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호재에 뜨거운 빌라 시장…투자할 때 유의할 점은?[비즈니스 포커스]

민보름 2026. 3. 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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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사기’의 상징이었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최근 감정가의 108% 가격에 다세대 경매 물건이 낙찰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3월 11일 경매가 진행된 전용면적 42㎡ A빌라는 2명이 응찰한 끝에 3억원을 써낸 응찰자에게 매각됐다.

같은 지역 내에선 다세대·연립 다수가 유찰을 거듭하고 있거나 1명이 겨우 응찰해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A빌라는 화곡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재개발 추진지역 일대에 같은 전용면적 40㎡는 현재 4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바닥을 다진 다세대·연립 시장이 반등을 시작하면서 수요가 이른바 ‘한강벨트’ 등 서울 핵심입지에서 외곽까지 확산하고 있다.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빌라는 실거주 의무가 없고 아파트 대비 저렴한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노후 주택가 곳곳에서 재개발,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도시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돼 ‘미래의 아파트’로서의 가치도 있었다.

그러나 투자 수요가 늘수록 ‘묻지마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재개발은 변수가 많아 비교적 투자 난이도가 높은 데다 다주택자 규제도 강화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살아나는 빌라 시장

한국부동산원이 매달 발표하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연립주택(다세대 포함) 매매가격 변동률은 0.80%로 전월 0.88% 대비 소폭 하락했다. 전년 동월 0.05%에 비하면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다세대, 연립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 1669건에 불과하던 다세대주택 매매 실거래 건수는 올해 1월 3612건에 달했다. 평균 실거래가격은 지난해 6월 4억2955만원으로 4억원대에 진입했다. 월별 거래량 상위 5개 지역에는 ‘빌라의 성지’ 강서구 화곡동 외에도 양천구 목동, 동작구 상도동, 송파구 잠실동, 서초구 방배동 등이 두루 포함됐다.

이들 지역에선 초기 단계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본동, 동작구 사당동과 상도동 일대는 투자 수요가 대거 유입된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월 27일 서울시는 잠실동 329번지 일대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참여하는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삼전동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모아타운을 추진하다가 최근 민간도심복합개발로 사업을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잠실동 소재 전용면적 77㎡ 다세대가 경매에 나와 103명이 응찰한 끝에 9억1333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 빌라 감정가는 6억7800만원이었지만 모아타운 호재가 주목 받으면서 경쟁이 심화한 끝에 감정가 대비 비싼 가격에 매각됐다.

화곡동 빌라는 오랫동안 물건이 쌓이며 경매 시장에서 유찰을 거듭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인수조건 변경’ 물건이 꾸준히 매각되고 있다.

경매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HUG 인수조건 변경 물건은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에 대해 HUG 보증을 받은 집이다.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되자 HUG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우선 지급하고 경매 방식으로 낙찰가격을 배당받아 보증금을 회수하려 하는 것이다.

이때 보증금이 경매 낙찰가격보다 높더라도 HUG가 낙찰가격에 대해서만 보증금을 회수하고 남은 차액에 대한 권리는 포기한다. 이 같은 물건은 낙찰자에게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는 의무가 없어지고 이미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 받고 퇴거한 상태이기 때문에 명도의 부담도 없다. 3월 11일 매각된 화곡동 다세대주택도 이 같은 HUG 인수조건 변경 물건이었다. 여기에 재개발 추진 소식이 겹치며 감정가보다 높은 3억원에 낙찰된 것이다.

 ‘물딱지·근생빌라’ 주의해야

이처럼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에서 ‘지분 쪼개기’는 흔하게 발생하는 편법이다. 다가구주택의 각 세대를 나눠 구분등기를 하거나 단독주택 부지에 다세대나 연립주택을 신축해 아파트 입주권이 여러 개 나오도록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선 ‘권리산정 기준일’을 두고 해당 날짜가 지난 뒤 신규로 구분등기 된 주택에 대해서는 입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통상 재건축, 재개발은 구역지정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정하나 서울시는 2021년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면서 권리산정기준일을 신속통합기획 공모일로 정했다. 그런데 이미 건축 인허가를 받아 다세대 등 공동주택을 짓고 있거나 지으려던 건축업자에겐 날벼락이 떨어졌다. 아직 새로 지어진 주택의 소유권 등기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권리산정기준일이 지나버리기 때문에 새 주택들이 모두 ‘물딱지’가 되어 버리는 셈이다.

결국 서울시는 구제방안을 내놨다. 2024년 이후 선정된 신속통합기획구역 후보지는 자치구 추천일이나 별도 고시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정해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한 중소 건설사 대표는 “서울시가 규정을 바꾼 지는 한참이 됐지만 관련 서류를 제출해 실제 구제를 받기까지는 많은 기간이 걸렸다”며 “요즘 빌라 시장이 살아나 다행히 우리가 짓고 있던 빌라는 다 분양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명 ‘근생빌라’도 매수 시 주의해야 한다. 겉보기에는 주택 같지만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은 사례를 속칭 ‘근생빌라’라고 한다. 2008년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 시 주택이 아닌 상가에는 아파트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가 적발되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한 부동산 경매 전문가는 “근생빌라는 경매 정보지에도 ‘다세대’ 등으로 잘못 표기되는 경우가 있다”며 “재개발 호재만 보고 입찰에 참여하기보다 물건명세서 등을 자세히 살펴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규제, 빌라 시장 강타하나

최근에는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연달아 밝히면서 다세대 등 비(非)아파트 시장이 다시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파트와 달리 다세대·연립 매수 시에는 실거주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다주택의 경우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중과 등이 똑같이 적용된다.

다세대·연립 수요는 실수요보다 임대소득이나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목적의 매수 수요가 많기 때문에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타격이 클 수 있다. 다세대·연립 수요가 줄면 이미 몇 년간 정체됐던 공급이 또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집계에 따르면 서울 다세대 건축 인허가 실적은 2021년 2만3628건에서 2022년 1만4450건으로 1만 건 가까이 급감한 뒤 2023년부터 1만 건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다세대는 물론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 소형 비아파트는 아파트 대체재로서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이 주 임차인이므로 꾸준한 공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2025년 6월 6년 단기 민간매입임대 제도가 시행되면서 빠진 것이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양도소득세 감면이다”며 “주거 수요가 많아 공급이 필요한 곳 대부분이 규제지역이므로 이 같은 지역에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규제지역에서도 양도소득세 산정 시 주택수에서 빼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재개발과 공공분양을 강화하는 정부 정책 방향과 건설원가를 두루 고려할 때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 밖에도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통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막고 있어 빌라 시장에도 영향이 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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