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LNG 수급 동맹'…전략적 잉여 LNG 제도는?
日 전략적 잉여 LNG 제도…수급 위기 대응 비결일까
[수소신문]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세계 1~2위의 LNG 구매자인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에너지기업 JERA가 손을 잡았다.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와 일본 JERA(사장 오쿠다 히사에이)는 14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제1차 인도태평양 에너지안보 장관회의에 참석해 'LNG 수급 협력을 위한 협약서(Operation Cooperation Agreement)'를 체결했다.
이번 한일간 협약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LNG 수급 관리 등 에너지 안보를 위한 실질적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는 의미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고조되는 지정학적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원 빈국이자 LNG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이번 중동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LNG 공급 여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LNG 공급안정성 확보를 위한 협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아직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수요가 감소하는 계절적 영향으로 당분간 천연가스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중동에 의존하는 원유와 달리 LNG의 중동 의존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호르무즈해협의 사실상 봉쇄에 따른 단기적인 공급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카타르 국영 기업인 카타르에너지의 생산 시설이 공격 당하면서 LNG 생산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동북아 LNG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LNG 수급 균형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아시아 LNG 현물 가격(JKM)은 2월 27일 기준 100만BTU당 11.06달러에서 3월 9일 기준 24.80달러로 두 배 이상 상승하는 등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일간 LNG 스왑 등을 포함한 수급협약은 에너지 안보를 위한 실질적 협력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 한국의 천연가스 수급대응은?
중동 정세 악화로 에너지, 공급망 및 무역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지난 5일 산업통상부는 원유·가스에 대해 '관심' 단계의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발령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용되며,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23조에 따라 위기 상황의 심각성, 국민생활 및 국가경제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령한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은 국제 분쟁이나 지정학적 갈등, 생산시설 사고 등으로 에너지 공급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커질 경우 국가 차원에서 자원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2025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의 핵심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 자원의 비축과 공급 관리 체계를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위기 상황 발생 시 정부가 단계별 대응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천연가스 부문에서는 비축의무 체계를 구분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평시 비축의무기관'으로 지정돼 상시적으로 LNG를 일정수준 이상 비축해야 한다. 반면 LNG 직수입사는 평상시 비축 의무는 없지만 수급 위기 발생 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비상시 비축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직수입사들이 직접 도입한 LNG를 자가소비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자원안보 위기경보 발령 여부는 재고 수준과 수급 위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재고 수준은 향후 60일 이내 천연가스 재고가 각 위기경보 단계 기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해당 상태가 7일 이상 지속될 우려가 있는지를 예측해 판단한다.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정부는 단계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에너지 수급 안정 조치를 시행하게 된다.
정부는 중동 정세와 국제 에너지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원유·가스 수급 상황을 일일 단위로 점검하고 있으며, 필요시 비축 물량 활용과 대체 도입 확대 등 추가 대응 조치도 모색할 방침이다.
◆ 일본의 LNG 수급 대응은?
일본은 천연가스를 비축할 의무가 없고 민간 자율에 맡겨 물량을 비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 취약한 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도시가스의 2단계 비상대응 체계 구축, 조정 명령 개선, 비상 조달 등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한다.
2단계 비상대응 체계의 경우 지역 발전회사와 도시가스회사가 협력을 통해 지역 단위의 LNG 공급 문제를 대응하다가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일본 정부의 중개속에서 전국 단위의 카고 스왑 등으로 협력하는 개념이다.
추가적으로 전기사업법의 전력소비제한령과 유사한 소비제한령을 가스사업법에 추가해 가스공급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도시가스 수요처의 소비를 제한하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일본은 우선 공급 위기 시 사업자가 현물조달이나 재고사용, 기업간 스왑 등으로 자체 대응하고, 부족할 시 △전국 연대 체제(유통 시스템) △전략적 잉여 LNG인 SBL(Strategic Buffer LNG) 제도가 가동된다.
가장 부족한 비상 조달 부분은 JOGMEC법 개정을 통한 JOGMEC 긴급 조달 대행자 지정, 전략적 완충재고 개념을 통해 보완했다. LNG 도입 경험과 인프라가 풍부한 민간 사업자를 선정해 전략적 잉여 LNG 제도(Strategic Buffer LNG)를 통해 월별로 최소한 1카고 이상을 확보토록 하고, 수급 불균형시 우선 국내에 재판매한다. 이때 발생하는 손실은 경제산업성이 조성한 기금을 통해 보전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나서야 할 경우 JOGMEC이 LNG를 조달토록 한다.
전략적 잉여 LNG 제도(SBL)는 평시에는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가 해외 시장 또는 국내 사업자에게 판매하고, 위기 시에는 경제산업성이 지정하는 사업자에게 판매하도록 긴급 요청해 공급 단절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 전략적 잉여 LNG 도입 가능할까
이번 한일간 LNG수급 협력과 관련 국내 산업계는 일본이 LNG 수급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전략적 잉여 LNG(Strategic Buffer LNG, SBL) 제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에너지 안보 및 LNG 전략'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전략적 잉여 LNG 제도(SBL)는 2023년 11월 JERA의 공급확보계획 승인을 시작으로 운용되면서 에너지안보 강화와 수익창출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일본 인접지역에서 LNG시장을 확대하면서 일본기업과 인접국 기업의 협조는 공동조달, 스왑, 수급조정 등을 용이하게 하며, 일본의 LNG 공급안정, 저렴한 가격, 중장기 LNG가격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부 관련업계에서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지정된 직수입자에게 잉여 LNG 확보 의무를 부여해 비상시 수급 위기에 대비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상 상황에서는 산업통상부의 지시에 따라 잉여 물량을 공급 위기를 겪는 국내 사업자에게 판매하고, 평상 시에는 '버퍼 라벨' 물량에 한해 해외·가스공사·장관 지정 '버퍼 구매가능 사업자'로 제한해 재판매를 허용함으로써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재원은 법정 기금을 설치하는 방식과 함께 편익이 전기·가스 소비자 전체에 귀속되는 점을 고려해 소액의 안보부담금을 요금에 부과해 상시 재원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안정적 공급과 저렴한 조달을 위해 국가간 카고 스왑, 수입 다변화, 가스공사-직수입사 간 LNG 공동구매 및 공동 트레이딩, 유연한 물량 확보를 통한 공개입찰 등 향후 새로운 제도를 검토해 볼 만하다"라며 "공정한 배관망 운영, 합리적 비축 의무 분담, 인프라 공동활용 등을 통해 시장의 변동성과 공급 불확실성에 공공과 민간이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