분소득이 부족한 고령층을 중심으로 자산 재편 현상이 뚜렷하다. 이들은 세금 부담이 큰 고가 주택 한 채를 고수하기보다 적정 가격의 중저가 주택 한 채와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쪼개고 있다.
이때 유입되는 금융자산은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갈린다. 원화 가치 하락에 대비한 달러 자산이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향하기도 하며, 보유세 납부를 위한 현금 흐름 창출을 위해 고배당주나 예적금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에 과몰입되어 있던 자산 구조가 세금 규제라는 외부 충격에 의해 다양한 금융자산으로 분산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행동경제학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설명하는 좋은 도구이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가격 조정은 미래의 비용을 현재의 강력한 손실로 인식한 결과물이며, 이는 시장의 심리가 회복될 때까지 주택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여기에 원화 가치 하락과 세제 개편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자산의 형태를 바꾸는 ‘머니무브’는 이미 시작되었다.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기에는 단순히 공포에 휩쓸려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 정책의 방향성과 거시 지표,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대중의 심리적 준거점을 면밀히 분석하는 혜안이 절실하다. 시장의 심리를 이해하는 자만이 변동성의 파고를 넘어서는 신중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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