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봄이네”…14년째 벚꽃연금 수십억 받는 ‘그 가수’, 순정만화가 음악으로 흘러나올 때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오디션 프로그램 통해 주목 받으며 가요계 등장…꾸준한 활동 이후 솔로 전향
‘벚꽃엔딩’·‘여수 밤바다’·‘처음엔 사랑이란 게’ 등 히트치며 ‘러브송 장인’ 등극
- 버스커버스커 ‘여수 밤바다’ 中 -
![현실의 사랑은 사실 그보다 훨씬 소박하다. 길을 걷다 문득 스치는 바람일 수도 있고, 깊은 밤 홀로 잠들기 전 떠오르는 찰나의 아린 감각일 수도, 때론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동안 느껴지는 아주 미묘한 울림일 수도 있다.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어떤 순간. 장범준의 노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4/ned/20260314180210110nsxi.jpg)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사랑, 사랑, 사랑.
성경은 그것을 인간의 가장 위대한 감정이라 선포했고, 인기를 끄는 영화나 드라마 또한 그것을 생애에서 가장 거창한 어떤 것, 혹은 인생을 뒤흔드는 대단한 사건으로 정의하곤 한다. 대중음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노래 속 사랑은 인간 존재의 중심에 있는 운명, 혹은 일상 전체를 지배하는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표현된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사실 그보다 훨씬 소박하다.
길을 걷다 문득 스치는 바람일 수도 있고, 깊은 밤 홀로 잠들기 전 떠오르는 찰나의 아린 감각일 수도, 때론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동안 느껴지는 아주 미묘한 울림일 수도 있다.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어떤 순간.
장범준의 노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스쳐지나간 걸까 뒤돌아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 거야
- 장범준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中 -
![장범준의 음악을 사랑을 ‘환기’시킨다. 어떤 장면 하나를 툭 던져놓고 그 장면이 듣는 이 각자의 감정을 불러내도록 하는 방식, 감정의 이름을 직접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마음의 상태’를 건드리는 방식이다. 작은 장면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감정을 만들어내는 순정만화처럼, 그의 노래는 늘 그렇게 듣는 이의 가슴을 시큰하게 울린다. [연합]](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4/ned/20260314180210349zqyd.jpg)
거리, 골목, 노래방, 스치는 바람…일상의 미세한 감각을 포착하는 능력
장범준의 음악에는 대개 사랑의 서사가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고, 그 사랑이 겪는 갈등에 의해 폭발하는 구구절절한 스토리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의 노래는 장면 하나를 꺼내 놓는 쪽에 가까운데, 흔들리는 꽃들, 골목을 스치는 바람, 그리고 그 사이에서 문득 느껴지는 어떤 향기 같은 것들이 주된 감흥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감정이라기보단 감각과 같은 여운을 남긴다. 감정이 발생하는 순간의 환경을 먼저 제시하면서, 사랑하고 있다거나 그립다거나 아프다는 식의 직접적인 진술 대신, 그런 감정이 스며들 수밖에 없는 공기와 풍경을 먼저 펼쳐놓는 구조다.
이 방식은 대중음악의 전통적인 사랑 노래들과는 미묘하게 결이 다르다. 많은 노래들이 사랑으로 인해 파생되는 감정을 먼저 늘어놓고 그 감정의 강도를 점점 고조시키는 구조를 택한다면, 장범준의 음악은 그 반대의 방향을 따른다. 감정의 이름을 먼저 제시하는 대신 아직 감정으로 명확히 규정되거나 형태가 부여되기 이전의 미묘한 상태를 먼저 포착해 ‘보여주는’ 쪽에 가깝다.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어딘가 부족하지만 이미 마음 한쪽이 기울어버린 순간. 그 미세한 기류를 붙잡아 음악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이하 ‘흔꽃샴’) 라는 동명의 가사는 꽃이 흔들리는 풍경과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향기라는 감각적 단서를 제시할 뿐이지만, 그 단순한 장면이 긴 설명보다 더 빠르게 사람의 기억을 건드린다. 흡사 사랑이 대개 그렇게 시작되기 마련인 것처럼, 거창한 고백이나 극적인 사건이 아닌 어느 특정한 계절의 공기나 스쳐 지나간 향기 같은 미세한 감각이 먼저 마음을 점유하게 만든다.
