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미래 운명 가를 ‘이것’…서울대 핵심 브레인들 뭉친다 [더테크웨이브]
세계적 피지컬AI 허브 도약 목표
지난 몇년간 미국 대학가 곳곳에서는 로봇연구소(RI) 설립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로봇산업의 인재 수요를 대학이 충족시키고 혁신 연구를 주도하기 위해서죠.
가령 미국 미시간대는 포드의 후원을 받아 RI를 설립했습니다. 2021년 포드가 7500만달러를 투입해 완공된 로봇센터에서는 실제 시장에서 쓰일 수 있는 로봇을 중심으로 산학협력을 진행중입니다. 1979년 미국 최초로 로봇 전공학부를 설립한 카네기멜런대는 산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RI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 피츠버그, 실리콘밸리 등지에선 도시마다 ‘로봇 수도(Robot Capital)’가 되기 위해 경쟁중입니다. 특히 지역 내 초일류 대학이 중심이 돼 연구·교육·창업·투자가 모두 이뤄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든 것이 주목할 부분입니다.
보스턴의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피츠버그의 카네기멜런대(CMU),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와 UC버클리 등이 대표적이죠.
특히 최근 로봇 산업이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만나 새로운 확장기를 맞이하면서 각 대학의 RI 설립 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입니다.
피지컬AI란 물리적 세계를 인식·이해하고 직접 상호작용하는 행동형 AI를 의미합니다. 기계의 ‘뇌’가 더 똑똑해질수록 제조·국방 등 핵심 분야에서 로봇이 유의미하게 쓰일 수 있겠죠. 시장조사 업체 슈타티스타는 전 세계 피지컬 AI시장 규모가 지난해 225억달러에서 2030년 64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로봇은 피지컬AI의 꽃으로 불립니다.
주요국들은 피지컬AI와 결합한 로봇 산업을 국가적 ‘전략자산’으로 보고 관련 생태계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로봇은 고령화·저출생에 따른 일손 부족, 인건비 상승의 흐름 속에서 제조업을 혁신할 키워드로 꼽힙니다. 제조 강국인 한국이 다시금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도 평가됩니다.

서울대가 가진 연구 역량과 인적 자원을 결집해 세계적인 대학과 경쟁하겠다는 포석입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같은 혁신 기업을 배출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피지컬 AI 연구기관이 목표입니다.
서울대의 RI 설립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의 로봇학계와 제조업 역량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세계적인 수준의 로봇 혁신 생태계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는 평가입니다.

조 교수는 “(SNU RI를) 글로벌 수준의 피지컬 AI 허브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로봇 스타트업 창업 등 연구 인프라와 산업을 연결해 산·학·연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서는 최근 서울대에서 열린 ‘로보틱스 데이’에서 엿본 로보틱스 산업의 최신 동향과 변화의 물결 속 서울대 RI가 꿈꾸는 비전을 살펴보겠습니다.
서울대 공대 로보틱스연구소가 개최한 행사에는 학내 20여개 연구실, 6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해 포스터 세션, 로봇 전시·시연 등을 선보였습니다. 기계공학 뿐 아니라 전기·정보공학, 컴퓨터공학, 재료, 바이오, 데이터사이언스, 의류학 등 다양한 전공이 참여한 것이 올해 행사에서 주목할 부분이었습니다.
서울대 RI가 본격적으로 개소하면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로봇 연구와 기술 실증의 장이 1년 365일 상시 열리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는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MIT 교수가 창업했다. 피츠버그에는 카네기 철강이 무너진 자리를 로봇산업이 대신하고 있는데 이것을 이뤄낸 것이 카네기멜론 대학의 CMU RI이고, 스탠퍼드 RI는 실리콘밸리에 로봇을 보급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로봇은 AI 등 소프트웨어 분야와 달리 창의적인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학 기반 연구실이 필수적입니다. 수십만장의 GPU가 있어도 기반이 없으면 로봇을 만들 수가 없죠. 다만 시설, 장비만으로 기반이 완성되진 않습니다.
결국 인재가 모이는 장소가 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구체적으로 조 교수는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을 스케일업해서 시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람들 이른바 브릿저(Bridger)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교수는 “SNU RI가 혁신의 용광로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보틱스 연구소를 통해 교육, 연구, 창업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시장 수요가 있는 기술을 세상에 내놓겠다는 것이죠.
