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휘발유 가격 200엔 돌파? 이란 사태 장기화 우려에 주유소마다 장사진

박대원 일본 통신원 2026. 3. 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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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격 오르던 일본도 확보 물량 동나…정부 비축유 단독 방출로 대응
다카이치 “3월말부터 원유 수입 큰 폭 감소 전망…리터당 200엔 가능성”

(시사저널=박대원 일본 통신원)

지난 2월말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내 휘발유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가운데, 일본에서도 시차를 두고 휘발유 가격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란 정세가 긴박해지는 가운데, 3월12일부터 각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휘발유 도매가격이 리터당 약 26엔 인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3월2일 기준 리터당 158.5엔이었던 일본의 휘발유 전국 평균가격은 연일 소폭 상승해 9일 기준 리터당 161.8엔에 달했으며, 12일 이후부터는 리터당 184.5엔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월10일 일본 도쿄의 한 주유소에서 일본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AFP 연합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휘발유 공급 지체"

실제로 일본 최대 정유사인 ENOS는 3월11일 이란 사태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을 반영해 12일 판매분부터 휘발유 도매가격을 리터당 26엔 인상할 것임을 밝혔다. 일본 각지에서도 휘발유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구마모토현에서 주유소 10곳을 운영하는 히고석유(肥後石油)의 오야마 고이치로 대표는 3월6일부터 휘발유 매입량이 감소함에 따라 12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25엔에서 30엔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홋카이도에서 주유소 20곳을 운영하는 주와석유(中和石油)도 3월12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25엔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SNS를 통해 통보했다. 

이에 따라 3월11일 저녁, 전국 각지의 주유소에서는 가격 인상 전에 주유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지었다. 주와석유의 고하라 다카노리 본부장은 휘발유 가격 인상과 관련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어 있는 이상 휘발유 공급이 지체되기 때문에 앞으로 200엔대 휘발유도 있을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휘발유 가격이 200엔을 넘기는 게 아닌가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3월11일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원유 조달처 확대 및 국내 휘발유 등의 가격 안정을 위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대신은 "(비축유 방출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에너지 안전 공급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3월11일 저녁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달 하순 이후 일본으로의 원유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라면서 "리터당 200엔을 넘는 수준이 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는 소감을 밝히고 비축유 방출을 통해 휘발유 소매가격을 리터당 170엔 정도로 억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민간 비축분 15일분과 정부 비축분 1개월분을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중동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일본에 도착하기까지 약 20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3월 하순 이후 원유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어 가격이 인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비축유 방출과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연계한 국제적인 비축유 방출의 정식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일본이 솔선해 3월16일에라도 비축유 방출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1979년의 제2차 석유파동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민간 비축유를 단독으로 방출한 전례가 있으나 정부 비축유 단독 방출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3월11일 IEA 32개 가맹국이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에 합의함에 따라 일본은 정부 비축유 단독 방출을 실시한 뒤 국제적 합의에 따른 비축유 방출 또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비축유 방출로도 휘발유 가격 인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내 휘발유 가격은 일본의 원유 수급 상황뿐만 아니라 환율과 원유 실물 가격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70엔 수준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보조금 지출이 필요해 재정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소비세 제로' 정책으로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원유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 재정지출 팽창이 다카이치 내각의 '책임 있는 적극 재정' 정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사태 대응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호르무즈해협 주변 정세의 악화가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될 경우,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서 자위대를 현지에 파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기뢰를 설치했는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CNN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기뢰를 소규모로 부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日, 호르무즈해협에 자위대 파견 가능성도

이란의 기뢰 설치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소해정을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 아베 전 총리는 과거 국회에서 기뢰 부설로 인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 석유 및 가스 수급이 끊어질 경우, 자위대를 파견해 기뢰 제거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3월11일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해협의) 현재 상황이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한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가 3월19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만큼, 이란 사태 대응에서 일본 정부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본에서는 오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정부에 자위대 파견을 통한 후방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3월11일에는 유엔 안보리에서 이란의 걸프만 국가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며,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해당 결의안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3월19일의 미·일 정상회담은 '법의 지배'라는 가치 실현을 강조해온 일본이 '가치'와 '동맹'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확인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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