전매특허라고 할 정도로, 장범준은 이러한 감각을 포착하는 데 대단히 능하다. 그의 노래가 특별한 사건 없이도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음악은 듣는 이 각자의 기억을 불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노래 속 장면은 장범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했을지 모르지만(아닐지언정 그렇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도 그의 재능 중 하나임이 분명한), 그 장면을 구성하는 능력은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겹친다. 어느 봄바람 휘날리던 거리, 나란히 걷던 보폭, 사랑의 서사는 제각각일지라도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의 감각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장범준의 음악은 사랑을 ‘환기’시킨다. 어떤 장면 하나를 툭 던져놓고 그 장면이 듣는 이 각자의 감정을 불러내도록 하는 방식, 감정의 이름을 직접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마음의 상태’를 건드리는 방식이다. 작은 장면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감정을 만들어내는 순정만화처럼, 그의 노래는 늘 그렇게 듣는 이의 가슴을 시큰하게 울린다.
그때는 가깝진 않게, 그다지 멀지도 않게
머리는 아픈데, 너는 없고
그때 또 차오르는 니 생각에
어쩔 수 없는 나의 맘 그때의 밤
나에겐 사랑이란 게, 아아, 사랑이란
- 버스커버스커 ‘처음엔 사랑이란 게’ 中 -
![장범준의 보컬과 음악 구조는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사랑을 거대한 사건처럼 폭발시키는 대신, 아주 작은 감각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부풀어 오르도록 만드는 것. 이 점에서 그의 음악을 사랑의 ‘표현’이 아닌 사랑이 스며드는 과정을 ‘재현’함에 가깝다. 처음에는 장면으로 들리고, 그 다음에는 감정으로 들리며, 마침내는 자신의 기억처럼 남는다. [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4/ned/20260314180210547phia.jpg)
살랑살랑 설렁설렁 부르더니, 어느 순간 ‘훅’…마음을 밀어올리는 장범준 보컬의 ‘압력 장치’
장범준 음악의 힘은 가사에만 있지 않다. 그가 포착해낸 장면들이 유독 강하게 작동하는 이유는, 그 감각적 장면들이 단지 언어에 머무르지 않고 보컬과 멜로디의 구조 안에서 한 번 더 정교하게 설계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는 사랑의 순간을 능숙하게 포착할 뿐 아니라, 그 순간이 듣는 이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증폭되어야 하는지도 분명하게 감지하고 있다.
그의 보컬은 얼핏 힘을 뺀 채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듯 들린다. 실제로도 많은 곡에서 그의 첫 소절은 과장되지 않은 채, 성량을 앞세우지도 않고, 감정을 선명하게 꺼내 보이지도 않는다. 말하듯 시작하고, 중얼거리듯 이어간다. 노래라기보다 혼잣말 같고, 고백이라기보다 지나가는 생각 같으며, 감정의 분출이라기보다 아직 자기 안에서도 깔끔히 정리되지 않은 어떤 감각인 듯 느껴진다.
이는 듣는 이들이 익숙한 방식인 보편적인 대부분의 발라드 곡 구조 때문이기도 한데, 많은 곡들이 초반부터 감정의 결을 분명히 제시하고 후반부에 그것을 증폭시키는 방식이라면, 장범준의 곡은 감정을 최대한 일상적인 결로 느슨하게 낮춰놓은 채 시작한다. 이같은 방식은 ‘흔꽃샴’에서 특히 선명하게 드러난다. 보컬 도입부에서 그는 어떠한 테크닉도 없는 듯 ‘대강, 대충, 설렁설렁’ 노래를 이어간다. 그런데 그 여유로움 덕분에 후반부에서 감정이 도착할 공간의 밀도와 농도가 상상 이상으로 압력이 올라가 버린다. 클라이막스인 ‘지금 집앞에 기다리고 때론 지나치고 다시 기다리는, 꽃이 피는 거리에 보고파라 이밤에’ 부분에서의 비틀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적 카타르시스는 실로 감탄스러울 정도인데, 도입부에 숨겨졌던 보컬적 테크닉(이를테면 숨, 틈, 당기기, 강조, 음 끌기)이 드러나며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과 설렘, 그리고 이미 늦어버린 아쉬움과 애틋함까지 더해 듣는 이를 밀어붙인다.