조 교수는 “서울대에서 나오는 수많은 멋진 기술들이 조금만 더 끓이면 진짜 혁신이 될 수 있는데, 그 온도를 못 넘어가고 있는 것이 많다. 대학에서 흘러나온 기술들을 양재 AI 클러스터 등에서 실질 검증을 하고 산업계로 넘어가는 그런 ‘랩 투 마켓(lab to market)의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서울대 내부적으로는 학계에서 SNU RI의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조 교수는 “정말 훌륭한 학생들이 SNU RI로 오려면 이 곳이 정말 연구자들이 동경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면서 “국내 학생들은 박사를 받으려고 외국으로 간다. 우리나라보다 환경이 좋지 않은 곳이라도 이름 있는 연구소가 있는 외국 대학으로 인재들이 가고 있다. 이들이 SNU RI로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전 세계의 창의적인 인재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연구와 창업 플랫폼, SNU RI의 비전입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오바마 정부에서부터 미국 국가로봇전략 수립에 참여한 로봇 정책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두 석학의 대담과 청중 질문 등을 통해 로봇 생태계를 바꾸는 글로벌 트렌드, 휴머노이드, 한국의 잠재력 등 다양한 주제의 인사이트가 넘쳤습니다.
더테크웨이브 독자들을 위해 이날 대담의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습니다.
-오늘 강연을 통해 한국의 로봇 커뮤니티에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비전은.
=가장 중요한 것은 로봇을 환경 속에서 어떻게 ‘맥락화(contextualize)’할 것인가다. 생태계에 들어맞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로봇을 만들더라도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AI와 로봇 기술이 일상화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체감하기 어렵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AI 투자가 2500억 달러 규모로 급증하는 등 엄청난 붐이 일고 있지만, 기업이 약속한 것과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 사이에는 10조 달러 규모의 ‘사용성 격차(Usability gap)’가 존재한다. 로봇과 AI의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끔찍한 수준이다. 석, 박사 학위자가 아닌 노동자들이 프롬프트 작성법을 배울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최적화해야 한다.
-노동력 부족, 고령화, 공급망 재편 등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로봇 수요를 어떻게 견인하고 있나.
=코로나19 이후 전자상거래가 폭발하면서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채울 수 없는 일자리 수요가 생겼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많은 국가가 이민 노동자를 제한하고 있어, 이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은 로봇과 자동화다. 한국의 출산율은 0.7명 수준으로 미국보다 훨씬 심각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다.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노인을 돌볼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하드웨어와 사용자 경험(UX) 관점에서 로봇 엔지니어들이 가장 놓치고 있는 부분은.
=90년대에 제가 만든 자율 청소기를 80대인 어머니께 드렸을 때, 어머니는 “내 청소기에 왜 ‘메뉴’가 있니?”라고 물으셨다. 아이폰을 매뉴얼 없이 쓰듯 로봇도 픽업 앤 플레이(Pick-up and Play)가 가능해야 한다.
20대 청년들은 평균 1만 2000시간을 게임에 투자하는 ‘디지털 노마드’다. 이들이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UX 설계 없이 운동학(Kinematics)만 파고드는 엔지니어는 시장에서 가치가 없다. 또 컴퓨터 비전 학회에서 96% 인식률을 자랑하지만, 이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로봇이 하루 1시간 동안 고장 나 있다는 뜻이므로 쓸모가 없다. 로봇은 99.999%의 신뢰성을 가져야 한다.
=2028년경에는 휴머노이드의 파일럿 배치가 시작될 것이다. 다만 현재 휴머노이드는 비상 정지 버튼을 누르면 쓰러져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는 등 안전 표준이 전무하다.
이후에는 시뮬레이션 기술(Sim-to-Real)이 성숙하고, 로봇계의 아이폰이나 GPT 모멘트라 부를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이 등장해 대규모 배치(Scale deployment)가 가능해질 것이다. 서비스 로봇이 병원과 요양 시설의 비핵심 업무에 도입되겠지만, 여전히 제가 로봇과 함께 샤워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적응기에 도달할 것이다. 로봇 가격이 2만 달러 이하로 떨어져 자동차 대신 로봇을 구매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스마트 시티 인프라(보도블록, 5G 커버리지)와 연동되어 완벽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로봇 구동 비용은 최저시급(인건비)보다 저렴해져야만 비즈니스적 가치가 있다.
-하드웨어 로봇 스타트업은 자본 지출(CAPEX)이 커서 초기 투자를 받기 힘들다. 어떻게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할까.
=파운더스 팀(창업팀) 내에 이 과정을 실제로 겪어본 경험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힘든 사업적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신뢰도를 준다. 팀 내에 없다면 한국로봇학회 등에서 관련 전문가를 고문(Advisor)으로 모셔 와 기업의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로봇 분야에 진입하려는 학생(특히 AI 전공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저는 덴마크, 스웨덴, 조지아텍, 샌디에이고를 10년 단위로 돌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구축(Build)해 왔다. 대학에 앉아 책상머리에서 하드 트러블이 무엇인지 추측만 하지 마시라. 디젤 엔진 공장이든 보잉(Boeing) 공장이든 직접 현장으로 나가 인턴십을 하며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겪어보라.
