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결 뒤 또 헌재로…‘의원직 박탈’ 양문석 예고한 재판소원은 무엇?[서초동 야단법석]
‘이재명 조폭 연루설’ 허위사실공표 혐의 장영하
‘쯔양 협박’ 혐의 구제역도 재판소원 예고
법적 판단 확정 지연·헌재 과부하 등 우려 제기
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사하는 ‘재판소원제’의 시행 이틀 만에 30건이 넘는 사건이 헌재에 접수됐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정치인과 유튜버가 잇따라 재판소원 청구 가능성을 시사하며 제도의 초기 안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14일 헌재에 따르면 전날 오전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총 16건이다. 이 가운데 전자 접수는 8건, 방문 접수는 3건, 우편 접수는 5건으로 파악됐다. 첫째 날 하루 동안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총 20건이다. 이틀간 누적 36건이 접수됐다.

양 전 의원과 배우자 서모 씨는 2021년 4월 대학생 자녀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처럼 속여 새마을금고로부터 기업 운전자금 대출금 11억원을 받아낸 뒤 서울 서초구 아파트 구매자금으로 사용한 혐의(특경법상 사기) 등으로 2024년 9월 기소됐다. 대법원은 양 전 의원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게 돼 돼 의원직을 상실한다.
재판소원제는 양 전 의원 사건 등과 맞물리며 다시 공방의 중심에 섰다. 국민의힘 등 야권을 중심으로 양 전 의원의 혐의와 기본권 침해가 관련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딸을 동원하고 금융기관을 속이고 서류까지 위조해 31억 원짜리 아파트를 손에 넣으려 했던 사람이 헌법재판소를 운운한다”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헌법재판소를 의원직 연장을 위한 시간 끌기 수단으로 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재판소원이 국민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민주당 방탄용이라는 사실이 바로 드러난 것”이라며 “법으로 대출 사기꾼 단죄하는 데 도대체 양문석의 어떤 기본권이 침해됐느냐”라고 물었다.
이 때문에 재판소원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형사사건, 거액 민사사건 등에서 사실상 관행적 불복수단으로 활용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패소한 당사자가 재판소원을 남발하면 법적 판단이 최종 확정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대법원 확정판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헌재의 본안 결정 전까지 해당 판결의 효력이 일시적으로 정지된다. 또 헌재가 재판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이 헌재 결정 취지와 다르게 판단한다면 다시 재판소원이 가능하다. 이 경우 확정판결 이후에도 후속 절차가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법적 판단이 언제 최종 확정되는지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적·제도적 정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먼저 시행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아직 사법부에는 ‘헌재에서 취소된 재판’을 다시 다루는 법적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헌재는 재판소원 제기 자체로 판결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형사판결의 경우 형 집행도 이어진다. 헌재는 가처분이 인용되면 잠정 조치는 가능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재판소원 건수가 폭증하며 분쟁 해결이 지나치게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무처리 과부하로 헌재 본연의 기능인 ‘위헌법률심판’ 수행에 차질이 생기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헌재는 재판소원 접수 건수가 연간 1만~1만 5000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헌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헌법연구관 등 인력 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당국과 협의하는 단계이지만 구체적인 예산 증액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사건 상당수가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각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12일 ‘사법 3법’ 공포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한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법원장들은 “국민 생활과 사법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개정법 규정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관련 법률 개정이 병행되지 않아 법 시행 후 재판 실무와 제도 운영에 초래될 수 있는 혼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 간담회에서는 재판소원 인용 시 취소된 재판의 후속 절차, 확정된 재판을 전제로 행해진 집행의 효력 등 쟁점이 논의됐다. 법원장들은 “관련 법령 정비, 유관기관 협의 등을 통해 국민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양 의원과 같은날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장영하 국민의힘 경기 성남시수정구 당협위원장도 “적법절차 위배”라며 재판소원을 예고했다. 장 의원장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폭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 3년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 측도 재판소원 청구를 예고했다. 구제역은 유튜버 주작감별사(본명 전국진)와 함께 2023년 2월 쯔양에게 “네 탈세, 사생활 관련 의혹을 제보받았다. 돈을 주면 이를 공론화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겁을 주고 5500만 원을 갈취한 혐의로 2024년 8월 구속기소 됐다.
구제역은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작년 2월 1심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같은 해 9월 2심도 “피해자 약점을 이용해 사생활을 대중에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재물을 갈취해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액이 상당하다”며 1심 형을 유지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일 공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제역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구제역 이씨의 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는 “이준희로부터 재판소원 및 법왜곡죄 고소 등에 관해 사건 위임을 받았다”며 “증거 능력, 증거 판단 등에 명백히 위헌적인 수사 및 재판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재판소원과 법왜곡죄 등 사법개혁 3법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께 감사할 뿐”이라고 밝혔다.
재판소원 등 사법 3법 입법을 주도한 민주당은 사법 혼란 프레임만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되자 이틀 만에 수십 건의 사건이 접수됐다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마치 사법체계가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단순한 접수 건수만으로 제도의 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재판소원 접수 숫자만 부각한 사법 혼란 프레임”으로 규정하며 “재판소원 제도는 법원의 확정판결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한 경우 헌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국민의 권리구제 장치”라고 전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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