이러한 방식은 장범준 음악 전반에서 반복된다. 초반부의 느슨한 보컬이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흩어져있던 감정을 짙게 만들고, 평평하던 감정선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 발음의 눌림이 더해지고, 소리의 결을 세워서 감정의 압력을 서서히 높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담담한데, 듣는 이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마음이 훅 밀려 올라온다. 감정을 외치지 않음에도 감정은 점점 커진다. 즉 처음에는 미세한 공기처럼 흩뿌려진 감정이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사랑이었음을, 혹은 그리움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만드는, 그렇기에 듣는 이는 가벼운 마음으로 노래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노래 한가운데, 감정의 핵심 축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식이다. 이것이 장범준 보컬의 독특한 역설이자 강점이다.
결국 장범준의 보컬과 음악 구조는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사랑을 거대한 사건처럼 폭발시키는 대신, 아주 작은 감각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부풀어 오르도록 만드는 것. 이 점에서 그의 음악은 사랑의 ‘표현’이 아닌 사랑이 스며드는 과정을 ‘재현’함에 가깝다. 처음에는 장면으로 들리고, 그 다음에는 감정으로 들리며, 마침내는 자신의 기억처럼 남는다.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오, 또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 버스커버스커 ‘벚꽃 엔딩’ 中 -
![장범준의 노래 속 감각은 완성된 감정의 형태를 취하기 보단 사랑이라는 형태없는 감정에 도달하기 직전의 상태에 머무는 듯 느껴진다. 아직 확신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부족하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치기에는 이미 마음이 정적인 상태에 빠진 순간, 장범준의 음악은 바로 그 미묘한 인간의 마음을 붙잡아 둔다. [연합]](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4/ned/20260314180210758ebpz.jpg)
거대한 ‘사랑 서사’에서 한 걸음 물러나기…장범준 음악의 차분하고 조용한 ‘역행’
대중문화 속 사랑은 대개 거대한 감정으로 묘사된다. 영화나 드라마, 대중음악에서의 사랑은 종종 인간을 압도하는 감정으로 등장하고 그 감정은 극적인 고백과 이별, 혹은 비극적이거나 운명적인 서사를 통해 완성된다.
장범준의 음악은 이 같은 흐름에서 살짝 비켜서 있다. 그의 노래 속 사랑은 어느 순간 조용히 스며들었다가 또 어느 순간 사라지고, 어느 순간 다시 떠오르는 감각에 가깝다. 그의 음악이 포착하는 사랑은 삶을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감정 덩어리가 아니라 풍경과 계절, 밤의 공기, 잠시 차오르는 감정같은 생활의 단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그의 노래 속 감각은 완성된 감정의 형태를 취하기 보단 사랑이라는 형태없는 감정에 도달하기 직전의 상태에 머무는 듯 느껴진다. 아직 확신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부족하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치기에는 이미 마음이 정적인 상태에 빠진 순간, 장범준의 음악은 바로 그 미묘한 인간의 마음을 붙잡아 둔다.
장범준의 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되려 ‘현실감’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음악 속 사랑이 거창한 사건처럼 등장하지 않기에, 거리도 있고, 바람도 있고, 밤도 있고, 그 사이에 문득 떠오르는 누군가도 있기에. 실제 현실 속 사랑 또한 그렇게 시작되고 움직이기에.
꽃송이가 꽃송이가 그 꽃 한 송이가 그래 그래 피었구나
- 버스커버스커 ‘꽃송이가’ 中 -
![장범준의 음악은 감정을 ‘말하는 노래’라기보다, 감정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에 가깝다. [(주)영화사 진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4/ned/20260314180211005qwih.jpg)
장범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종종 묘한 순간이 찾아온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남아 있게 되는 순간, 방금 들은 이야기가 특별히 극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감정을 크게 쏟아낸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조용히 흔들린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노래는 우리 안에 있었던 감각을 그저 자연스레 공기처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곡은 누군가와 함께 보냈던 순간 속의 모든 사소한 장면들을 건드릴 뿐이지만, 듣는 이는 그 장면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향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장범준의 음악은 감정을 ‘말하는 노래’라기보다, 감정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에 가깝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대개 그렇게 다시 우리 안에서 기억된다.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순간의 공기처럼.
삶의 한복판을 지나갔던 어떤 순간의 감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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