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쇼크…세계는 비축유 풀고, 한국은 ‘가격 묶고 추경’까지 꺼냈다
한국, 30년 만의 유류 최고가격제에 재정 카드까지… “경기 방어” vs. “시장 왜곡”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습니다.
중동 분쟁이 확전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긴장 상태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대응에 나섰지만 방식은 크게 갈립니다. 미국과 일본은 비축유를 풀어 공급을 늘리는 전략을 택했고, 유럽은 가격 상한이나 초과이익세 같은 시장 개입 정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응은 더 강합니다. 비축유 방출에 더해 약 30년 만의 유류 최고가격제, 보조금 확대,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동시에 거론됩니다.
고유가 충격을 막기 위해 정책 수단을 한꺼번에 꺼내 든 모습입니다.
■ 고유가의 출발점은 중동… 시장 먼저 흔들려
이번 유가 급등은 중동 정세 불안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까지 제기됐습니다.
시장에서는 공급 불안을 가장 먼저 가격에 반영했습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선 배경입니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공동 대응에 나섰습니다. 회원국들은 총 4억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방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역시 비축유 방출을 중심으로 시장 안정에 나섰습니다. 일본은 약 8,0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준비하면서 기존 연료 보조금 정책도 유지할 계획입니다.
한국도 이 공조에 참여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46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하루 평균 석유 소비량 약 280만 배럴 기준으로 보면 약 8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량입니다.
규모만 보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방출량의 두 배 수준입니다.
비축유 방출은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선택되는 대응 방식입니다. 공급을 직접 늘려 가격 상승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 유럽은 가격 통제, 기업 이익 제한까지 검토
유럽은 가격 자체를 조정하는 정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자 가스 가격 보조금 지급과 가격 상한제 도입 등을 포함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이미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크로아티아는 디젤 가격을 리터당 1.55유로, 휘발유 가격을 1.50유로로 제한했고 헝가리도 유류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습니다.
이탈리아는 다른 방식입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정유·에너지 기업의 초과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초과이익세’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가격 상승을 억누르기보다 기업의 과도한 이익을 조정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접근입니다.
결국 유럽의 대응은 가격 통제와 부담 분산이라는 두 축으로 정리됩니다.
■ 한국은 가격 상한·보조금·추경까지 동시에 검토
한국의 정책 조합은 더 강합니다.
최근 정부는 약 30년 만에 석유류 최고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정유사 공급 가격에 일정 상한선을 설정해 판매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 연장과 화물차주·소상공인 지원 보조금 확대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재정 카드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필요할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검토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비축유 방출, 가격 통제, 보조금, 추경까지 동시에 거론되는 정책 조합은 주요국 가운데서도 강한 대응으로 평가됩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고유가가 소비와 투자 심리를 빠르게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강한 대응일수록 논쟁 커져
정책 강도가 높아질수록 논쟁도 커집니다.
올해 본예산 규모는 이미 727조 9,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재정 지출까지 추진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격 통제 역시 시장 왜곡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가격 상한제는 소비자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정유사 수익 구조를 압박할 경우 공급 축소나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정치 일정도 변수입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통제와 재정 지원이 동시에 추진되는 정책이 경제 대응인지 정치적 고려인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고유가 대응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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