누군가 하라고 해서 하는 연구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열정을 따르길 바란다. AI 모델에서 쿠다(CUDA) 스위치를 켜는 것만으로는 로봇을 제어할 수 없다. 비싼 GPU(RTX 4090 등)를 쓸 수 없는 환경을 고려해 100달러 미만의 저렴한 임베디드 디바이스에서 AI를 구동할 수 있는 융합형 풀스택 엔지니어(Full-stack engineer)가 돼야 한다.
=(유토피아) AI와 물리적 로봇이 전기처럼 널리 퍼져,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보완해 줌으로써 최상의 삶의 질을 제공하는 세상이다.
(디스토피아) 현재 만연한 ‘과대 포장(Hype)’이 가장 두렵다. 다보스 포럼에서 일론 머스크는 휴머노이드가 집안을 청소할 것이라 장담했지만, 저는 그의 타임라인에 원주율을 곱해야 현실과 비슷해진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이 로봇 산업의 더딘 성과에 인내심을 잃고 자본을 거둬들일까 우려된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훨씬 엄격한 무사고 안전 기준과 사생활 보호(가정 내 해킹 및 데이터 유출)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은 폭탄이다.
-일론 머스크는 휴머노이드(옵티머스)가 5배의 생산성을 내고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될 것이라 말했다. 왜 이렇게 휴머노이드에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자본이 몰리는 걸까.
=휴머노이드가 만약 1만 달러 이하로 나와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면 환상적이겠지만, 물리적 한계(2개 손가락 그립의 한계 등)가 명확하다. 일론 머스크가 휴머노이드에 집착하는 이유는, 테슬라 공장에 로봇을 도입하려다 인지 능력과 안전 문제에 부딪히자 “그럴 바엔 사람을 닮은 로봇을 쓰자”고 단순하게 접근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벤처캐피털이 휴머노이드에 몰리는 이유는 ‘AGI(범용 인공지능)의 환상’ 때문이다. 제프 베조스 같은 억만장자야 1억 달러씩 여러 곳에 뿌리고 하나만 터지길 바라면 되지만, 일반 기업은 그럴 수 없다.
딜리전트 로보틱스(Diligent Robotics)처럼 실제 병원에서 백만 번 이상 로봇 배달을 성공하며 3~4백만 달러의 매출을 내는 알짜 기업조차 “투자 가치(PE)를 뻥튀기하기 위해 AI 기업으로 포장해야 하나” 고민하는 비정상적인 펀딩 구조가 우려스럽다.
=그렇다. 한국 기업들(삼성, LG, 현대 등)이 축적한 스마트폰, 가전 조립 등의 작업 데이터는 더 나은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한국의 진짜 강점은 ‘비즈니스 생태계(Business Ecosystem)’와 ‘유통 네트워크’라고 본다. 전 세계 수백만 가정의 서비스 로봇 사용 패턴과 일상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삼성과 LG가 각자의 폐쇄적 표준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케일의 ‘통합 서비스 로봇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힘을 합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스로를 내수 기업이 아닌 ‘전 세계 서비스 공급자’로 포지셔닝하는 마인드셋의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로봇 전용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s)’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이야기되는데, 현재의 방향성이 맞다고 보나.
=저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모델을 근본적으로 믿지 않는다. 현대의 비전-언어-액션(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은 세상을 ‘언어’로 묘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매끄러운 탁자를 만지는 촉감을 어떻게 언어로 다 묘사할 수 있을까. 언어에만 기반한 파운데이션 모델은 허상이며, 얀 르쿤(Yann LeCun)이 말하듯 다양한 감각 양상을 포함한 ‘월드 모델(World Models)’로 나아가야 한다.
진공청소기 로봇이 1994년 야구 우승팀을 대답할 필요가 없듯, 모든 작업을 다 하는 비싼 로봇보다는 특정 작업에 특화된(Task-specific) 계층형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비즈니스적으로 훨씬 타당하다.
-창업을 꿈꾸는 학생, 예비 창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첫째, 퇴근 시간을 기대하지 말라. 엄청난 인내와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본인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문제를 택해야 한다.
둘째, 실험실을 벗어나 ‘고객 발견(Customer Discovery)’에 집착하라. 초기 지원금을 받아 고객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병원 로봇을 만든다면 의사가 아닌 그 로봇의 구매를 최종 결정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 지갑을 열게 할 비즈니스 논리를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벤처 자금(VC) 유치는 가능한 한 미루길 바란다. 자금을 일찍 받을수록 창업자의 지분(Equity)은 헐값이 된다. VC로부터 얻어야 할 진정한 가치는 돈이 아니라, 학생 신분으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세계 상위 90% 이사회 임원들과의 네트워크 연결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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